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가장 현실적 대안 떠오른 ‘1년 연기론’
  • 기영노 스포츠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2 10:00
  • 호수 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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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정상 개최” 언급, 현실성 떨어져…3개월·1년·2년 연기 시나리오 놓고 고심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직격탄으로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동안 올림픽을 방해했던 ‘3대 적’은 전쟁, 테러 그리고 약물복용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바이러스’라는 사상 초유의 강적이 나타난 것이다. 올림픽에 대한 바이러스의 습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때 ‘지카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았지만 무난히 선방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공격은 워낙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이고 치명적이어서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

원래 도쿄올림픽은 7월24일 개막해 8월9일까지 열리도록 돼 있지만, 지구촌을 덮친 코로나19 여파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12월말 중국 우환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2월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일부 대회나 경기의 취소와 연기 상황을 발생시키더니, 3월부터는 세계 스포츠의 중심인 미국과 유럽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취소되고, 3월27일의 개막도 연기됐다. 유럽의 프리미어리그 등 축구 5대 빅 리그가 모두 중단됐고, 미국 남자프로골프(PGA)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도 중단됐다.

3월16일 일본 도쿄의 올림픽 오륜 조형물 앞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EPA 연합
3월16일 일본 도쿄의 올림픽 오륜 조형물 앞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EPA 연합

IOC “대회 강행”, 미국의 8주 경기 중단 발표로 ‘머쓱’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3월17일 오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주재로 도쿄올림픽 국제경기연맹(33개 종목) 대표자들과 화상회의를 열었다. IOC는 18일 현재까지 전체 종목의 57%에서 선수가 선발된 상태라, 6월30일까지 선수 선발을 마친다면 7월24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개최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당장 초래할 충격과 혼란을 우선 막고 좀 더 시간을 벌기 위한 수사적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더욱이 같은 시간 미국이 앞으로 두 달(8주일) 동안 스포츠 경기가 열릴 수 없다는 결정을 하면서 커다란 변수가 생겼다. 메이저리그 개막이 6월로 연기되는 것은 물론, 미국의 올림픽 대표 선발전이 열리지 못해 아예 올림픽 출전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이 올림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절대적이다.

이제 도쿄올림픽의 운명은 셋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개최 강행이냐, 아예 취소하느냐, 아니면 연기하느냐다. 올림픽 개최 강행이나 취소는 둘 다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킨다. 개막 시점인 7월까지 코로나19가 종식되거나 획기적으로 수그러들지 않은 채로 올림픽을 강행하면, 대회에 출전할 1만2000여 명의 선수단과 100만 명에 이를 관람객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파행을 맞게 된다.

대회를 취소하면, IOC는 물론이고 중계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NBC 그리고 일본(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은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된다. 특히 일본은 2013년 도쿄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이후 6~7년 동안 최소 80조원을 쏟아 부었다. 이뿐만 아니라 개최 취소에 따른 아베 정권의 상실감과 일본 국민의 허탈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올림픽만을 바라보고 4년간 준비해 온 전 세계 선수들의 노력과 시간도 하루아침에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만다.

올림픽을 연기하는 것도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원래 계획보다 준비기간이 늘어난다면 올림픽 준비와 운영 관련 비용은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갖가지 계약 문제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올림픽 개최시기를 수개월 또는 1~2년 미루게 되면, 일본과 IOC 간 기존 ‘개최도시 협약서’를 무효로 하고 다시 새롭게 작성해야 한다. 경기장 유지와 관리, 5000가구분의 선수촌과 숙소, 교통, 각종 예약 등도 일정이 모두 바뀌면서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3월17일 도쿄올림픽의 정상적 개최에 집중할 계획임을 밝혔다. ⓒAP 연합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3월17일 도쿄올림픽의 정상적 개최에 집중할 계획임을 밝혔다. ⓒAP 연합

하계올림픽에서 절대적 영향력 갖는 美 행보 주목

그러나 대회를 강행한 후에 맞게 될지도 모르는 파행이나 대회 자체가 완전히 취소될 경우 발생할 엄청난 손실을 감안하면, 그나마 대회 연기가 가장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대회 연기 시나리오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10~11월이나 아예 1년(2021년 여름) 또는 2년(2022년 여름) 등 세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가을 개최설은 미국의 메이저리그, 북미 아이스하키리그, 유럽의 프로축구리그 등과 일정이 겹치는 것이 문제다. 도쿄올림픽 중계권을 쥐고 있는 NBC가 가장 싫어하는 시나리오여서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 물론 가을에 확실히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고 섣불리 단정 짓기도 어렵다.

현재로선 1년 연기설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대두되고 있다. 우선 미국·유럽의 프로리그와 일정이 겹치지 않는다. 역시 1년 연기를 확정한 유로대회도 6월12일 개막해 7월12일 결승전을 갖기 때문에 올림픽과 겹치지는 않는다. 내년 여름 치를 예정인 세계육상대회, 세계수영대회,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은 IOC와 각 종목 경기단체들 간 조정이 가능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대회 개최를 2년 이상 미루면,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7월 도쿄 하계올림픽,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 11월 카타르월드컵 등 메가스포츠 이벤트가 줄줄이 이어지게 된다. 또한 2024 파리 하계올림픽이 바로 2년 후에 열리기 때문에 일정이 겹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무관중 개최’도 거론하고 있으나,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이 관중 없이 치러진다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도쿄올림픽을 둘러싼 강행·취소·연기 등의 논란은 IOC와 일본, 그리고 IOC 배후의 막강 파워인 미국 등의 의견이 모아지는 방향으로 최종 결정될 것이다. 도쿄올림픽의 운명은 이르면 3월말 늦어도 5월 안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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