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불문 인기 끄는 드라이브 스루 비즈니스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9 16:00
  • 호수 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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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 적용해 효과…국내 소상공인이나 음식업도 유망한 모델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국내 선별진료소가 해외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일반 진료소를 이용하면 30분 넘게 걸리던 코로나19 검사를 불과 10분 만에, 그것도 비교적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드라이브 스루는 ‘차를 탄 채로’(drive), ‘쓱 지나간다’(through)는 의미다.

이 아이디어는 국내 1번 확진자의 주치의인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의 제안을 통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바이러스 검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미국 스탠퍼드 대학병원이 이 검사 방식을 도입한 적이 있다. 물론 그때는 실험에 그치고 공식적으로 시행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다르다.

3월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시민들이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하고 있다. ⓒ뉴스1
3월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시민들이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하고 있다. ⓒ뉴스1

드라이브 스루 비즈니스 모델의 유래

익히 알려진 대로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은 역사가 꽤 깊다. 1921년 미국 댈러스에서 오픈한 피그스탠드(Kirby's Pig Stand)가 처음 도입했다. 돼지 바비큐 샌드위치와 양파링 등을 파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이다. 이 가게도 처음에는 ‘드라이브 인’ 아이디어로 시작했다가 ‘드라이브 스루’로 전환했다. 그 덕분에 불과 25만 명이 사는 지역에서 주당 5만 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레스토랑은 안타깝게도 상표권 분쟁으로 2006년 파산했다.

이후 은행에도 이 시스템이 도입됐다. 1930년에는 세인트루이스의 그랜드내셔널뱅크(Grand National Bank)가, 1959년에는 영국 웨스트민스터은행 (Westminster Bank)이 지점을 오픈했는데, 영업 종료 후에도 자동차 안에서 슬롯(slot)을 통해 입금이 가능하도록 했다.

드라이브 스루가 음식업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된 것은 패스트푸드 기업 ‘인앤아웃(In-N-Out)’을 통해서다. 햄버거와 치즈버거, 더블더블 등 세 가지를 주 메뉴로 하고 있는 이 회사는 1948년 캘리포니아 볼드윈 파크(Baldwin Park)에서 작은 햄버거 가게로 시작했다. ‘No Delay’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정확한 시간에 음식을 제공함으로써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후 웬디스(1969년), 맥도날드(1975년) 등이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을 이어 왔다. 맥도날드의 첫 번째 드라이브 스루는 1975년 애리조나의 군사시설 인근에서 시도했다. 카홉(Carhops)으로 불리는 웨이트리스가 훈련으로 지친 병사들을 위해 빠른 서비스로 대응한 것이다. 

필자가 드라이브 스루를 처음 듣게 된 것은 1982년이었다. 국제행사 대행업(PCO)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당시 동시통역사로 참여했던 독일 공영방송(ZDF) 기자는 “독일의 경우 드라이브 스루 극장이 있는데 한국에서 한번 해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이 정보가 방송을 통해 공개됐고, 이후 자유로에 자동차극장이 처음으로 생겼다.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유명해지긴 했지만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은 최근 국내에서도 업종을 불문하고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 한 교회는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자 자유로 자동차극장에서 예배를 봐 주목을 받았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의 경우 드라이브 스루의 다른 이름인 ‘드라이브 픽(Drive Pick)’ 서비스를 개시하기도 했다.

미국의 상당수 패스트푸드 체인에서는 이미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비즈니스 모델이 소매와 음식업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2010년 테스코(Tesco)가, 2012년에는 네덜란드 슈퍼마켓 체인 알버트 하인(Albert Heijn)이 온라인 고객을 위해 ‘픽업 포인트’라는 이름으로 이 모델을 도입했다.

드라이브 스루 모델이 가장 어울리는 업종은 단연 커피 전문점이다. 메뉴가 비교적 단순하고, 표준화돼 있는 데다, 테이크아웃으로 적격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술을 병째로 파는 리쿼숍(liquor shop)에서, 일본은 상당수 세탁소가 이 드라이브 스루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세탁소는 주유소와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상공인 업종 가운데 드라이브 스루를 적용하면 좋을 업종으로는 사진관, 건강식품점, 꽃집, 서점, 완구점, 유기농 식품점, 인삼 제품 소매점, 화장품 매장 등이 있다. 음식업의 경우 커피 전문점 외에 만두·떡볶이·샌드위치·순대 등을 파는 분식점과 아이스크림 전문점, 제과점, 족발집, 초밥집, 토스트 가게, 치킨 전문점 등은 당장 도입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약국에서도 이 모델을 적용하면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요즘은 상급 종합병원에서 바로 약국으로 처방전을 전송해 주는 서비스가 있기 때문인데, 이 드라이브 스루 모델을 적용하면 일단 내려서 약국을 들러야 하는 불편함이 없어질 것이다. 언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미국에서는 장례식장이나 결혼식장, 심지어 법률상담 등에도 이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을 채용한 사례가 있다.

드라이브 스루 비즈니스 모델을 채용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일단 품질 비교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이어야 한다. 표준화돼 있어 언제, 어디서 제품을 구매해도 가격이나 품질에 차이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성인용품점이나 전당포처럼 비대면 서비스가 자연스러운 업종도 고려하면 좋다. 다만 최소 4~5대의 자동차가 기다리는 데 불편함이 없는 입지여야 한다.

 

주유소와 세탁소 결합하면 효과 커 

만일 업종은 해당되나 차량 대기열을 세울 수 없는 장소라면 ‘워크업 윈도(Walk-up window)’ 비즈니스 모델을 채용해도 좋다. 워크업 윈도는 고객이 외부에서 창을 통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워킹 스루(Walking thru)’ 모델을 말한다.

다만 이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목표 고객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비중이 높거나, 늦은 밤에도 빠른 서비스가 필요할 때, 시간에 쫓기는 고객층이 많은 역 주변 횡단보도 앞 등이어야 한다.

드라이브 스루 솔루션과 액세서리는 이미 다양하게 나와 있어 도입하는 데 무리가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고객 가치사슬에서 약한 고리를 깰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이 기회에 드라이브 스루 전용앱을 개발할 스타트업 창업도 괜찮을 것 같다. 그 자체로는 시장이 크지 않지만 내비게이션 업체와의 제휴를 목표로 도전하는 전략이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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