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로 간 진도항 석탄재 갈등…‘다시 극한 대립으로’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4.1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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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이동진 군수·공무원 6명 검찰에 고발
고발장 분석…진도군은 왜 석탄재에 집착했나 의혹
대책위 “군수 최측근 사업 밀어주기 ‘석탄재 작전’”

전남 진도군의 진도항 배후지 석탄재 매립을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이동진 진도군수와 관계공무원 6명을 특가법상 배임죄와 직무유기죄 등 혐의로 고발했다. 석탄재를 진도항 배후부지에 반입하기 위해 위법행정을 했다는 것이다. 팽목항 석탄재 폐기물 매립 저지 진도군대책위원회(대책위)는 9일 광주지검 해남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도항(옛 팽목항) 석탄재 반입과 관련된 부정과 부패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달라”며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했다. 진도군이 ‘진도항 배후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군수 측근인 폐기물 업자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매립공사에 쓸 성토재를 당초 토사에서 석탄재 혼합공법으로 변경해 군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등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는 게 고발의 주된 사유다. 

진도항 배후지 조성사업을 알리는 입간판 ⓒ시사저널 정성환
진도 국제항 개발사업을 알리는 옥외광고판 ⓒ시사저널 정성환

고발장에 나타난 ‘진도항 석탄재 커넥션’ 

대책위가 두고 있는 의혹은 크게 네 줄기로 나뉜다. 우선 진도군이 토목설계의 기본인 ‘토취장’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착공했으며, 이는 석탄재를 반입하기 위한 고의적인 부실설계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대책위는 고발장에 석탄재를 진도항에 가져오기 위해 CQC공법으로 변경하고, 그동안 토사를 공급받아 왔던 석산을 ‘시굴조사해보니 토사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제외한 상태에서 자신들이 임의로 지정한 농경지와 국유지 등 227필지를 형식적으로 조사한 뒤 여러 가지 이유를 내세워 ‘적정 대상지 미확보’ 결정을 내렸다”고 명시했다. 그런가 하면 진도군이 토취장 조사 기간 중에 이미 석탄재 사용을 결정하고 폐기물처리 실적이 없던 관내 업체인 A사에 여수 소재 폐기물처리업체 B사와 석탄재 반입을 위한 대리점 계약을 추진토록 했다고도 지적했다. 

진도군이 국비를 편취하려 했다는 주장도 고발장에 담겼다. 군의회를 속여 석탄재 ‘하역-육상운송-처리’ 사업비 추경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고발장에 따르면 진도군은 군의회에 순성토재(토사) 설계변경 사유를 보고하면서 석탄재 27만㎥(50만톤)의 운반비 69억6500만원 가운데 하동화력발전소에서 진도항 도착까지 51억5000만원을 지원해야 하고, 하역-육상운송-처리비로 18억1500만원을 부담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군 부담금은 기성예산 13억7000만원에 추가비용 4억4500만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그러나 대책위는 당시 하동발전소 측과 폐기물업체가 맺은 계약서와 입찰안내서 등을 보면 매립석탄재는 배출시 ‘선별-선적-해상운송-육상운송-폐기물처리’까지 전 과정에 대해 국가보조금이 지원되는데도 별도로 군의회에 추경 편성을 요구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진도군이 군의회에 추경 편성을 요구하며 설명한 ‘하역-육상운송-처리비의 순수 진도군 부담’은 허위내용이라는 것이다. 

 

진도군 묵인·부실설계·국비 편취 공모 정황

팽목항 석탄재 폐기물 매립 저지 진도군대책위원회가 대책위는 9일 오전 광주지검 해남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수사’를 요청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시사저널 정성환
팽목항 석탄재 폐기물 매립 저지 진도군대책위원회가 대책위는 9일 오전 광주지검 해남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시사저널 정성환

