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 D-1, 해결해야 할 3대 과제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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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통합 결정했지만, 유승민-황교안 '케미'에 의문 부호
'태극기 세력'과 안철수 합류 불발...'도로 새누리당' 의문 지울까

4·15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의 화두는 여전히 ‘보수 통합’이다. 자유한국당·새로운보수당·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 등이 한데 모인 미래통합당이 오는 17일 출범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서다. 유승민 의원이 불출마까지 불사하며 보수통합의 의지를 밝혔지만, 통합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왼쪽)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오른쪽)유승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변혁 전 대표 ⓒ 시사저널 박은숙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변혁 전 대표 ⓒ 시사저널 박은숙

 

1. 서로가 불편한 ‘오랜 보수’와 ‘새로운 보수’

“대한민국의 개혁보수를 지킬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다.”

지난 1월5일 유승민 의원은 국회에서 새로운보수당 창당식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당명에 ‘새로운’을 붙이고 기존 ‘낡은 보수’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그러나 독자노선을 천명했던 유 의원은 한달 뒤 본인이 선을 그었던 그 낡은 보수들과 손을 잡았다.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보수 빅텐트’에 들어가면서, 본인은 불출마를 천명했다. 총선에서 보수 결집을 유도, 민주당의 압승을 막아내겠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그러나 유 의원과 황교안 한국당 대표 간의 ‘케미’(화학적 결합)에 의문 부호가 찍힌다. 황 대표가 정치권에 데뷔한 이래 유 의원과 일대일 회담을 가진 적은 전무하다. 보수통합이라는 메시지 역시 당내 측근 인사들을 통해 던졌을 뿐, 두 보수 리더 간 회동은 성사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국당 내 TK(대구경북) 의원들은 아직도 유 의원을 향한 ‘배신자’ 프레임을 거두지 않은 상태다. ‘총선 승리’라는 목적 하나로 모였다는 것은, 반대로 총선 외에는 아무런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게 새보수당과 한국당이란 얘기다.

보수 진영에서는 유 의원의 뜻과는 별개로 서울 지역 출마와 공동선대위원장 등의 역할론이 꾸준하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유 의원은 불출마 선언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2. 여전한 ‘태극기 부대’ 딜레마

보수 진영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는 우리공화당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및 전광훈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등 이른바 '태극기 세력'도 통합신당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래통합당은 ‘태극기 세력’에 문을 열어놓고 있다. 1% 지지율이 아쉬운 보수 진영으로선, 극우지대까지 품어야 총선 반전을 노릴 수 있어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0~1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3일 공개한 2월 2주차 주간집계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0.1%포인트 오른 40.3%로 나타났다. 한국당 지지율은 같은 기간 0.9%포인트 오른 31.1%를 기록했다. 정의당은 0.5%포인트 내린 4.8%로 3주 만에 5%를 하회했다. 새로운보수당은 0.3% 하락한 3.8%을 기록했다. 이어 바른미래당 2.2%, 우리공화당 1.5%, 민주평화당 1.4%, 민중당 1.2%, 대안신당 0.9% 순으로 집계됐다. 무당층은 1.1%포인트 오른 12.0%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공화당 합류 여부를 두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의 걸림돌 역시 유승민 의원이다. 황 대표는 우리공화당 등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와의 통합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해오고 있는 반면 유 의원은 이들이 합류할 경우 통합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유 의원이 제시한 '탄핵의 강을 넘자' 등 혁신통합 3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도 유 의원에게 날을 세우고 있다. 조 대표는 10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유 의원을 향해 "유 의원은 총선 불출마가 아니라 정계를 떠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보수 통합하겠다는 사람이 불출마한다는 것은 탄핵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잘못된 탄핵이었다고 국민께 석고대죄하는 것이 맞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정치를 떠나겠다고 하는 것이 그들이 가져야 할 스탠스"라고 했다. 조 대표는 "우리공화당은 유 의원과 통합하는 자유한국당과 통합하지 않을 것이며, 4·15 총선에서 탄핵 세력에 대해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김문수 전 지사와 전광훈 목사의 존재도 통합신당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한국당을 탈당한 김 전 지사는 '선명우파'를 지향하는 자유통일당을 창당했다. 자유통일당은 재야에서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를 주도해온 전광훈 목사가 후원하는 형식으로 참여한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보수 통합보다 분열을 더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3. '중도' 뺀 '보수통합'의 시너지는?

보수 결집만으로는 ‘반문 텐트’의 시너지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도 진영을 사로잡지 않는다면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실제 미래통합당의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옛 새누리당 인사들이 다수 포진했다. 총 12명의 미래통합당 최고위에는 황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 8명에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 이준석 새보수당 젊은정당비전위원장이 참여한다. 이언주 전진당 의원 측과 옛 안철수계 등이 나머지 2명의 최고위원을 추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신당 최고위의 다수가 옛 새누리당 인사들로 채워지는 셈이다.

미래통합당이 영입에 공을 들였던 안철수 전 의원의 합류도 불발됐다. 안 전 의원은 통합 논의에 선을 그으며 '국민의당' 창당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결국 극우진영과 중도진영을 포괄하지 못하면서, ‘반문 텐트’의 시너지가 크게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지금 추진하는 보수 통합이 단지 도로 새누리당이 되는 데 그친다면 지난 시간은 헛된 것이 되고 말 것”이라며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것이 통합의 장애를 피해 가려는 현실적인 생각임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박근혜 탄핵이 역사에 남긴 교훈마저 망각하고 무조건 뭉치고 보자는 것이라면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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