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50일, ‘장기전 불가피’ 의사들의 3가지 경고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7 14:00
  • 호수 1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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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수도권 전파·가족 감염 우려, 외국 유입에도 신경써야

“30년 넘게 감염병을 연구해 왔지만 이번 코로나19 같은 강적은 처음이다. 3월8일 현재 평균 치사율은 0.7%지만 80대는 6.6%, 70대는 4.4%다. 잠복기에도 전파하고 감염 후 5~7일 동안 가장 많은 바이러스가 나오며 완치 후에도 재감염된다. 방심은 시기상조다.” 다소 주춤하는 확진자 증가세에 대한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우려다.

“어느 때보다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가 중요한 시점이 됐다. 앞으로 1년은 긴장해야 한다. 경계를 늦춰 교회나 집회 등 사람이 많이 모이기 시작하면 또 다른 ‘신천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느슨해지는 분위기에 대한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경고다.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으로 촉발된 대구·경북 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진정되면서 긴장감이 풀어지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일선 의사들은 소규모 집단감염·수도권 전파·가족 감염을 경계할 시점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감염병이 전국적으로 퍼진 상태에서 소규모 집단감염과 가족 간 감염이 수도권에서 산발적으로 이어지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다.  이미 전 세계로 퍼졌기에 바이러스가 외국으로부터 유입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확진자 감소세는 상대적 둔화일 뿐”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중국인)가 나온 1월20일부터 일주일 동안 감염자는 30명이었다. 2월18일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집단감염 사태가 터졌다. 첫 사망자가 나온 2월21일 82명이던 누적 확진자는 2월22일 346명으로 급증했다. 이때부터 하루 확진자가 100명 단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2월24일 정부가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했음에도 확진자는 매일 600~700명씩 늘었다. 하루 확진자는 2월29일 909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확진자 증가세는 이후 둔화했다. 3월1일 586명이던 하루 확진자 수는 3월10일 기준 131명으로 떨어졌다. 수직 곡선을 그리던 누적 확진자 수도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다. 그러자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한풀 꺾인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일선 의사들의 시각은 다르다. 최대 잠복기 14일이 지나면서 신천지 대구교회의 집단감염자 수가 빠진 것뿐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신천지 거품이 꺼졌고 3월7~8일 주말 사이에 아무래도 검사자가 적었을 것이므로 숫자상으로는 확진자 증가세가 다소 둔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상대적 둔화일 뿐이다. 아직도 하루 수백 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한국이 방역 관리의 새 모델을 만들었다는 자평을 내놨다. 또 정부의 대국민 메시지에도 엇박자가 노출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월9일 대구시청에서 “가파르게 치솟던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의료계와 국민 모두가 함께 힘을 내 조만간 변곡점을 만들 수 있으리란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당분간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이 이어질 것이다. 지역사회 내에서의 확산도 차단하고 추가적인 해외 유입 가능성도 열어놓고 여러 방역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추가 확진자 수가 점진적으로 줄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는 방역 당국이 잘한 측면보다는 국민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철저히 지켜 가능한 부분이다. 다만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국의 사례가 모범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본인 입으로 하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또 전문가인 질병관리본부장을 중심으로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윗선에선 다른 소리를 하면 국민은 긴장을 늦추게 된다. 지금 대구·경북 지역에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실조차 못 하고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아직도 2000여 명 있고 엄청나게 불안하고 답답한 상황인데 말이다. 우리 방역체계의 우수성은 한두 달 지나야 평가받을 수 있는 내용이다.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상황적으로 맞지 않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고1. 산발적인 소규모 집단감염

일선 의사들이 현시점에서 가장 우려하는 점은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집단감염이다. 앞으로 1년간 집단감염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 최악이란 대구에서 그랬던 것처럼 병실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상태를 말한다. 현재 입원 대기 환자는 있지만 중증 환자에 대한 입원과 치료 역량을 갖췄다. 그러나 앞으로 1년 동안 산발적인 집단감염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감염 중 집단 발병은 전체의 80%가 넘는다. 이 교수는 “하루 확진자 수는 하락세로 보인다. 다만 집단감염은 계속 발생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 소규모 집단감염은 빨리 감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환자 발견이 늦을수록 크게 확산한다. 집단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 특히 요양원과 요양병원 중심의 집단시설이 걱정이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엔 마스크도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천안의 줌바댄스 강사 워크숍, 창녕 동전노래방, 대구 한마음아파트, 괴산 경로당, 봉화 푸른요양원, 경산 제일실버타운, 성남 분당제생병원 등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나왔다. 특히 성남 분당제생병원과 서울 백병원 사례처럼 병원 내 감염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한 감염자가 대구에서 온 사실을 숨기는 바람에 서울 백병원이 폐쇄됐다. 그 병원에 있던 환자는 오갈 곳이 없어졌고 수술을 앞둔 환자도 다른 병원을 찾아야 했다. 우려했던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가 생긴 것이다. 그 환자도 대구 지역의 병원이 치료를 거부하니까 서울의 병원까지 와서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 이런 점에 대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병원은 환자를 거부하지 말라거나 환자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식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경고2. 확산 속도 빠른 ‘가족 감염’

