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긴급재난지원금 논란, 김상조가 책임져야”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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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책임론 제기, “靑-부처관료 균형추 역할 저버려”
“‘긴급’ 이름 붙이기 민망, 국민만 피곤한 상황”
문재인 대통령은 3월30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3월30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비상한 시기에 전혀 비상하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로 평가받는 우석훈 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이하 재난지원금)을 두고 각종 혼선과 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에 대해 ‘김상조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획재정부로 대표되는 재정당국과 청와대 사이의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 소명을 저버렸다는 이유를 들었다.

우 대표는 시사저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재난지원금이 어정쩡하게 만들어져 버렸다”면서 “국민들 입장에서는 신속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아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상한 시기에는 신속함이 생명인데, 지금 설계로는 재난지원금이 신속하게 지급되기가 어렵다”라면서 “다 망한 다음에 돈이 지급되면 무슨 소용인가. ‘긴급’이라는 표현을 쓰기 민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제시된 설계대로라면 국민들이 쉽게 수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그는 “소득 하위 70%선에 걸쳐 있는 분들이 지금 살기 편한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대통령은 중산층을 말했는데, 맞벌이 부부와 중산층 언저리에 있는 분 상당수는 수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분들이 향후 정부가 내놓을 위기 대응 정책에 매우 적극적인 반대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 망한 다음 돈 지급되면 무슨 소용인가”

그는 재난지원금 설계가 이렇게 어정쩡하게 된 이유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기획재정부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재정 지원을 하려고 한 집권여당 사이에서 청와대가 균형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리고 당정청 사이에서 정책을 조율하고 의사결정을 신속히 해야 할 책무는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있다고 했다. 

우 대표는 “기재부는 원래 재정건전성과 선별 복지를 중시하는 집단으로 관료들은 훈련받은 데로 했다. 반면 정치인들은 매일 민생 현장을 직접 가보니까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 지 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더 많은 이들에게 재정을 투입하자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면서 “그런데 지금의 혼란과 혼선을 봐라. 청와대가 판단미스를 한 것이다. 그렇게 된 데에는 김 실장이 ‘기재부의 손을 들어준 데 있다’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 대표의 이런 발언에는 기재부와 민주당이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 청와대가 제 역할을 못 하니 ‘소득 하위 70% 가구’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명확히 정하지도 못하고, 시일에 쫓겨 발표를 서둘러 하게 됐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그는 이 점이 김 실장의 최고 패착이라고 했다.

우 대표는 김 실장이 균형추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함에 따라 정책을 발표한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쏠리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그는 “정책이 힘 있게 치고 나가지 못하면서 대통령이 체면을 구기게 됐다. 국민들만 괜히 혼란을 겪고 있다”라면서 “이 위기가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 이어질 텐데 앞으로 청와대가 관련 대책을 내면 누가 그걸 신뢰하겠나.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은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는 게 맞다”고 했다. 

아울러 우 대표는 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을 한 뒤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이 위기 상황에 더 적절하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이야기대로 했으면 지금의 혼란이 없었을 것이라는 비판도 했다. 그는 “왜 다른 나라는 다 전 국민에게 지급하겠나. 사회적 불평을 줄이고, 신속성이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을 조율해야할 책임은 분명히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있고, 김 실장은 귀를 막았다”라고 주장했다. 

 

긴급재난지원금 발표 이후 혼란 가중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30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생활고를 겪는 ‘소득 하위 70% 이하’ 1400만 가구에 4인 가족 기준 최대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1인 가구는 40만원, 2인 가구는 60만원, 3인 가구는 80만원, 가구원 수가 4인 이상이면 지급액은 100만원이다. 소득 상위 30%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벼랑 끝에 몰린 민생 경제를 구하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던졌지만 오히려 정부의 재난지원금 발표 이후 국민들의 혼란과 불만은 커지고 있다. 핵심 이유는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의 기준선인 소득 하위 70%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지급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커트라인을 계산해 내려면 시간이 한참 걸린다. 정부는 재난지원금을 5월 중순 전후 지급하겠다고 했다. 당장 죽게 생긴 이들에게는 가혹한 얘기다.

이게 국민들의 불만 심리에 불을 질렀다. 정부는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결정한다는 큰 틀과 함께 부동산과 금융재산이 많은 사람들은 걸러낸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국민들은 ‘불공정’의 여지를 크게 느끼고 있다. 지원금 수령 여부에 따라 일시적인 ‘소득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특히 불과 1만~2만원의 소득 차이로 지원금을 받지 못하면 최대 100만원까지 월 소득이 역전돼 박탈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원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부 홈페이지(www.bokjiro.go.kr)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사이트가 마비되는 일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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