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폭풍] 사라진 ‘제3지대’…거대 양당 정쟁 격화될 듯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0 13:00
  • 호수 1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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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 5대 이슈⑤] 정의‧국민, 양당 체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듯

21대 총선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민주당은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를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고르게 표를 얻어 미래통합당에 완승을 거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최종 집계 결과 민주당은 지역구에서만 163석을 확보했다.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의석(17석)까지 합칠 경우 180석으로 1987년 개헌 이후 단일 정당으론 최대 의석수를 기록하게 됐다. 지난 20대 총선 때부터 시작된 민주당의 승리는 대선, 지방선거에 이어 계속되고 있다. 특정 정당이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승을 기록한 것이나, 중앙·지방권력에 의회권력까지 거머쥔 것은 우리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투표율은 66.2%로, 71.9%를 기록한 1992년 14대 총선 이후 최고치다.

20대 총선 이후 내리 4연패를 당한 보수진영이 입은 내상은 사뭇 심각하다. 그나마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은 지역구에서 105석, 비례대표에서 17석을 얻었지만 이번에 통합당은 84석,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19석을 기록해 오히려 전체적으로 19석이나 의석수가 줄었다. 우리공화당, 친박신당 등 군소 보수정당은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총선 후폭풍 5대 이슈를 짚어봤다.

지난 20대 총선의 특징이 중도진영의 확대였다면, 이번 총선은 정반대다. 진보-보수로 표심이 완전히 갈리면서 중도진영이 설 자리는 없었다. 선거 전까지 무당층 규모가 양당의 지지층과 맞먹을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지만, 실제 투표장에서 나타난 것은 민주당과 통합당 양당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뿐이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20대 국회에서 중도정치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판적 인식이 높아졌다. 이번에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거대 여당을 견제하려면 중도 제3 정당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받아든 성적표는 참혹했다.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정치로 분화됐다가 선거를 앞두고 민생당으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눈에 비친 것은 구태정치였다. 이번 선거에서 민생당은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에서조차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출구조사 결과를 보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출구조사 결과를 보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민생당이 지역구에서 한 석도 거두지 못한 것은 세대교체 없이 지역주의만을 추구하는 정당은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막판에 비례후보 순위를 놓고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당내 다른 정치세력 간에 갈등을 빚은 것도 결과적으로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정의당의 부진은 진보진영에선 뼈아프다.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은 지역구 2석, 비례대표 4석을 확보했지만 이번에는 심상정 대표만이 간신히 지역구에서 당선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의당은 심 대표 외에 선거를 이끌 마땅한 간판주자가 없다는 한계를 이번 선거에서 여실히 보여줬다. 여러모로 고(故) 노회찬 의원의 부재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지역구 선거에서 이정미 전 대표를 비롯해 추혜선·윤소하·김종대·여영국 의원 모두 낙선하면서 심상정 대표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이번에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은 모두 초선 의원이어서 다른 정당과의 원내 협상에서 노련미를 발휘하기 힘들다.

 

정의, 심상정 대표 유일한 지역구 당선

국토종단 마라톤 유세를 벌이며 바람몰이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또다시 패배의 쓴맛을 봤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국민이 바라는 중도정치는 보수-진보를 다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양측을 모두 뛰어넘는 것인데, 안 대표는 그런 점에서 아무런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당은 독자생존보다는 ‘반문(反文) 연대’를 기치로 내걸고 통합당과의 연대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안 대표가 선거기간 내내 앞으로도 통합당과 연대는 없으리라고 공언했던 것이나, 옛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 의원 모두가 이번 총선에서 낙선했다는 점을 들어 이를 당장 실행에 옮기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고 여권에 마냥 장밋빛 전망만 펼쳐지긴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앙 및 지방권력에 이어 의회권력까지 밀어줬기 때문에 여권으로선 앞으로 더 이상 야당의 발목 잡기만을 탓할 순 없는 상황이다. 다른 말로 풀이하면 앞으로 여권이 경제 실정을 만회하지 못할 경우 차기 대선이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 권력은 분점이 가능하지만, 영남과 호남이 여전히 일당독재로 흐르는 것은 우려스러운 결과”라면서 “현재로선 선거제도 개선만이 지역구도를 깨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야권은 지금과 같은 낡은 이미지를 걷어내고 새로운 모습의 보수정치를 만들어내야 할 시대적 과제가 남아 있다. 김택환 경기대 특임교수는 “독일의 집권 기민당처럼 사회적 시장주의를 기반으로 하되 국민이 골고루 잘사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보수는 2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박정희 시대에 대한 향수를 지우고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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