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달성…오스카도 접수했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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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국제영화·감독·작품상 수상…아시아계 최초 금자탑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을 쓸어담았다. 한국 영화 최초이자 아시아계 영화에서 처음 있는 성과를 거두며 영화계 역사를 새로 썼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감독상을 비롯해 각본상, 국제영화상, 작품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날 《기생충》은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영화상 부문 등 총 6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봉준호 감독과 한진원 작가는 먼저 각본상을 수상했다. 함께 후보에 올랐던 《나이브스 아웃》의 라이언 존슨, 《결혼 이야기》의 노아 바움백, 《1917》의 샘 멘데스와 크리스티 윌슨-케언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등의 후보를 제치고 수상했다. 봉 감독은 “국가를 대표해서 쓰진 않지만 한국이 처음 탄 아카데미상”이라고 말했다. 한 작가는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이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며 “내 심장인 충무로의 모든 스토리텔러와 필름메이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이어 《기생충》은 국제장편영화상도 수상했다. 《기생충》과 함께 《코퍼스 크리스티(폴란드)》, 《허니랜드(북마케도니아)》, 《레미제라블(프랑스)》, 《페인 앤 글로리(스페인)》이 후보작에 올랐지만 현지 매체들의 예상대로 《기생충》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봉준호 감독은 여러 경쟁자들을 제치고 감독상까지 수상했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감독상을 수상한 감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시상대에 오른 봉 감독은 “국제영화상을 수상하고 오늘 할 일은 끝났구나 생각했다”며 감격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모든 배우들과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봉 감독은 “같이 후보에 오른 토드 필립스나 샘 멘데스 등 다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감독”이라며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5등분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기생충》은 끝내 최우수 작품상까지 받으며 대미를 장식했다.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탄 것은 오스카 역사상 처음이다. 작품상에 《기생충》이 호명되자 무대에는 봉 감독을 비롯해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CJ 이미경 부회장을 비롯해 《기생충》의 모든 배우들이 시상대에 올랐다. 곽 대표는 “말이 안 나온다.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 부회장은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하다”며 “《기생충》을 지원해 준 모든 분들, 사랑해준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나 한국영화를 보러가주시는 분들이 저희의 모든 영화를 지원해줬다. 도한 주저하지 않고 저희에게 의견을 바로바로 말씀해주셨다. 한국의 영화 관객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는 아카데미상은 1929년부터 시작한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가 수여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기생충》은 후보에 오른 6개 부문 중 편집상과 미술상을 제외한 4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기생충》은 앞서 한국 영화 최초로 ‘제77회 골든 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미국 배우조합상(SGA)’에서 앙상블상, ‘영국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상과 오리지널 각본상, ‘제35회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FISA)에서 최고의 국제 영화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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