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택상 후보, 현대제철서 협력업체 설립 특혜 의혹
  • 인천취재본부 이정용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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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청장 낙선 후 ‘세원스틸’ 설립…직원 사망사고 후 법인 해산
새 협력업체 ‘신성이엔지’ 사외이사 맡아…아내·친형도 임원

오는 4월15일에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인천 중구·옹진·강화군 선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택상(61) 후보가 특혜를 받아 현대제철의 협력업체 ‘세원스틸 주식회사’를 설립해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 후보가 2014년에 인천 동구청장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 후 설립한 신생기업이 단번에 현대제철의 협력업체로 등록됐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이번 총선과 상관없이 관련 사실을 접했고,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하지만 총선을 불과 보름정도 앞둔 상황에서 불거진 특정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여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4월5일 오전 9시30분쯤 조 후보를 직접 만나 이런 점을 전달하고 본인의 입장을 직접 들었다. 

취재결과, 조 후보는 세원스틸을 설립해 운영하다가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세원스틸의 법인을 해산했다. 세원스틸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제철의 협력업체 지위는 새로 설립된 ‘주식회사 신성이엔지’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조 후보는 신성이엔지의 사외이사를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신성이엔지’의 사내이사는 조 후보의 아내이고, 감사는 조 후보의 친형이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신성이엔지의 현 대표이사는 조 후보의 후원회장이다. 이는 ‘신성이엔지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인천 중구옹진군강화군 선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택상 후보. ⓒ조택상 후보 공식블로그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인천 중구옹진군강화군 선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조택상 후보. ⓒ조택상 후보 공식블로그

신생 철강제품 상·하차 업체, 현대제철 협력업체로 등록

5일 시사저널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조 후보는 2014년 6월13일에 치러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정의당 소속으로 인천 동구청장에 출마했다가 재선에 실패했다.

이어 조 후보는 2014년 7월30일 자본금 500만원을 들여 현대제철 인천공장 내에 ‘세원스틸’을 설립했다. 당시 세원스틸의 감사는 조 후보의 아내가 맡았다.

세원스틸은 단번에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철강제품을 상·하차하는 협력업체로 등록됐다. 자본금 500만원짜리 신생기업이 현대제철 인천공장 내에 사업장을 둔 협력업체로 등록된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조 후보의 경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 후보는 2010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현대제철 인천공장이 들어 서 있는 인천 동구의 구청장을 지냈다.

또 1983년에 현대제철에 입사한 후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제1대 통합노조위원장을 지냈으며, 전국철강노동조합협의회 상임대표를 맡기도 했다.

인천지역 철강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등록되려면 경력이나 능력 검증이 필수”라며 “현대제철이 조 후보의 ‘전직’을 예우해 세원스틸이 협력업체로 등록될 수 있도록 밀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는 “당시 휴직상태였다가 복직신청서를 냈는데 관할 구청장을 지냈기 때문에 현대제철이 껄끄러워 했던 것 같다”며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고 협력회사를 맡으라고 해서 세원스틸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특혜가 맞지만, 어차피 5년이 되면 나가야 하는 회사였다”고 덧붙였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협력업체는 입찰공고를 통해 협력업체 심사위원회가 지정한다”며 “통상적인 절차를 거쳐 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원스틸 바통 이어받은 ‘신성이엔지’서 사외이사…아내·친형도 임원

2017년 3월16일 오후 8시28분쯤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당시 45살이던 세원스틸의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1톤이 넘는 철재 구조물을 옮기는 과정에 적재물이 떨어지지 않게 고정하는 장치가 없는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 사고로 조 후보와 세원스틸은 2017년 8월10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현대제철은 벌금 600만원, 현대제철 인천공장장은 벌금 30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세원스틸은 해산 절차를 밟았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더 이상 현대제철의 협력업체 지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조 후보의 설명이다. 세원스틸은 결국 지난해 12월3일 해산됐다.

세원스틸의 철강제품 상·하차 업무는 사고가 발생한지 4개월 후인 2017년 7월21일 설립된 신성이엔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조 후보는 “신성이엔지의 대표이사는 동구청장 후보 때부터 후원회장을 맡았던 30년 지기”라고 설명했다.

조 후보는 신성이엔지가 설립됐을 때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후 그는 한국전력기술의 사외이사를 맡으면서 신성이엔지의 사외이사에서 물러났다.

특히 조 후보의 아내와 친형이 2018년 11월13일에 신성이엔지의 사내이사와 감사로 등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사실상 조 후보가 맡았던 현대제철의 협력업체 지위를 조 후보의 지인과 가족들이 이어받은 모양새여서 실제 ‘신성이엔지의 오너가 누구냐’는 논란이 예상된다.

조 후보는 “나쁘게 보면 끼리끼리 해먹는다고 볼 수도 있다”며 “신성이엔지 대표이사가 나를 도와준 것은 맞지만, 신성이엔지의 오너는 신성이엔지의 대표이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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