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매립 시한”…여수 만흥위생매립장 사용 연장 ‘난항’
  • 호남취재본부 박칠석 기자 (sisa613@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7 14: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수시 “매립 용량 남아 2037년까지 가능, 주민 설득할 것”
주민지원협의체 “약속대로 이달 말 문 닫고 연장 여부 협의해야”

3월 말로 매립 시한이 종료되는 전남 여수시 만흥 위생매립장의 사용 기간 연장이 난항을 겪고 있다. 여수시가 사용 연장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면서다. 시는 새로운 매립장을 만들려면 막대한 비용이 추가로 드는 만큼 주민들을 설득해 사용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주민지원협의체는 “당초 약속대로 이달 말 문을 닫고 연장 여부를 협의하자”고 맞서고 있다. 

여수 만흥 위생매립장 전경 ⓒ여수시
여수 만흥 위생매립장 전경 ⓒ여수시

여수 만흥 위생매립장 사용 연장 협의 ‘논란’

17일 여수시에 따르면 1997년 4월 조성한 만흥 위생매립장은 이달 말까지 24년간 사용하도록 주민과 협의하고 매립에 들어갔다. 만흥 위생매립장은 가정이나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생활 폐기물을 주로 처리하며, 1년 평균 5만7000톤이 반입되고 있다. 만흥 위생매립장 사용 시한은 올해 3월로 끝난다.

그러자 여수시는 현재 전체 매립 용량 325만㎥ 가운데 213만㎥가 매립돼 68%의 매립률을 보임에 따라 앞으로 114만㎥를 더 매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주민과 협의에 들어갔다. 매립 공간이 늘어남에 따라 매립 기간도 2037년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주민지원협의체 등과 협의를 거쳐 사용 기간을 늘린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환경부도 지난 5일 여수시의 매립시설 사용 기간 연장에 대한 질의 회신에서 ‘사용 기간 연장 사항은 변경 승인 대상이 아니다’며 주민과 협의해 처리할 것을 통보했다. 환경부는 이어 “매립 용량이 남아 있어 정상 운영이 가능한 매립시설을 사용 종료하는 것은 타 폐기물 처리시설 부하 발생, 예산 낭비 등이 발생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용 종료 시점이 임박했음에도 주민지원협의체와 협의에서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민지원협의체는 만흥 위생매립장이 문을 열 당시 주민과 약속한 대로 사용 기간이 끝나면 공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홍수 만흥 위생매립장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은 “쓰레기 매립량이 해마다 줄어 여수시가 약속한 사용 기간 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며 “매립장 때문에 인근에 사는 300여 가구 주민들이 재산권 침해 등 수십년간 피해를 본 만큼 약속한 데로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여수시는 매립장 사용 기간이 정해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다른 곳에 이전하든지 방안을 모색하지 않았다”며 “매립장 사용 기간이 임박해서야 뒤늦게 주민과 협의하겠다는 것은 주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행정 불신도 협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수시는 주민지원협의체와 최근 회의를 열어 위생매립장 사용 연장 여부를 협의하려 했으나 안건조차 상정하지 못하고 끝났다. 주민지원협의체는 여수시에 협의체의 입장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건 상정을 거부했다. 

김 위원장은 “시 조례에 따라 폐기물 사전신고제도와 폐목재 반입이 제한되면서 처리비와 운송료가 인상됐는데 주민들이 쓰레기반입을 막아 인상됐다는 유언비어가 나돌아 이를 바로잡아달라고 시에 요구했다”며 “작은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 여수시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용 연장을 협의하기 힘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여수시는 여론몰이만 하고 있다”며 “권오봉 시장도 약속한 대로 3월까지 매립장 사용을 종료하고 다시 연장 여부를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수시는 주민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등 협의를 거쳐 매립장 사용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폐목재 반입 관련 내용은 일부 언론이 다루면서 주민지원협의체의 입장까지 나와 별도로 보도자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회의 일정을 잡아 매립 기간 연장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주민지원협의체가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협상의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밝히면 좋은데, 사용 기간 연장 반대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혀 답답한 것이 사실”이라며 “2037년까지 매립 여유가 있는데도 새로 매립장을 만들려면 부지선정부터 시작해 사회적 비용이 추가로 드는 만큼, 주민을 최대한 설득해 사용 기간을 연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만흥 위생매립장은 매립 가스를 활용해 연간 1890m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반입 수수료 10% 등을 모아 주민들에게 연간 2억원 정도를 주민지원 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