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격전지 - 광주 서을] 천정배 생환할 수 있을까
  • 호남취재본부 이경재 기자 (sisa614@sisajournal.com)
  • 승인 2020.03.3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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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선’ 천정배 vs ‘문재인 사람’ 양향자 후보간 리턴매치
민주 vs 민생 ‘호남대첩’…千의 킹메이커론 먹힐까
호남의 전략적 선택 여부도 ‘당락(當落) 변수’

4·15 총선이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거센 공세에 야당 중진들의 생환 여부가 호남 선거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호남이 앞으로도 군웅할거 시대가 이어질지, 혹은 민주당 깃발아래 재편될지 운명이 갈리게 되는 셈이다. 이 중 호남 ‘정치 1번지’ 광주의 서구 을, 광산 갑, 북구 을 선거구는 3대 격전지로 불린다. 민생당 현역 중진 의원들과 민주당으로 공천을 받은 도전자들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 

왼쪽부터 양향자, 천정배 후보(정당 다수 의석 순) ⓒ중앙선관위
왼쪽부터 양향자, 천정배 후보(정당 다수 의석 순) ⓒ중앙선관위

광주 서구 을은 6선 천정배 민생당 의원과 삼성전자 출신 양향자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4년 만에 리턴매치로 격돌한다. 천 후보는 2015년 국회의원 재선거 때는 무소속, 2016년 총선 때는 국민의당 소속으로 나와 당선됐다. 천 후보는 ‘7선’을 노리고 틈나는 대로 지역구 행사장에 출석 도장을 찍고 있다. 천 후보는 출마의 변으로 차기 호남출신 대통령 킹메이커론을 주창한다. 자신을 선택해서 호남의 경쟁 구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친문세력의 견제를 뚫고 호남 대통령을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호남에서 연이어 국무총리가 나오고 그 한 분이 유력 대권 주자가 된 것은 4년 전 총선으로 호남이 일당 독점에서 벗어나서 정치 경쟁 체제가 됐기 때문이라는 게 천 후보의 주장이다. 그의 말이다. “이번 총선에서 호남이 과거처럼 민주당을 묻지 마 ‘몰빵’ 지지를 한다면 다시 민주당의 일당 독점으로 회귀해 민주당 실세들은 예전처럼 호남표는 무조건 자기 것으로 여기고 타 지역 인물을 대선 후보로 세울 것이다. 호남 대권 주자는 속된 말로 하면 팽 당할 것이다.”

천 후보와 다시 맞붙는 양향자 후보는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이번에는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양 후보는 ‘삼성전자 최초 여성 고졸임원’ 신화로 일찍부터 중앙 정치무대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20대 총선 당시 문재인 당대표가 1호로 직접 영입한 ‘문재인 사람’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양 후보는 20대 총선에서 천 후보에 패배했다.

와신상담.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 임명됐으나, 2019년 8월 당으로 복귀해 각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법무부장관에 임명된 추미애 장관의 당 대표 시절, 선출된 중앙당 최고위원으로서 호흡을 맞춰 당·정·청에 폭넓은 인맥이 두루 자리 잡고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서구을 지역위원장과 최근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경험은 양 후보로서는 지역 상황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양 후보는 천 후보와 ‘정치 이력서’에서 차이가 큰 만큼 총선전략도 다른 양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호남에서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전 총리를 전면에 내세워 상대적으로 낮은 지명도를 만회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천 후보 견제에도 나섰다. 양 후보는 “국회의원이든 호남 대통령의 킹메이커든 그것을 결정하는 사람은 유권자인 광주 시민”이라며 “천 후보는 민생당인 본인을 선택하면 민주당의 호남출신 총리가 대통령이 된다는 이상한 논리를 슬로건으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겉 공기’는 4년전 광주정치를 장악한 현역 의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 6일 발표한 3월 첫주(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호남권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 62% 국민의당 7% 민생당 1%를 기록했다. 한 때 호남권 의석 28석 중 23석을 차지했던 정당의 지지율로는 초라한 성적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정당지지율을 근거로 민주당 후보의 낙승을 예단하는 것은 무리다. 천정배를 비롯 박주선·박지원·정동영·유성엽 등 현역 의원 자체를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민생당의 한 인사는 “정당 간 경쟁이라기보다는 민주당과 유력 후보자간의 경합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중앙에서 지역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선 중진의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호소력을 가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광주 선거판 전체는 물론 서구 을 선거의 또 다른 변수는 호남민심의 전략적 선택 여부다. 호남이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도래하면 인물론이나 킹메이커론 모두 추풍낙엽처럼 힘을 쓸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지역정가에 밝은 한 관계자는 “미래통합당과 1당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불리하거나 경합중이라면 호남을 몰아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표가 여권에 쏠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광주 서구 을은 두 후보 외에 정의당 유종천, 국가혁명배당금당 황윤, 무소속 정광선 후보 등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유 후보는 2018년에 정의당 소속으로 서구의회 의원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체급을 올려 도전한 그의 득표력 여부도 관심사다. 황 후보와 정 후보는 이번이 첫 선거 출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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