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복심’ 윤건영·고민정, ‘MBC 출신’ 배현진·김은혜 ‘화려한 신고식’
  • 안성모 기자 (asm@sisajournal.com)
  • 승인 2020.04.17 16:00
  • 호수 159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1대 총선 신예 정치인 대거 국회 진입…정치권 호령했던 ‘역전의 용사들’ 무대 뒤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린 21대 총선은 정치권에 세대교체 바람을 예고했다. 신예 정치인들이 선배 중진들을 물리치고 국회 입성을 준비 중인 반면, 정치권을 호령했던 역전의 용사들은 패배의 쓴잔을 들고 국회 무대에서 쓸쓸히 내려오게 됐다.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했던 ‘친문’ 인사가 대거 금배지를 달게 되면서 21대 국회에서 이들이 맡게 될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후보 15명 중 10명이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이들 중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으며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윤건영 당선인(서울 구로을)은 이른바 ‘자객공천’으로 지역구를 옮긴 3선 중진 김용태 미래통합당 의원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최측근이다.

윤 당선인은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들고 정치가 무엇을 할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후 “21대 국회는 실천적 대안들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윤건영·고민정·이수진(이상 민주당), 배현진·김은혜(이상 통합당) ⓒ시사저널 박정훈·고성준·연합뉴스
왼쪽부터 윤건영·고민정·이수진(이상 민주당), 배현진·김은혜(이상 통합당) ⓒ시사저널 박정훈·고성준·연합뉴스

판사 출신 이수진, 원내대표 지낸 나경원 꺾어

문 대통령의 ‘입’ 역할을 맡았던 고민정 당선인(서울 광진을)은 보수진영의 대권후보로 거론돼 온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꺾으며 정치인 신고식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고 당선인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한 후 청와대에 입성해 부대변인과 대변인을 역임했다.

고 당선인은 “정말 어려운 싸움이었고 힘든 순간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마지막까지 많은 분들께서 함께 손을 잡아주시고 정말 감사하다”며 “무엇보다 전국에서 함께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의원 동료들이 많아진 것에 대해서도 굉장히 기쁘다”고 밝혔다.

판사 출신으로 올해 초 민주당에 영입된 이수진 당선인(서울 동작을)은 4선 중진으로 원내대표를 지낸 나경원 통합당 의원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정치 경력은 물론 대중적 인지도에서도 밀리는 불리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당선인은 “민생법안이나 사법 개혁 법안, 정치 개혁·검찰 개혁 법안들을 앞장서서 검토하고 발의하고 의결해서 통과시키겠다”며 “법원에 판사는 적은 반면 사건은 너무 많아 심각한 상황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제1 야당인 통합당에서는 MBC 아나운서 출신인 배현진 당선인(서울 송파을)이 ‘친문’ 핵심으로 평가받는 4선 중진 최재성 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2018년 재보선에서 큰 표 차로 낙마한 후 2년 만에 펼쳐진 재대결에서 설욕에 성공했다.

배 당선인은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서 미래통합당이 아직 부족하다는 또 한 번의 반성을 한다”며 “야당답게 국민의 마음 잘 헤아릴 수 있도록 국회에 들어가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겠다. 국민 대변인으로서 국민의 마음 헤아리는 배현진이 되겠다”고 밝혔다.

MBC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은혜 당선인(경기 성남 분당갑)은 지역 현역인 민주당 김병관 의원을 상대로 신승을 거뒀다. 2014년 MBN 시사토크 프로그램 앵커로 언론사에 복귀했던 김 당선인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보수통합 과정에서 혁신통합추진위원회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김 당선인은 “보수 변화와 혁신의 국민 염원을 읽었다. 그 선두에 서겠다”며 “보수야당도 이제 세계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혁신의 파도에 올라타야 한다. 국회에 들어가면 개혁보수를 주도하는 정당인이 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천정배·정동영·박지원(이상 민생당) ⓒ연합뉴스
왼쪽부터 천정배·정동영·박지원(이상 민생당) ⓒ연합뉴스

‘호남 맹주’ 천정배·정동영·박지원 낙마

한때 한국 정치를 쥐락펴락했던 유력 정치인들 중에는 조만간 국회를 떠날 처지에 놓인 이가 여럿 된다. 특히 ‘호남 맹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장들이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무대 뒤로 내려올 처지에 놓였다.

2000년대 초반 민주당의 정풍운동을 주도하며 열린우리당 창당을 이끌었던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중 천정배·정동영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민생당 후보로 나섰다가 낙마했다. 4선을 지낸 신기남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국회를 떠나 변호사로 활동 중이며 현재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의원은 7선 고지 앞에서 민주당의 양향자 당선인(광주 서구을)에게 3배 이상의 표 차이로 맥없이 무너졌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후 2007년 여권의 대선후보로 나섰던 4선의 정동영 의원도 민주당의 김성주 당선인(전북 전주병)에게 2배 이상의 표 차이로 완패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실세로 통했던 박지원 민생당 의원도 5선 도전에 나섰지만 민주당의 김원이 당선인(전남 목포)에게 패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치 9단’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노련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박 의원이지만 민생당 간판으로 민주당 열풍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