의사들이 우려하는 두 번째는 가족 내 감염이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외부에서 감염된 후 식구 전체를 감염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3월10일 현재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국내 임신부는 7명(대구 6명, 부산 1명)으로 파악됐다. 또 전체 확진자 중 66명은 10세 미만이다. 특히 3월 들어 생후 45일 영아와 4주 된 신생아가 감염된 사례까지 발생했다. 생후 4주 된 신생아 딸의 아버지는 확진자였다. 아버지가 외부에서 감염된 후 딸과 아내까지 감염된 것이다. 또 처가를 방문한 탓에 장인과 장모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이 나왔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신부 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중국 결과를 보면 임신부가 감염돼도 수직 감염될 가능성은 낮다. 생후 45일짜리 영아와 4주 된 신생아가 감염된 사례가 보고됐는데 중증은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다. 그러나 가족이 외부에서 감염된 후 임신부와 영아를 감염시키는 등 가족 전파가 발생하고 있다. 가족은 같은 공간에서 오래 생활하고 밀접 접촉하므로 전파가 빠르다”고 말했다. 

가족 전파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20대 감염률도 꼽힌다. 3월8일 기준 확진자 7134명 가운데 20대 확진자가 2133명으로 전체의 약 30%에 이른다.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20대 감염자 중 사망자는 없다.  단체 모임 제한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질병관리본부의 당부가 무색하게도 도심 클럽이나 술집 앞엔 입장을 기다리는 20대의 줄이 이어진다는 소식이 최근 보도됐다. 밀폐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클럽이나 노래방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은 코로나19의 안전지대가 아니므로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특정한 클럽 등을 표본으로 삼아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해 양성률을 확인해야 한다는 전문의의 제안까지 나올 정도다. 서울 마포구의 일부 클럽은 며칠간 자율적 휴업에 들어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교수는 “젊은 층의 감염은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에게 전파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내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지켜 자신은 전염원이 되지 않겠다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고3. 인구 밀집 지역인 수도권 전파 

의료인들의 경고 세 번째는 수도권 전파다. 집단감염과 가족 감염은 인구 밀집 지역인 수도권에서 발생하기 쉽다. 약 25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0%가량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그만큼 집단시설과 교통량도 많아 집단감염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3월11일 기준 수도권 지역 확진자는 모두 392명(서울 192명, 경기 175명, 인천 25명)이다.

김 교수는 “수도권은 그동안 그럭저럭 막아왔는데 3월10일 서울 신도림동에 있는 한 보험회사 콜센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콜센터 근처에 있는 신도림역은 하루 유동인구가 9만 명인 혼잡한 지하철역이고 구로역은 충남 천안에서 오는 경부선과 인천에서 오는 경인선이 만나는 곳이다. 감염이 어디로든 확산할 수 있다. 수도권의 집단감염이 가장 우려된다. 수는 적지만 집단 발병이 계속되므로 안심할 때가 아니다. 신천지 대구교회 사태도 1명이 불씨가 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에서는 병원 내 감염도 문제다.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사태의 악몽 때문에 이번 코로나19 사태엔 병원의 긴장도가 높아졌다. 당시 확진자 186명 중 172명이 병원 내에서 감염됐다. 25명은 병원 의료진이었다. 최근 성남에 있는 분당제생병원에서 암환자가 감염된 사례가 나왔다. 김 교수는 “피로 누적과 긴장 상태에서 의료진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 보건 당국은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인식해 과감한 조치로 코로나19 사태를 빨리 끝낼 방법을 찾아주면 좋겠다. 대구 지역에 있는 의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경증 환자만 입소하는 생활치료센터에 임신부나 기저질환 환자도 들어온다. 보건 당국이 관리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진이 감염된 후 환자에게 옮기는 사례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도미노식 감염을 경계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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