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전문가들 “코로나19 종식 시기 예측 불가능…장기전도 예상”
  • 부산경남취재본부 박치현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9 17: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여름에 취약하다고 속단 못해…4·5월쯤 한풀 꺾일지도 의문”

코로나19 사태에 지칠대로 지친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이 바이러스가 과연 언제쯤 종식될 것인가이다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전파력이 강해 종식시기를 쉽게 예측할 수 없고, 장기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견해를 펴고 있다. 또 기온이 올라가면 실제 코로나19 기세가 한풀 꺾일 지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이 국내 감염전문가들의 기자회견과 언론인터뷰 내용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은 조심스레 장기전을 예측했다.

국내 6명의 코로나19 환자로 부터 얻은 바이러스 고해상 전자현미경 사진(2020.2.27). 코로나바이러스 입자 크기: 80-100nm ⓒ질병관리본부
국내 6명의 코로나19 환자로 부터 얻은 바이러스 고해상 전자현미경 사진(2020.2.27). 코로나바이러스 입자 크기: 80-100nm ⓒ질병관리본부

감염내과 전문의인 강재명 경북 포항시감염병대응본부장은 3월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는 진화된 바이러스로 조속한 시일 내 종식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의 사스나 메르스는 치사율이 높아 환자 사망과 함께 바이러스가 소멸했으나 코로나19는 치사율이 낮아 장기간 잠복 가능성이 크다지역사회 감염을 막지 못하면 45월까지 위기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이상엽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4월 말, 5월 초에 들어서면 한풀 꺾일 것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은 여름에 바이러스 증식과 전파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코로나19의 세력이 약해지는 시기를 이렇게 보는 건 날씨가 따뜻해지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차츰 잦아들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실제 그런 조사 결과도 있다홍콩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바이러스학 발달)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사스는 더운 환경에서 생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섭씨 22~25, 습도 40~50%에서 5일 이상 생존하던 게 섭씨 38, 습도 95% 수준에서 생존력이 급격히 저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온과 코로나 바이러스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경기 성남 분당제생병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3월7일 오전 코로나19 검체 채취 검사를 하고 있다. 분당제생병원과 보건당국은 확진자들과 접촉한 사람 포함해 병원직원 1천400여명과 보호자, 방문자의 코로나19 전염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경기 성남 분당제생병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3월7일 오전 코로나19 검체 채취 검사를 하고 있다. 분당제생병원과 보건당국은 확진자들과 접촉한 사람 포함해 병원직원 1천400여명과 보호자, 방문자의 코로나19 전염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코로나19의 확산이 사스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란 예측을 내놓는다. 코로나19와 사스는 같은 베타코로나바이러스 계열로 유전적 유사성이 80% 정도 일치하고 겨울철 감염병이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전문가인 박찬병 서울서북시립병원장은 코로나19가 더운 날씨에 영향을 받는다고 하기도 어렵고, 아니라고 하기도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호흡기 질환이기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면 분명 도움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유사한 바이러스의 종식시기를 살펴보면 사스는 200211월에서 20037월까지 9개월, 메르스는 20155월부터 그 해 12월까지 8개월이다. 즉 중동에서 들어온 여름철 감염병인 메르스는 겨울에 발병해 여름에 종식됐고, 중국에서 들어온 겨울철 감염병인 사스는 여름에 발병해 겨울에 종식됐다.

이에 따라 사스와 같은 겨울철 감염병인 코로나19도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에 종식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날씨와 코로나 바이러스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연구 자료를 찾기는 쉽지 않다코로나19가 기후가 따뜻하고 습한 나라에선 확산이 더뎌야 하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비교적 따뜻한 나라인 태국이나 싱가포르에서도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4~5월이 된다고 하더라도 바이러스가 힘이 약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전교수는 “(코로나19사스나 메르스보다 전파력이 강해 6월 말 또는 7월 초 정도는 돼야 피크를 찍고 내려오는 안정기에 도달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도 최악의 경우엔 내년까지 바라봐야 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렇듯 코로나19가 일반 독감과 달리 온도에 영향을 덜 받고 예상보다 오래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도 지금 상황에선 섣불리 예측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해 예방하는 게 답일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