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토트넘과 벤투호엔 전화위복 될 수도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31 15:00
  • 호수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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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손흥민, 부상 재활 시간 벌어…무리뉴-벤투 감독 안도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스포츠계도 얼어붙었다. 축구의 경우 국내 프로축구인 K리그가 개막을 잠정 연기한 상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A매치 중단을 선언했고, 유럽과 남미는 대륙별 국가대항전인 유로2020과 코파아메리카를 1년 뒤 개최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리그와 클럽대항전도 멈췄다. 특히 유럽은 최근 확산세가 거침없어 경기는 물론이고 팀 훈련까지 중단했다.

코로나19가 절망만 준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이 긴 축구의 공백이 도약을 위한 도움닫기를 준비하는 희망의 시간일 수도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토트넘 홋스퍼와 대한민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이 대표적이다. 간판 공격수인 손흥민이 부상으로 2개월 넘는 공백이 발생할 때만 해도 향후 일정에 대한 위기의식이 만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인 긍정적 전망과 희망가가 나오는 중이다.

1월22일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노리치시티의 경기에 출전한 손흥민 선수 ⓒPA 연합
1월22일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노리치시티의 경기에 출전한 손흥민 선수 ⓒPA 연합

손흥민 부상 결장 후 1무5패로 극심한 부진 겪은 토트넘

손흥민은 지난 2월17일 애스턴빌라와의 리그 경기에서 오른팔 골절 부상을 당했다. 3년 전에도 비슷한 부위에 골절상을 입었던 손흥민은 아예 한국으로 들어와 수술을 받고 기본적인 치료와 재활을 진행한 뒤 3월초 런던으로 복귀했다. 수술이 잘 끝났다고 판단한 손흥민 측은 조기 복귀 의지를 피력했지만 변수가 있었다. 영국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한 매뉴얼을 적용해 한국에서 입국한 손흥민에게 2주간 자가격리 방침을 전달한 것이다. 손흥민은 2주간 집에서 가벼운 재활을 해야 했다. 공교롭게 이 시기에 EPL 사무국도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지난 시즌 EPL 4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의 인상적인 성과를 냈던 토트넘은 올 시즌에는 좌충우돌하고 있다. 팀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위치로 올려놓은 명장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시즌 중 전격 경질하고 조세 무리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지만 부진한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현재 토트넘은 승점 41점으로 EPL에서 8위를 기록 중이다. 챔피언스리그는 라이프치히(독일)에 1·2차전 모두 패하며 16강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리그 4위 이내에 들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는 것이 목표지만, 쉬운 상황은 아니다.

올 시즌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주 득점원의 연쇄 부상이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공격수인 해리 케인이 지난해 말 햄스트링 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며 장기 휴식에 들어갔다. 그나마 손흥민이 있어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1월부터 2월까지 7경기에서 4승3무를 기록하며 4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시기 손흥민은 6골을 넣었고 특히 부상 전까지 5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며 절정의 득점 감각을 자랑했다.

그러나 손흥민마저 부상으로 빠지자 토트넘은 급격히 무너졌다. 손흥민 부재 속에서 치른 6경기에서 토트넘은 1무5패를 기록했다. 라이프치히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2차전에서는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까지 잃었다. 총알 없는 총을 들고 전장에 나서는 기분이다”고 참담함을 표현했다. FA컵도 노리치시티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8강에서 멈춰선 토트넘은 이제 리그 순위를 최대한 올리는 것이 유일한 목표가 됐다.

손흥민의 팀 내 비중을 방증하는 또 다른 결과도 있었다. 2월 열린 5경기 중 3경기에만 나섰음에도 토트넘 구단이 자체적으로 선정하는 이달의 선수상을 차지했다. 2월 3경기에서 3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80%에 가까운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주장인 위고 요리스, 젊은 공격수 스티븐 베르바인을 가볍게 제쳤다. 이번 시즌 들어 네 번째 수상으로 팀 내 최다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토트넘이 코로나19로 인한 리그 중단 이후 반등을 꿈꾼다고 보도했다. “현재 재활 중인 손흥민과 케인이 건강을 되찾을 경우 토트넘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시즌 말미에는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토트넘은 9경기를 남겨둔 상황이고 그들이 목표하는 마지노선인 4위 첼시와는 승점 7점 차다.

최근 EPL 사무국은 잉글랜드축구협회와의 공동성명을 통해 시즌 중단 기한을 기존 4월4일에서 4월30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최소 5월부터 재개가 가능한데 이 시기면 손흥민과 케인은 정상적인 몸 상태로 경기를 뛸 수 있다. 손흥민은 자가격리를 끝내고 3월17일부터 토트넘 훈련장에 복귀해 본격적인 재활에 돌입한 상태다. 또 다른 영국 일간지 ‘이브닝스탠더드’는 “손흥민의 훈련 복귀 소식에 팬들이 기뻐하고 있다. 그가 잔여 시즌을 소화한다면 무리뉴 감독이 원하는 빅4 진입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2019년 10월23일 잘츠부르크의 황희찬이 나폴리와의 챔피언스리그 E조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볼을 다투고 있다. ⓒAP 연합
2019년 10월23일 잘츠부르크의 황희찬이 나폴리와의 챔피언스리그 E조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볼을 다투고 있다. ⓒAP 연합

월드컵 예선 연기된 ‘벤투호’도 손흥민 복귀 기다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당초 3월말에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5·6차전을 치러야 했지만 이 일정도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연기를 결정했다. 월드컵 예선은 이르면 6월 예정된 A매치 주간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A대표팀도 손흥민의 재활 경과와 경기력 회복에 긍정적인 기대를 갖는 모습이다.

3월에 벤투호는 홈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을, 원정에서 스리랑카를 상대해야 했다. 두 팀 모두 전력상 한 수 아래지만 주장이자 간판 공격수인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우려가 존재했다. 6월 혹은 그 이후에 A매치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손흥민의 합류는 문제가 없다.

손흥민뿐만 아니라 잘츠부르크의 황희찬(왼쪽 허벅지), 베이징 궈안의 김민재(아킬레스건), 감바 오사카의 김영권(오른쪽 어깨) 등 다른 주축 선수들도 잇달아 부상을 당하고 재활 중이다. 예정대로 3월 A매치를 치렀다면 벤투 감독은 많은 변수를 감안해야 했던 상황이다. 최근 월드컵 지역예선은 팀 간 전력 차가 줄어 방심할 수 없는 일정의 연속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로 H조 2위인 한국은 레바논·북한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남은 경기 전승을 거둔다는 목표다. 그 목표를 위해 축구가 없는 3월은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에게 중요한 회복의 시간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12월 A대표팀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포르투갈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며 유럽파를 체크하고 있던 벤투 감독은 2월말 입국 계획을 취소하고 귀국 일정을 미뤘다. K리그는 물론이고 전 세계 축구가 멈춘 상황에서 국내에 돌아와도 업무를 소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훈련 중단 조치까지 취해진 탓에 집에서 가벼운 개인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 중인 유럽파들의 컨디션을 수시로 점검한 뒤 4월초 국내로 돌아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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