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에듀테크 비즈니스 모델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5 15:00
  • 호수 1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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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많아 창업비 절약 장점…양질의 콘텐츠 승부가 관건

1990년대 말, 몇몇 인터넷 전문가들이 모여 ‘교육 방식의 미래’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지금이야 ‘인터넷 전문가’라고 하면 웃을 사람들이 많겠지만, 당시만 해도 인터넷 환경을 이해하는 사람이 극소수여서 뉴스 인터뷰를 하면 자막에 ‘인터넷 전문가’로 소개되던 시절이 있었다.

결론은 크게 3가지로 나왔다. 첫째, 대부분의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1등 교수의 수업을 골라 듣게 될 것이다. 둘째, 정규교육을 기피하고 대안교육 시장이 점점 커질 것이다. 셋째, 평생교육이 필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점이다.

2019년 9월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이러닝 코리아: 에듀테크페어 & 콘퍼런스’에서 어린이들이 디지털 교과서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9월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이러닝 코리아: 에듀테크페어 & 콘퍼런스’에서 어린이들이 디지털 교과서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듀테크의 선구자 격인 유다시티

당시 유행어였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에서 보듯, 학력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 21세기는 불확실성의 시대여서 새롭게 변해 가는 경제 환경에 맞춰 매번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세계를 잇는 인터넷 사용 환경의 고도화 등이 그 배경으로 꼽혔다.

이후 10년 정도가 흘렀다. 구글 부사장 출신의 세바스찬 스런(Sebastian Thrun) 스탠퍼드대학 교수팀이 유다시티(Udacity)를 설립했다. 세계적인 명문 대학의 1등 교수들이 그들의 강의를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한 것이다. 처음에는 학생들을 위한 동영상 교육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인, 심지어 전문가를 위한 직업교육으로 확대 개편해 가고 있다.

미국에 유다시티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에콜(Ecole) 42가 있다. 통신기업 회장이 사비로 운영하는 온라인 학교로 교수와 교재, 학비가 없는 ‘3無’ 정책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유럽으로 확산돼 우수한 인력 개발의 산실로 명성이 높다. 우리나라도 올해 비슷한 조직을 관 주도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콘셉트의 비즈니스 모델로 2012년 스탠퍼드대학 컴퓨터과학과 교수가 설립한 코세라(Coursera)와 MIT와 하버드대학이 함께 만든 플랫폼 에덱스(edX) 등이 있다.

이렇듯 대중을 위한 온라인 공개수업 모델을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모델이라 한다. 대학 과정 수업을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지금은 온라인 퀴즈, 수강생 간의 피드백, 상호 채점, 협동과제 등의 기능도 추가돼 고도화됐다. 최근 들어서는 기계학습, 클라우드 컴퓨팅, 5G 등 인프라가 대폭 강화되면서 이러닝 시장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에듀테크(Edu+Tech)가 그것이다. 교육과 기술의 합성어로 단순히 온라인으로 학습하는 이러닝을 뛰어넘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AR·VR(증강·가상현실),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IT 기술을 교육에 접목한 집합교육 방식을 말한다.

가장 앞서 선도하는 모델이 미래의 대학으로 꼽히는 미네르바(Minerva) 스쿨이다. 세계 162개국 젊은이들이 도전하지만 합격률이 3%도 채 되지 않는다. 하버드나 스탠퍼드보다도 더 입학하기 어려운 대학이다. 이 대학은 지정된 강의실 없이 세계 7개국을 순회하며 인터넷으로 수업을 한다. 학생들은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며 실시간으로 질문하고 상호 피드백을 할 수 있으며, 그 내용을 저장했다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꺼내 다시 볼 수 있도록 하는 ‘능동학습(active learning)’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학교 교육 방식에만 에듀테크가 적용되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이러닝 시스템 수준이지만 해외에서는 교육 대상에 따라 에듀테크형 솔루션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교육 대상에 따라 교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플랫폼, 학생 교육과 관리를 통합한 인터랙티브 솔루션, 그리고 전문 역량을 키우려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솔루션 등이 있다.

교사를 위한 에듀테크 솔루션으로는 토쉬탤런트(TORSH Talent)가 꼽힌다. 교실에서의 강의나 상담 영상 등을 동료 교사나 전문가들과 공유하고 보완해 가면서 최적의 교수법을 찾아가는 시스템이다. 즉, 교사들의 콘텐츠를 상호 피드백해 줌으로써 스스로의 역량을 높이고 학생들의 다양한 문제를 집단지성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다.

코스피어(CoursePeer) 솔루션은 기업에서 채용하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학습 경로와 학습자의 특성에 최적화된 도구와 콘텐츠를 지원한다. 모바일로도 지원되는 이 도구들은 학습 과정, 산출물 인증, 인트라넷 등이 완벽하게 통합되는 고급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직원, 고객 및 파트너를 위한 커뮤니티, 멀티미디어 양식 등을 지원해 레벨과 역량을 평가해 보상한다. 또 다른 기능인 공동 의사결정 시스템은 기업의 공동 이슈에 대한 컨센서스를 도출하는 데 용이하다.

 

글로벌 이러닝 시장 매년 12% 증가

이 외에도 수강생의 요구에 따라 교육 내용을 정의하고 그 학생이 원하는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플랫폼 뉴톤(Knewton), 학생들이 자신의 PC에서 클래스 전체와 프레젠테이션을 공유할 수 있고, 수업 중 학생들 간의 개별적 토론이 가능한 넷탑비전(Netop Vision) 등이 있다.

최근 교육용 콘텐츠를 만드는 영국의 스타트업 엘리멘탈 패스가 흥미를 끈다. 어린이가 스스로 장난감을 조립한 뒤에 이 장난감에 스마트 스피커 기능을 넣어 대화하며 놀 수 있도록 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형 교육 방식이다. O2O(Offline to Online) 통합 방식인데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 최적화된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인 IBM의 왓슨(Watson)과 제휴했다. 이처럼 온라인 교육 시장은 지능화, 통합화, 실감화를 통해 교육 대상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글로벌 이러닝 시장은 매년 12% 이상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인뿐 아니라 공공기관, 대기업 등에서 직원 교육의 일환으로 이러닝과 같은 대안교육을 권장하고 있는 만큼 갈수록 시장이 커질 것은 확실하다. 이러닝 솔루션 엔지니어 1세대이자 모바일 보안업체 NSHC 이윤승 부사장은 “에듀테크 솔루션은 오픈소스가 많아 창업비가 적게 드는 데다 교육 대상을 특화해 양질의 콘텐츠로 승부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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