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은 진짜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 있을까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26 11:00
  • 호수 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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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위장관 출혈 부작용 있어 의사와 상의한 뒤 사용해야

우리 주위에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사람이 많다. 심근경색의 과거력이 있거나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은 사람이 재발 위험을 막기 위해 복용하는 경우도 있고, 심혈관질환 병력은 없지만 향후 발생 위험을 낮추기 위해 예방적으로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1897년에 개발돼 소염진통제로 오래도록 사용해 온 아스피린이 실제로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아스피린은 소염진통 효과 외에도 혈소판 기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골수에서 생성되는 혈소판은 혈관 벽의 손상 부위에 모여 혈관으로부터의 혈액 유출을 막는 지혈작용에 관여해 혈관 기능이 유지되도록 한다. 따라서 저용량 아스피린 요법은 혈전 형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반면에 위장관 등의 출혈 위험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아스피린 복용으로 인한 위장관 출혈은 흔하지는 않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저용량 아스피린 요법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에 대해 2019년 미국심장학회와 미국심장협회가 발표한 지침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이 지침에서는 아스피린 관련 연구들을 모아 심혈관질환이 없는 16만여 명을 대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 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관찰했다. 그 결과 심근경색, 뇌졸중 그리고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은 아스피린 복용군이 비복용군에 비해 11% 낮았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70세 이상은 예방적 아스피린 복용 금지

그러나 아스피린 복용군은 비복용군에 비해 뇌출혈과 위장관 출혈 발생 위험이 각각 34%와 56% 높아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출혈 위험으로 상쇄됐다. 이 연구 결과에 따라 저용량 아스피린 요법이 이득이 없고 심지어 해로울 수 있는 인구집단이 밝혀졌다. 아스피린은 지혈작용을 방해하므로 출혈의 위험이 높은 사람은 아스피린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 위장관 출혈, 소화성 궤양, 지혈 장애, 만성 콩팥질환의 병력이 있거나 소염진통제, 스테로이드,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 그리고 70세 이상 노인이 이에 해당된다.

저용량 아스피린 요법이 명백히 도움이 된다고 권고되는 대상은 심근경색의 과거력이 있거나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들이다. 이들 환자군에 대해서는 아스피린의 심혈관질환 재발 방지 효과, 즉 이차예방 효과가 충분히 입증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혈관질환 병력은 없으나 향후 심혈관질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물론 흡연자이거나 심근경색의 가족력, 조절 안 되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있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큰 40~70세 성인은 출혈 위험이 크지 않다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주치의와 상의해 저용량 아스피린 요법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출혈의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될 경우 저용량 아스피린 요법을 시작해 볼 수 있다. 사실 아스피린보다도 심혈관질환 예방에 더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금연, 절주와 함께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동반 질환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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