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시교육청, 학교폭력 가해 학생·부모 상대 구상금청구 소송
  • 인천취재본부 주재홍·이정용 기자 (jujae84@sisajournal.com)
  • 승인 2020.04.0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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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공동불법행위자로 인정” 법원 배상 판결 불구, 가해 학생측에 구상금 청구
“보호·감독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 물을 수 없어” 주장 펼쳐

인천시교육청이 학교폭력 가해 학생과 부모들을 대상으로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유족들에게 물어준 손해배상금을 학교폭력 가해 학생과 부모들로부터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학교와 가해 학생·부모들을 모두 공동불법행위자로 판단했지만, 인천시교육청은 학교폭력 예방의 의무를 다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인천시교육청 전경. ©인천시교육청 제공
인천시교육청 전경. ©인천시교육청 제공

7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2016년 10월17일 오후 7시14분쯤 인천 동구지역 중학교에 다니던 A군이 학교폭력과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아파트 14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A군은 2016년 4월12~13일 중구지역 중학교에서 동급생 2명에게 폭행을 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이들의 폭력을 피해 동구지역의 중학교로 전학을 갔다. A군은 동구지역 중학교에서도 2016년 9월14~20일 동급생 1명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괴롭힘을 겪었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A군의 유족들은 인천시교육청과 가해 학생·부모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A군이 다녔던 중학교들을 관리·감독하는 인천시교육청과 가해 학생·부모들을 공동불법행위자로 판단했다.

특히 중구지역 중학교는 가해 핵생이 저지른 폭력의 동기를 선명하게 밝혀내기 위한 추가 조사를 벌인 적이 없고, 동구지역 중학교는가해 학생이 온 몸에 문신을 한 가해 학생의 괴롭힘을 가벼운 사이버폭력으로 판단하고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라는 비교적 가벼운 조치만 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동불법행위자들은 A군의 유족에게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22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2월7일 손해배상금 지급 지연으로 인한 이자와 가해 학생·부모들의 부담금을 포함해 약 2660만원을 A군의 유족에게 배상했다. 이어 올해 2월21일 A군의 유족에게 배상한 금액을 가해 학생·부모들에게 받아내기 위한 구상금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소장에서 “불법 행위 및 손해배상의 주 책임은 A군을 가해한 학생들에게 있다”며 “A군이 다니던 2개 중학교는 학교폭력 및 자살 예방을 위한 사전 조치를 다수의 교직원이 참여해 다각적 방안으로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군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학교에 책임이 전가될 것을 염려했다”며 “이런 점에 비춰보면, 각 학교의 교사와 인천시교육청에 보호·감독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A군이 숨진 학교폭력과 괴롭힘에 대해 인천시교육청은 전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나 마찬가지여서 학부모단체의 눈총을 사고 있다. 신준하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사무국장은 “법원이 인정한 학교폭력에 대한 책임을 인천시교육청이 회피한다면 A군의 유족에 대한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학교와 교사, 인천시교육청 등 공교육 전반에 대한 불신감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법원에서 공동불법행위 비율을 나눠주지 않아 구상금청구 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며 “책임 여부를 가려야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강한 어조로 청구 취지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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