진도군의 묵인과 폐기물 업체들의 공모 정황도 있다. 고발장에 따르면 군은 진도항 배후지에 필요한 성토재가 27만㎥라고 하면서도 반입 예상 석탄재 또한 50만톤이라고 밝혀왔다. 성토재 27만㎥는 100% 토사로 했을 때는 약 38만톤이지만 석탄재로 반입할 경우 폐기물법에 따라 흙과 1:1 혼합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석탄재 필요량은 38만톤의 절반인 19만톤에 불과하다. 그나마 4월 현재 필요한 성토재는 25㎥로 토사로는 32만톤이기에 실제 필요한 석탄재는 16만톤에 불과하다고 대책위는 주장한다. 실제 한국동서발전은 올해 2월 27일 당진시에 진도항 배후지를 배출처로 한 석탄재 12만5000톤을 배출 신고했다. 그럼에도 B업체가 진도군에 신고한 폐기물 처리 내역을 보면 30~50만톤이었다. 폐기물 1톤당 정부지원금이 1만6000원에서 2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반입과 반출량 과다 산출은 정부지원금을 받아내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대책위는 지적했다. 이는 진도군의 묵인과 폐기물업체들의 공모가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설계와 예산편성이었다는 것이다. 고의적 패소 의혹 정황도 있다. 지난 2016년 업체가 제기한 행정소송과 민사소송 1심에서 진도군이 승소 했는데도, 2심에서는 화해권고와 강제조정이 나왔고, 진도군이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재판이 마무리된 과정에 의혹이 있다고 대책위는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동진 군수의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도 고발장에 적었다. 폐기물 배출과 처리에 대한 민원은 배출업체인 한국동서발전과 폐기물업체 B사가 처리해야 한다. 그럼에도 권익위가 요구한 ‘진도군수가 민원을 이관 받아 수행할 것과 동서발전에 진도군수 명의로 석탄재 공급 요청 공문을 발송할 수 있다’는 사항에 대해 진도군수가 동의하는 공문을 보내준 것은 월권이자 권한없는 행위라는 것이다. 또 폐기물업체가 제출한 기업고충민원 내용에 상당한 허위내용이 포함돼 있고, 폐기물처리비 100억원을 받기 위해 50만톤 의무 배출 주장을 했는데도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은 ‘군수측근 밀어주기’라는 게 주민들의 시각이다. 대책위의 고발장은 이동진 군수가 설령 직접 개입하진 않았다 해도, 군수의 의중을 잘 아는 공무원들이 어쩔 수 없이 A사 대표의 사업을 도왔을 것이란 의심을 깔고 있다. 대책위 측은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석탄재 반입 결정은 이 군수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A업체 실제 운영자의 사업을 밀어주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진도군이 전액 군비가 투입되는 ‘토공’에 이 군수의 측근을 밀어주기 위해 관내 토취장을 제외하면서 ‘토사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석탄재 반입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시사저널의 입장 요구에 대해 진도군 관계자는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대로) 진도군은 전혀 잘못한 것이 없다”며 “지금은 시기상 미묘한 부분도 있는 만큼 선거 끝난 후 입장문을 내든지 인터뷰를 하든지 했으면 한다”고 말을 아꼈다. 


지금 진도에선 무슨 일이군·대책위·업체 ‘삼각 갈등’

진도항 배후지 개발사업 매립공사의 석탄재 사용을 놓고 환경파괴를 주장하는 지역 시민단체와 ‘문제가 없다’는 진도군의 마찰은 극한대립으로 빠져들고 있다. 해당 폐기물업체들은 최근 팽목마을 주민들과 대책위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맞서 대책위가 검찰에 고발하는 강수를 뒀다. 주민들은 진도군 검찰고발에 이어 진도항 배후지 사업 시공업체를 고발하고, 한국동서발전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처럼 진도군·대책위·폐기물업체가 얽히고설킨 삼각 갈등 때문에 진도항 배후지 건설공사가 좀처럼 뻘밭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진도항 배후지 조성사업 매립 예정 부지 ⓒ시사저널 정성환
진도항 배후지 조성사업 매립 예정 부지 ⓒ시사저널 정성환

진도항 배후지 매립재 석탄재 사용을 두고 진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진도군은 지난 2012년 국·도·군비 등 총 사업비 432억원 규모의 진도항 배후지 개발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2017년 완공 목표였다. 진도항과 인근 서망항에 55만 7800㎡ 규모의 배후 단지를 조성해 상업시설, 수산물가공·신재생에너지·복합해양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진도군은 이 사업의 일환으로 2016년 10월부터 2017년 3월 초까지 임회면 팽목리 일원 남북 준설토 투기장 27만㎥의 연악 지반을 개선하는 성토 공사를 추진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진도군의 갈등은 2016년 9월 토사를 석탄재로 변경을 허가하면서 시작됐다. 진도군은 토사를 구하기 어렵고 예산부담이 크다며 석탄재 매립방식으로 공법을 변경했다. 이후 배후지 조성에 필요한 38만톤의 토사 대용으로 경남 하동화력발전소에서 석탄재를 반입키로 하고, 그해 10월 25일 첫 선적분 9000톤을 반입하려 했으나 주민 반대로 실패했다. 당시 환경오염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진도군은 공사 중지와 함께 다시 매립재를 토사로 변경하도록 했다. 일단락되는 듯 보였던 석탄재 사용 문제는 시공사가 진도군을 상대로 ‘석탄재 반입 취소 결정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1심은 진도군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 재판부는 ‘석탄재가 유해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공사는 공사 지연 등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하지 않는 대신 군은 석탄재를 사용하도록 하라는 취지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했다. 진도군은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여 일정비율의 토사를 혼합한 석탄재 매립 재개에 나섰다. 진도군은 매립공사에 필요한 충분한 토사를 확보하기 어렵고, ‘석탄재가 유해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원 결정을 이유로 석탄재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반발은 격화돼 사법당국으로 옮겨 붙었다. 

장부식 팽목항 석탄재 매립저지 공동대책위원장은 “배후지 인근의 석산개발 현장에서 토사를 공급받았다면 ‘환경훼손파괴’, 공사비용 추가발생‘ 등의 논란 없이 이미 2017년에 사업이 완료됐을 것이다”면서 “문제의 핵심은 관계공무원들의 고의성이 의심되는 부실설계와 무리한 석탄재 반입 추진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석탄재 반입 추진으로 공사가 5년이나 지체되고 있고, 석탄재 사용을 위한 신공법 도입으로 공사비만 크게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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