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보건의료 협력·南 관광객 유치 위해 친서 보내”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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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북한 내 7000여명의 ‘의학적 감시 대상자’ 발생”
“중국 관광객 대규모 유치 어려워...외화난 극복 위해 남한 관광객 유치 필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가 “남북의 보건 및 관광 협력을 위한 화해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국정부가 국내에서의 코로나19 확산을 조기에 통제하고, 북한에 적절한 시기에 실질적인 보건의료 지원과 협력을 제공할 수 있다면 남북 대화와 협력도 자연스럽게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북한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상반된 메시지를 전달했다. 3월3일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청와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청와대는 3월2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김 부부장은 “자위적 차원의 인민군 전선장거리포병부대의 화력전투훈련”이라면서, 청와대의 유감 표명을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 “저능하다” 등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하루 뒤인 3월4일에는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면서 “김 위원장은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 현지지도 일정으로 평안남도 순천시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았다고 조선중앙TV가 1월7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 현지지도 일정으로 평안남도 순천시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았다고 조선중앙TV가 1월7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김정은, 남북 대화 재개 의사 비쳐”

김 위원장과 김 부부장의 엇갈린 행보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 센터장은 “얼핏 보기에 김여정 제1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와 김정은 위원장의 위로 친서의 내용이 모순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김여정은 남측도 군사훈련을 하면서 북한의 군사훈련에 대해 청와대가 ‘가타부타’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거칠게 표현했을 뿐이지,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도 아니고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한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의 군사훈련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에 대해 김 위원장도 김여정과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겠지만, 김 위원장은 그 문제와는 별개로 문 대통령에게 코로나19 관련 위로 친서를 보냄으로써 남북 대화와 협력의 점진적 재개 의사를 비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보건의료 협력을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7000명 정도의 의학적 감시 대상자들이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할 정도로 북한 내 코로나19의 확산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한국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앞선 보건의료 기술과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줬다. 따라서 한국정부가 머지않아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하는데 성공한다면, 북한은 한국으로부터 매우 절실한 보건의료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난 극복 역시 김 위원장의 노림수인 것으로 보인다. 정 센터장은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북한은 중국인들의 대북 관광을 수용할 수 없게 되면서 매우 심각한 외화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도 중국 경제가 그동안 큰 타격을 입어, 북한은 당분간 중국 관광객의 대규모 유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은 외화난 극복을 위해 남한 관광객 유치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정 센터장은 “한국 정부가 당장 북한과 보건의료 협력에 착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의 진정 이후 남북 보건 및 관광 협력을 위한 화해와 대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로 친서를 먼저 보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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