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은 왜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하지 않을까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12 10:00
  • 호수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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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봉쇄 해제에도 팽팽한 긴장감 지속되고 있어 

4월8일 중국 중부의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0시가 되자, 수많은 사람이 열차를 타기 위해 3대 기차역으로 몰려들었다. 일부 주민은 가족·연인 등과 함께 차를 몰고 시내를 벗어나 드라이브를 즐겼다. 77일 만에 도시 전역에 내려졌던 봉쇄가 풀렸기 때문이다. 기차역에서 한 남성은 국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고향이 후난(湖南)인데 1월15일에 출장을 왔다가 이제야 집에 돌아간다”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우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건강을 증명하는 ‘건강코드 증명서’가 있는 휴대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한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지다. 그에 따라 1월23일부터 전격적으로 도시가 봉쇄됐다. 그로부터 두 달 보름 동안 우한은 비극의 도시로 변했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5만여 명에 달했고, 사망자는 25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한 주민은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치를 신뢰하지 않는다. 실제로 적지 않은 시민이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병원에 들어서기 전에 숨을 거뒀다. 또한 일부는 단순한 폐렴으로 사망 처리됐다. 이는 우한 거주자들이 각종 SNS를 통해 밖으로 전한 소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4월3일 베이징에서 열린 식수 행사에 마스크를 쓰고 참석했다. 시 주석은 이날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생활질서 회복 등을 강조했다. ⓒxinhua 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4월3일 베이징에서 열린 식수 행사에 마스크를 쓰고 참석했다. 시 주석은 이날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생활질서 회복 등을 강조했다. ⓒxinhua 연합

서양인과 아프리카 출신에 차별대우 속출

전체 확진자 수가 실제보다 축소됐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3월23일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중국 정부의 기밀문서를 인용해 “2월말까지 무증상 환자는 4만3000여 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무증상 환자란 다른 병환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나타냈지만 발열·기침 등 증상은 보이지 않았던 이들을 가리킨다. 중국은 유·무증상 환자를 구분하지 않았던 한국이나 세계보건기구(WHO)의 집계 기준과 달리, 이들을 줄곧 확진자에서 제외해 왔다. 만약 이들까지 포함한다면, 중국 내 코로나19 환자 수는 12만 명을 넘어선다.

그래서일까. 중국은 겉으로는 코로나19 이전의 평소처럼 되돌아가는 듯 보이지만, 안으로는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4월6일 중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2명이었는데, 모두 해외 입국자였다. 사망자는 관련 통계를 발표한 이래 처음으로 나오지 않았다. 4일부터 6일까지 중국은 청명절 연휴였다. 중국 당국은 중국인들에게 현장 성묘 대신 온라인으로 성묘할 것을 권장했다. 하지만 중국 전역은 성묘를 하고 봄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마침 중국 명소들이 앞다투어 ‘무료 개방’ 이벤트를 벌였던 것도 한몫했다.

이렇게 느슨해진 분위기와 달리 중국 정부는 해외 유입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날마다 증가하는 신규 확진자가 대부분 해외에서 유입된 데다, 4월7일에는 59명으로 누적 1000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첫 조치로 3월27일 밤 외국인의 기존 비자와 거류증을 모두 취소했다. 사실상 외국인의 중국 입국을 봉쇄해 버린 것이다. 이 조치는 28일 0시부터 시행됐는데, 불과 1시간 전에 전격 발표됐다. 외교부는 “경제무역, 과학기술 활동, 기타 인도주의적 사유 등으로 중국 방문이 필요한 이들은 각국의 중국 공관에 별도로 비자를 신청하라”고 공지했다.

그러나 새로 중국 비자를 받은 한국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눈 가리고 아웅 격이다. 중국은 해외를 오가는 항공편마저 대폭 줄였다. 3월29일부터 모든 외국 항공사가 한 개 노선만 중국에 취항하도록 제한했다. 이는 중국 항공사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운항 횟수를 일주일에 단 한 번만 허용했다. 해외 유입을 막기 위한 중국의 의지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언급에서도 드러난다. 4월1일 시 주석은 저장(浙江)성을 시찰하면서 “중국에서 전염병의 유행 정점은 이미 지났다”면서도 “해외 유입을 철저히 막는 것은 현재와 장기적으로 방역의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막은 건 하늘길뿐만이 아니다. 육로 출입국도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 베트남·라오스·미얀마 등과 국경을 맞댄 서남부의 윈난(雲南)성은 주민들의 출국을 전면 금지했다. 특별 허가를 받은 의료진·기술자 등만 출국토록 했다. 또한 국경 경비를 대폭 강화해 외국인의 불법 월경을 차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자국민의 입국도 바라지 않는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낸다. 4월7일 SCMP는 그 이유로, 외교부와 해외 공관이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귀국을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하라”고 권고한 점을 꼽았다. ‘귀국하지 말고 외국에 머물라’는 속내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해외 역유입에 대한 우려는 중국 내 외국인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4월1일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식당에 들어가려다 저지당한 호주인과 세차를 거부당한 캐나다인의 사례를 소개했다. 호주인은 “1980년대 베이징에 온 이래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외국인을 보면 피하고 있다”는 한 베이징 시민과의 인터뷰도 보도했다. 다만 최근 벌어지는 차별대우는 서양인과 아프리카 출신에게 집중되고 있다. 또한 일부 외국인이 벌이는 일탈을 언론매체가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또 산둥(山東)성 칭다오(青島)의 한 보건서비스센터에서는 서양인 3명이 코로나19 감염 검사 샘플 채취를 위해 줄을 서다 새치기를 했다. 주변 중국인들이 항의하면서 거친 말싸움이 일어났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나이지리아인이 병원 채혈 검사를 거부하며 간호사를 폭행했다. 모두 해당 외국인이 잘못을 저지른 것이긴 했으나, 그 보도량이 중국인의 잘못 사례와 비교하면 상당히 많았다. 필자가 확인한 결과, 중국 내 한국인이 당한 차별 사례는 없었다. 다만 2월 하순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했을 때 한국인을 표적으로 한 유언비어가 난무했던 바 있다.

 

中 정부에 대한 신뢰 이미 무너져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선언하지 않는 점이 주목된다. 물론 해외로부터 확진자 유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종식을 언급하긴 어렵다. 하지만 우한 봉쇄까지 풀리고 중국인이 일상생활로 돌아간 지금의 현실에서도 주저하는 듯한 모습이 무언가 의심쩍다. 더군다나 일부 지방정부는 다시 외출 금지령을 내리고 외부 통행을 금지했다. 4월1일부터 수일 동안 허난(河南)성 자(郟)현이 그러했다. 자현 정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주변 대도시인 정저우(鄭州)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던 것에 대한 대응조치로 보인다.

중국에서 지속되는 이런 팽팽한 긴장감은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초기 대응의 철저한 실패, 오락가락했던 확진자 범위 그리고 무언가 감추는 듯한 사망자 통계가 중국인들의 불신을 사고 있다. 실제로 3월말 우한의 여러 장례식장에서 장사진을 이룬 채 유골을 받아가는 주민들의 동영상과 사진이 퍼지면서 이런 의심을 더욱 부채질했다. 중국 언론 차이신(財信)은 한커우(漢口)장례식장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틀 동안 운반한 유골이 5000여 구”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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