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여성에게 ‘경구 피임약’ 위험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2.2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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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위험 최대 5배 증가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아무개씨(38·여)는 얼마 전 해외여행 일정이 생리 주기와 겹치자, 이를 조절하기 위해 경구 피임약을 사려고 약국에 들렀다. 그러나 약사는 약을 판매하지 않았다. 이씨는 10여 년 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시작한 흡연을 끊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흡연 자체가 대표적인 뇌졸중 위험인자인 데다 여성호르몬인 경구 피임약을 복용할 때 뇌졸중 위험이 최대 5배까지 높아진다. 이 위험성은 나이와 흡연량에 따라 증가한다.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은 35세 이상 흡연 여성에게 경구 피임약의 투여를 금지했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지난해 같은 내용의 허가변경사항을 공지했다. 이에 따라 약사는 경구 피임약을 찾는 여성에게 복약지도를 하고 있다. 

ⓒ서울척병원
ⓒ서울척병원

경구 피임약은 별도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피임 외에도 생리 주기를 조절하거나 생리통 완화, 생리전증후군, 생리불순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건강한 여성은 경구피임약 복용에는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뇌혈관질환을 앓고 있거나 당뇨병,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부작용 가능성이 있으므로 복용을 삼가는 데 좋다. 

특히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약으로 복용하면 간에 영향을 미쳐 중성지방이 늘어난다. 혈소판의 응집을 증가 시켜 혈액이 응고되면서 뭉치는 혈전이 생긴다. 혈전은 혈액의 원활한 흐름을 막아 뇌혈관 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임성환 서울척병원 뇌신경센터 과장은 “비교적 젊은 나이인 30~40대 여성 중 흡연자 혹은 편두통 환자의 경구 피임약 복용은 뇌졸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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