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손실 보상액 두고 정부·병원 ‘동상이몽’
  • 이상구 시사저널e. 기자 (lsk239@sisajournal-e.com)
  • 승인 2020.04.08 10:00
  • 호수 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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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직접손실 중심으로 보상” vs 병원계 “간접손실 보상과 정책 지원 필요”

정부가 코로나19로 손실을 입은 의료기관의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르면 4월초 관련 위원회를 열고 의료기관과 금액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정부가 손실 보상을 위해 우선적으로 확보한 재원은 총 7000억원이다. 이 중 예비비는 3500억원이다. 정부는 직접손실을 중심으로 의료기관에 보상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병원계 입장은 다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난이 심각한 만큼 간접손실에 대한 보상과 함께 정책 지원도 요구하고 있어 향후 집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의료기관 손실 보상 업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 산하 보상지원반이 진행하고 있다. 배금주 보건복지부 감사관이 반장이다. 정영기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보상지원팀장을 맡고 있다. 중수본은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와 대한병원협회, 각종 기관에 공문을 보내 전국 의료기관으로부터 손실 보상 지원을 접수받은 상태다. 현재 보상 의료기관 선정과 함께 구체적인 보상 금액을 검토 중이다. 

3월30일 대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응원 메시지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3월30일 대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응원 메시지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르면 4월초 보상 의료기관 및 규모 결정

중수본은 손실 보상 의료기관을 △정부나 지자체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폐쇄명령을 내렸던 의료기관 △감염병 전담병원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운영병원 △중증질환 긴급치료 병원 등 4개 사례로 제한했다. 의료기관 손실 보상을 위해 이 같은 원칙을 반영한 구체적 산정 기준을 검토하고 있다. 조만간 손실보상심의위원회 회의를 열어 1차 지원 의료기관과 보상 금액을 확정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수본은 코로나19 관련 의료기관에 대한 손실 보상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월 중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 이해관계자 및 의료·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제2기 손실보상심의위원회도 꾸렸다. 위원회는 지난달 초 2020년 제1차 회의를 열어 공동위원장에 김강립 복지부 차관과 임태환 의학한림원 회장을 선출했다.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14명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손실 보상액 산정 기준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의료기관 경영난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중수본 보상지원팀은 대략적으로 보상액 ‘개산급’을 계산한 후 일정 비율 금액을 미리 지급한다는 구상이다. 개산급이란 지급액이 확정되지 않은 금액을 어림잡아 계산해 사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A의료기관이 입은 손실 규모가 잠정 1억원으로 추산될 때 이 중 일정 비율을 곱한 금액 수천여만원을 서둘러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영기 중수본 보상지원팀장은 “손실 보상액은 사태가 모두 종료된 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의료기관에 개산급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수본은 직접손실을 중심으로 보상을 진행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정부나 지자체가 감염병 치료를 위해 폐쇄명령을 내려 해당 기간 동안 환자를 진료하지 못했거나 기존 입원환자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됐을 때 등 명시적으로 의료기관이 손실을 입은 것이 확인된 경우여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 2015년 메르스와 비교하면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의료기관 손실 보상액은 규모가 커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의료기관 직접보상에 2660억원이 책정됐다. 하지만 해당 금액이 모두 집행된 것은 아니다. 당시 책정됐던 손실 보상 2660억원을 구체적으로 보면 예비비 160억원, 추경안 1000억원, 목적예비비 1500억원 등이다. 이 중 예비비와 추경안, 목적예비비 일부를 포함해 실제 의료기관 손실 보상에 사용된 금액은 1781억원에 불과했다. 정 팀장은 “메르스 사태 때는 여러 검토를 거쳐 필요한 예산만 집행했다. 이번에는 산정 기준에 따라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기획재정부에 요청해 더 많은 금액을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계의 입장은 다르다. 합리적 산정 기준을 통해 간접손실까지도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승열 대한병원협회(병협) 사무총장은 “산정 기준에 병원들의 직간접 손실을 모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재찬 병협 부회장도 “선별진료소 등 병원들의 직접손실은 당연하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간접손실도 정부가 보상해 줘야 한다”며 “(직접손실만 보상한) 5년 전과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병원계의 지적은 간접손실 중 일부라도 정부가 보상해 달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의료기관들은 환자들 감염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자발적으로 예산을 투입한 부분도 있는데,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한 병원계 관계자는 “5년 전에도 정부가 직접손실만 보상해 준다고 해서 병원들 불만이 적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결국 확보해 놓은 예산을 다 쓰지도 않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병원계 관계자는 “단순한 손실 보상 외에 요양급여 선지급과 금융기관 대출 지원, 장비 지원 등 정부의 여러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호소했다. 

 

병원계 “경영난 심각, 일부라도 보상해야”

이처럼 병원계가 정부의 적극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기관 경영난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병협이 최근 전국 병원 98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입원환자 수 변화 추세를 파악한 결과, 코로나 발생 초기인 1월과 2월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평균 –3.68%, -3.49% 감소에 머물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본격 유행하기 시작한 3월 들어 평균 –26.44%로 입원환자 감소폭이 급격히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규모가 작을수록 환자 감소폭도 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감소율은 –16.68%인 반면, 종합병원과 병원급은 각각 –27.05%, -34.15%로 환자 감소율이 2배 정도 차이를 보였다. 외래환자 감소폭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3월 기준 환자 수를 보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각각 상급종합병원은 26.09%, 종합병원은 23.31%, 병원급은 46.68% 감소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기관들이 무조건 보상금을 달라고 하거나 불합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에는 메르스 사태에 비해 적지 않은 규모의 예산을 확보했으니 직접손실 외에도 환자 감소나 의료기관의 감염 예방 투자 등에 대해 배려해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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