[단독 인터뷰] 2017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한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
  •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2.08 14:00
  • 호수 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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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행동에 대해 탐구하는 영화가 좋다”

루벤 외스틀룬드는 현재 스웨덴을 대표하는 동시에 영화를 통해 세계로 뻗어가는 대표적인 감독이다. 《포스 마주어: 화이트 베케이션》(2014, 이하 《포스 마주어》)으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상, 《더 스퀘어》(2017)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2월 중순부터 신작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Triangle of Sadness)》 촬영 준비에 한창인 그를 예테보리에서 만났다. 신작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사회 풍자가 두드러지는 블랙 코미디이며, 제목은 보톡스로 눈 사이 주름을 해결하는 성형외과 용어를 뜻한다. 2021년 칸영화제 공개가 목표다.

ⓒ 예테보리영화제·스웨덴 영화진흥원
ⓒ 예테보리영화제·스웨덴 영화진흥원

신작은 패션업계에 대한 풍자이고, 주인공의 직업은 모델이라던데.

“아내가 패션 사진가이기 때문에, 그 세계에 대해 듣고 흥미가 생겼다. 특히 모델의 세계가 흥미롭더라. 주인공을 모델 커플로 선정한 이유다. 그중 여성 모델이 ‘파워 인플루언서’이기 때문에 초호화 요트 파티에 초청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총 세 파트로 이뤄진 영화인데, 요트가 큰 파도를 만나면서 파티는 광기의 현장으로 돌변한다. 그리고 이내 섬에서의 생존 이야기로 바뀐다. 여성 청소부가 낚시도 하고 불을 피워 요리를 하는 법도 알고 있으니 그들 중 순식간에 가장 최고 계급이 되는 거다. 곧 일종의 모계 중심 사회(matriachy)가 형성된다.”

촬영은 언제부터 시작하나.

“2월19일부터 예테보리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패션계 스케치 일부와 요트 내부를 촬영하고, 그리스로 넘어가서 촬영을 이어갈 예정이다.”

첫 영어 영화인 데다, 이제까지의 작품들에 비해 예산 규모가 큰 것으로 안다.

“부담도 되고,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다만 난 이 영화가 ‘트로이의 목마’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를 영화 안에 잘 숨기고 미국에 그걸 전파하는 게 계획이다(웃음). 영화에서 요트 선장은 지독한 마르크스주의자로, 계급 평등에 예민한 인물이다. 우디 해럴슨이 연기한다.”

나머지 캐스팅은 어떤가.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앙상블처럼 만들고 싶다고 한 걸 들었다.

“미국 자본이 들어오는 영화라 시간이 걸렸다. 캐스팅이 영화를 만드는 전체 예산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캐스팅은 1+1+1 아닌가. 유명한 배우 더하기, 또 다른 유명한 배우를 합치는 식 말이다. 비즈니스하는 것처럼 캐스팅에 접근하고 싶진 않다. 창조적 작업이란 무엇이고, 무엇보다 영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진중하게 논의하길 원한다.”(그는 이날 두 메인 캐릭터 캐스팅을 비밀에 부쳤는데, 며칠 뒤 해리스 디킨슨과 찰비 딘 크릭으로 발표됐다.)

이번 예테보리영화제의 화두는 ‘50/50 비전’이다. 영화제, 영화산업 전체에 대한 젠더 평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예테보리는 실제로 비전을 이뤘고 이건 산업 전체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의 위치에서 이 이슈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무엇이 우리를 더 좋은 길로 이끄는가에 대해 각자 생각해 봐야 한다. 평등을 위한 투쟁은 모든 창작물의 수준을 더 높게 유지하기 위한 투쟁이다.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왜 항상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나. 중산층은 또 왜 그렇게 늘 미워하는 건가.

“내가 그랬나(웃음)? 인간이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삶의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려고 노력하는지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감독의 주제다. 다만 ‘인간 행동’은 하나의 핵심적 주제라고 늘 생각하긴 한다. 우리 사회는 사이코패스 같은 캐릭터, 범죄물에 너무 관심이 많다. 매일 밤 TV에서 사이코패스에 대한 영화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게 정상인가? 난 그런 것에는 관심 없다. 우리가 행동하는 것,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스스로 탐구하고 돌아보는 게 좋다. 《포스 마주어》의 경우에는 일종의 거짓말에서 출발해 캐릭터를 점점 더 몰아붙이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가끔 ‘내가 너무 심한가’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과정을 믿어야 한다. 공감이 가는 캐릭터를 만들 필요는 없다. 뉴스 보도에서조차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가려내기 어려운 세상이다. 그것이 이 세상의 두려운 점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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