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국회에도 ‘90년생이 온다’…21대 총선 ‘이색 당선자’
  • 박성의·구민주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4.18 10:00
  • 호수 1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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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 최연소부터 소방관 출신·형제 국회의원까지

용혜인·전용기와 더불어 ‘90년생 3인방’ 이뤄 국회 새바람 기대케 해

비례대표┃류호정 정의당 당선인

21대 국회엔 20대 국회에 전무했던 1990년대생들이 입성할 예정이다. 용혜인(30)·전용기(28)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과 정의당 비례대표 1번 류호정 당선인(27)까지 총 3명이다. 이 중 류 당선인은 비례대표 1번이라는 확실한 당선권에 자리 잡으면서 일찍이 국회 ‘막내’ 자리를 예약하고 있었다. 그는 역대 최연소 비례대표 이자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이라는 기록 역시 세웠다. 지역구 최연소 기록은 1954년 만 26세로 배지를 단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갖고 있다. 류 당선인은 20대 국회 최연소였던 김수민 미래통합당 의원의 당선 나이(29)를 2년이나 앞당겼다.

류 당선인은 대학 시절 게임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아프리카TV’ BJ로 명성을 얻으며, 졸업 후 게임업체에 입사하기도 했다. 입사 후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다가 권고사직을 당했으며, 이후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선전홍보부장으로 활동하는 등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류 당선인의 의정활동은 시작부터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당은 예상보다 못 미친 의석수로 초상집 분위기인 데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대리게임’ 의혹 등이 계속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119구조대원 출신 첫 국회의원 탄생

경기 의정부갑┃오영환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국내 첫 소방관 출신 국회의원이 됐다. 지역구 의원 중 남성 최연소이기도 하다. 정치 신인으로 지역 텃세가 유난히 강한 경기 의정부갑에 출마해 강세창 미래통합당 후보와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 문석균 무소속 후보를 예상과 달리 큰 표 차로 따돌리고 무난히 당선됐다. 그는 이제 구조장비 대신 넥타이를, 정든 '노란 비둘기'(소방관의 상징) 표식 대신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인생 2막을 연다.

오 당선인은 2010년 서울 광진소방서 119구조대원으로 소방관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 독도 헬기 추락 사고 때 실종자 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심정지나 호흡곤란으로 죽음의 문턱에 이른 환자를 응급처치로 살린 대원에게 주는 '하트 세이버(heart saver)’ 배지도 6개나 받았다.

그런 그가 국회 문을 두드린 건, 국민의 생명·안전 분야 전문가가 국회에 없다는 아쉬움에서였다. 그는 이제 꿈을 이룰 준비를 마쳤다. 오 당선인은 “사회적 약자들도 평등하게 안전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0.1%p 차가 승부 갈랐다 살얼음판 격전지의 최후 승자

인천 동·미추홀을┃윤상현 무소속 당선인

인천 동·미추홀을은 끝까지 알 수 없는 살얼음판 승부로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든 격전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대 총선에서 가장 적은 표 차로 당선된 후보는 인천 동·미추홀을에 출마한 윤상현 무소속 후보다. 윤 후보는 4만6493표를 얻어 4만6322표를 얻은 남영희 민주당 후보를 단 171표 차로 꺾고 당선됐다. 두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단 0.1%포인트다. 윤 후보가 배제된 자리에 미래통합당 공천을 받았던 안상수 후보는 1만7843표(15.57%)를 얻는 데 그쳤다.

인천 동·미추홀을은 인천의 대표적인 보수 텃밭이다. 지난 총선까지 윤 당선인이 내리 3선을 했다. 윤 당선인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통합당에서 공천 배제되자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20대 총선에서도 공천에서 배제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복당한 이력이 있다. 4선 중 두 번이 무소속 당선인 셈이다.

접전을 치른 윤 당선인은 “(저의 당선은 곧) 문재인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3년 실정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선거에서 국민은 오히려 무기력한 야권의 오만함에 회초리를 들었다“고 평가했다.

 

‘30대 청년 신인’이 쓴 대반전의 드라마

대전 동구┃장철민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21대 총선에서 반전 드라마를 썼다. 그는 총선 시작 전 대전에서 승산이 희박한 후보자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실에서 7급 비서로 일하며 정치권에 입문해 2급 상당의 원내대표 정책조정실장 자리까지 오른 이력을 갖고 있다. 지역구인 대전 동구는 대표적인 보수 텃밭으로 분류된다. 특히 경쟁자는 3선을 노리는 이장우 미래통합당 후보였다. 노련한 중견 정치인을 상대로 정치 신인이 무기력하게 패할 것이란 잿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장 당선인은 세간의 예측을 비웃듯 개표 초반부터 앞서 나가기 시작하더니 대이변을 연출했다. ‘젊은 힘 여당의 힘’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출마한 장 당선인은 51.0%의 지지율을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현역 이장우 후보를 간발의 차로 눌렀다. 이번 총선을 통해 만 36세인 장 당선인은 대전 지역 최연소 국회의원 당선인이라는 타이틀도 달게 됐다. 장 당선인은 “유세 내내 지지자들께서 초심을 잃지 말라, 겸손하면서 약속을 지켜라, 당내에서도 할 말을 하고 소신을 지키라고 신신당부하셨다”며 “이런 것들을 지키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의정활동 계획을 밝혔다.

