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비행기 절반 값에 이스타 품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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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5억원에 이스타 지분 51% 인수…코로나 사태 등 대외 여건 악화로 인수가 낮춰

국내 1위 LCC(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이 업계 5위 이스타항공 경영권을 인수한다. 국내 항공업계에서 동종 사업자끼리 결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대외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시너지 효과를 노리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016년 8월18일 오후 김포공항의 저가항공 국내선 출국장. ⓒ 시사저널 임준선
2016년 8월18일 오후 김포공항의 저가항공 국내선 출국장. ⓒ 시사저널 임준선

 

제주항공은 3월2일 이스타항공 지분 51.17%에 해당하는 497만1000주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계약 대상은 이스타항공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낸 이행보증금(115억원)을 뺀 430억원을 4월29일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총 인수가는 545억원이 된다. 

당초 MOU를 맺을 때 공시한 인수 예정가는 695억원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점을 감안해 인수가액을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이스타항공 최다 보유 기종인 ‘보잉 737-800’의 예상 매매가(9600만 달러·1140억원)보다 싼 값에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이번 매매계약을 발표하면서 양사는 “최근 항공업의 위기 극복 및 공동의 발전을 위한 방향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이번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절감 △노선 활용의 유연성 확보 등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스타항공은 이전까지 지속적인 경영 악화에 시달려 왔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일본 수출규제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경영진 임금 30%를 자진 삭감하기로 했다. 운항·객실승무원을 제외한 전 직원의 근무일과 근무시간도 단축했다. 회사 영업이익은 2017년 157억원에서 2018년 53억원으로 감소했다. 항공업계의 전반적 위기에 비춰보면 지난해 실적도 긍정적이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은 이번 인수로 전체 항공업계에서 3위 자리를 굳히게 됐다.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 했지만 지난해 11월 막판 협상대상 선정 과정에서 HDC현대산업개발에 밀렸다. 애경그룹에 있어 향후 관건은 400%대에 달하는 이스타항공의 부채비율 극복 방안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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