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민주당은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를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고르게 표를 얻어 미래통합당에 완승을 거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최종 집계 결과 민주당은 지역구에서만 163석을 확보했다.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의석(17석)까지 합칠 경우 180석으로 1987년 개헌 이후 단일 정당으론 최대 의석수를 기록하게 됐다. 지난 20대 총선 때부터 시작된 민주당의 승리는 대선, 지방선거에 이어 계속되고 있다. 특정 정당이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승을 기록한 것이나, 중앙·지방권력에 의회권력까지 거머쥔 것은 우리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투표율은 66.2%로, 71.9%를 기록한 1992년 14대 총선 이후 최고치다.
20대 총선 이후 내리 4연패를 당한 보수진영이 입은 내상은 사뭇 심각하다. 그나마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은 지역구에서 105석, 비례대표에서 17석을 얻었지만 이번에 통합당은 84석,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19석을 기록해 오히려 전체적으로 19석이나 의석수가 줄었다. 우리공화당, 친박신당 등 군소 보수정당은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총선 후폭풍 5대 이슈를 짚어봤다.
“민주당 압승의 일등공신은 문 대통령이다. 마치 지난 대선을 연상케 한다.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잠룡인 정세균 총리, 이낙연 전 총리,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똘똘 뭉쳐 코로나19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었다. 문 대통령의 그립감(정국 장악력)은 계속될 것 같다.”(한 여권 관계자)
총선 후 예전처럼 여당에 원심력이 생기기는 힘들어졌다. 그 중심에 이번 선거로 원내에 입성할 청와대 참모진이 포진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당선된 청와대 참모진은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전 국정기획상황실장·서울 구로을) 당선인을 비롯해 윤영찬(전 국민소통수석·경기 성남 중원)·이용선(전 시민사회수석·서울 양천을)·정태호(전 일자리수석·서울 관악을)·진성준(전 정무기획비서관·서울 강서을)·김영배(전 민정비서관·서울 성북갑) 당선인 등이다. 고민정 전 대변인(서울 광진을)·신정훈 전 농어업비서관(전남 나주·화순)·민형배 전 사회정책비서관(광주 광산을)도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전직 청와대 참모진은 당·청 간 가교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을 키울 수 있다. 윤건영 당선인의 경우 선거기간 동안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의 이력을 적극 살리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청와대 참모 출신이 대거 국회에 들어간다는 것은 문 대통령의 레임덕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민주, 예정대로 8월 전당대회 열어
하지만 친문 성향의 청와대 참모진이 당내 세력을 구축할 경우 계파 갈등을 부추길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중심으로 한 친문세력의 대승”이라면서 “이들이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TK와 PK에서 선전해야 하는데, 호남 기반의 이낙연 전 총리로는 한계가 있다’는 논리를 펴가며 이 당선인 등 비문계와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당장 민주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를 뽑는다. 이어 내년 9월에는 대선후보를 선출한다. 올해 뽑힌 당 대표의 임기는 2022년 8월까지여서 차기 대선후보 선출에 당 대표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당권을 둘러싸고 친문계와 비문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펼쳐질 수 있으며,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방식과 과정에 있어 내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해찬 대표가 선거 후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이번에 당선된 이낙연 당선인을 비롯해 전해철·송영길·이광재·홍영표·김두관·우원식 당선인 등이 당권을 놓고 벌써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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