 

고향에 깃발 꽂고 형과 함께 나란히 국회 입성

울산 울주군┃서범수 미래통합당 당선인

21대 국회에 형제가 나란히 입성하게 됐다. 부산시장을 지낸 서병수 미래통합당 부산진갑 당선인과 울산경찰청장을 역임한 같은 당 서범수 울산 울주군 당선인이다. 형제는 모두 울산 울주군에서 태어나 부모와 함께 부산으로 건너가 성장기를 보냈다. 5선에 성공한 형 서병수 당선인과 함께 나란히 배지를 달게 된 동생 서범수 당선인은 고향에서 첫 국회의원에 도전해 승리를 이뤄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치열한 접전 끝에 어렵사리 승리한 형과 달리, 서범수 당선인은 비교적 일찍부터 우세를 보이며 당선을 확정 지었다.

그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수산청(현 해양수산부) 사무관으로 일하다 1993년 고시 특채로 경찰에 입문해 울산지방경찰청장 등을 역임한 ‘경찰통’이다. 당에서는 경찰 출신 서 당선인이 국회에 들어와 검경 수사권 분리 등 문제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형제가 나란히 국회에 들어온 사례는 여럿 있었다. 이상득-이명박, 조윤형-조순형, 김윤환-김태환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형제가 모두 PK에서 당선된 경우는 처음이다. 공천 과정에서 한때 ‘형제 공천’ ‘형님 찬스’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형제는 ”당 공개 오디션을 통해 당협위원장으로 당당히 선출된 것“이라며 적극 해명하기도 했다.

 

9년 공백 딛고 컴백, '선거 불패 신화' 이었다

강원 원주갑┃이광재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관록은 여전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긴 정치 공백을 깨고 4·15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재입성한다. 강원 원주갑 선거구에 출마한 그는 박정하 미래통합당 후보를 누르고 '선거 불패 신화'를 이어가게 됐다.

이 당선인은 대표적인 친노 그룹의 핵심인사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39살의 어린 나이로 태백·영월·평창·정선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 데 이어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야당 후보로 출마해 과반이 넘는 지지를 얻으며 재선에 성공했다. 이 당선인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강원은 민주당의 불모지 중 불모지였다. 그런 곳을 이 당선인이 개척한 셈이다. 이 여세를 몰아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는 '최연소 강원지사'까지 됐다. 그러나 이듬해 1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지사직을 상실했다.

이후 이 당선인은 9년 동안 2011~13년 중국 칭화대 공공관리대학원 객원교수로 있다가 2016년 학술·정책 연구단체 '여시재'에 부원장으로 참여했다. 2017년부턴 여시재 원장으로서 국가미래전략을 세워 나갔다. 그리고 이번 21대 총선에서 다시금 배지를 달며, 여권의 잠룡으로 부상하게 됐다. 이 당선인은 “부족함이 많은 저에게 다시 일할 기회를 주신 의미를 잊지 않겠다”며 “많은 말보다 일의 결과로써 원주 시민께 드린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보수 텃밭 속 ‘파란 섬’ 세우며 민주당 첫 재선 따내

울산 북구┃이상헌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보수진영의 역대급 참패 속에서도 울산은 미래통합당 후보들의 손을 들어줬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울산 지역 6석 중 유일하게 민주당 깃발을 허용한 북구의 이상헌 당선인이 그 주인공이다. 북구는 울산에서도 자동차산업 노동자가 많아 그나마 주변에 비해 진보세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럼에도 민주당엔 험지 중 하나로 꼽혀왔다. 그런 곳에서 이 당선인은 2018년 재보선에 이어 이번에도 박대동 통합당 후보에게 승리하면서 울산 내 민주당 첫 재선 의원이 됐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44.6% 대 44.2%로 이 당선인이 아주 근소한 우세를 보였지만, 개표 중반까지 박대동 후보가 앞서 가면서 통합당의 울산 싹쓸이가 예상됐다. 그러나 점차 표 차가 줄어들더니 개표 후반 극적인 역전이 연출돼 지역구 사수에 성공하게 됐다.

그는 16대 총선에서 처음 북구 후보로 출마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후 이 당선인은 꿋꿋하게 지역에서 조직력과 지지 기반을 넓혀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당선 소감으로 “힘 있는 재선 여당 의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북구의 제2 혁신도시 유치와 공공기관 이전 등을 약속했다.

 

여론조사 결과 뒤집고 충남 최다 5선 달성

충남 공주·부여·청양┃정진석 미래통합당 당선인

역시 선거는 투표함을 열기 전까진 누구도 승패를 단정 지을 수 없는 것.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선 기존 여론조사와 사뭇 다른 결과로 후보 간 희비가 완벽하게 엇갈려 버렸다. 정진석 미래통합당 당선인은 48.6%의 득표율로 46.4%를 얻은 청와대 대변인 출신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근소한 차로 따돌리고 충남 최다선인 5선 고지에 올랐다.

정 당선인은 선거 전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에게 번번이 밀리는 것으로 나왔다. 그 때문에 이번엔 두 후보가 처음 맞붙은 4년 전 승부와는 반대의 결과가 나올 거란 관측이 많았다. 일찍이 공천이 확실시된 박 후보와 달리, 정 당선인은 당 공천 과정부터 힘겨운 출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표 전 출구조사부터 승부는 정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개표 내내 근소한 표 차로 우위를 달리던 정 당선인은 충청권에서의 민주당 압승 분위기와 청와대 출신 여당 후보들의 활약 등 여러 열세를 딛고 신승을 거뒀다. 정 당선인은 “국민의 심판에 통렬히 반성하고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지역을 도약시키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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