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참사, 미래통합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 [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1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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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민심, 통합당을 외면하다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적지 않은 정치평론가들이 놀라움을 표했다. 선거 역사에 남을 단일 정당의 압도적 승리에 대해 정치컨설턴트 및 선거전문가들이 다양한 분석을 쏟아냈다. 하지만 유권자 입장에서 이번 결과가 그리 놀랍거나 새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미래통합당에 관해 호감이나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정말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20대 총선과 달리 제3당의 존재감도 부각되지 않았던 만큼 유권자의 선택지는 사실상 더불어민주당과 통합당 둘 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합당은 지난 2월만 해도 선거 승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총선에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단호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정부의 경제 실정을 부각시켰고 조국 사태를 통한 민심 이반을 강조했으며 외교안보 불안을 가중시키는 정부의 외교를 아마추어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1월 말부터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는 정부를 비난하기에 좋은 소재로 여겼다. 중국에 대한 전면적 입국 금지 주장과 함께 초기 대응 실패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위기를 심화시켜 정부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국민에게 계속 주문하고 요청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었을 때 국민의 심판은 정부나 여당이 아닌 거대 야당인 통합당을 향해 있었다. 국민이 민주당이나 정부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 건 아닐 것이다. 분명 민주당 역시 통합당 못지않게 인재 영입 및 공천 과정에서 실책을 거듭했다. 단, 소수정당을 위해 도입한 선거구제 개편을 끝까지 거부하고 지역구 의원만 뽑는 소선거구제 유지를 주장하며 개혁에 소홀히 행동한 점, 정부와 여당의 실책만 부각시키며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정치적 혐오를 부추긴 점 등을 들어 국민은 이번 선거에서 통합당을 철저히 외면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상황실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 시사저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상황실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 시사저널

 

통합당은 왜 참사를 당했나

3년 전,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19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자유한국당은 당 차원의 개혁과 반성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들의 약속처럼 정부 및 여당에 협력할 사항은 협력하고 견제해야 할 부분은 건설적인 비판과 함께 합리적으로 견제했다면 이번 총선에서 참패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3년 간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모습을 보인 자유한국당은 선거를 두 달 앞두고 미래통합당으로 간판을 바꾼 후 미래와 혁신, 확장을 얘기하며 헌법정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위성정당을 제일 먼저 만들며 선거 질서를 교란시킨 건 통합당이었다.

통합신당준비위원회의 박형준 위원장은 출범식에서 통합당의 첫 번째 가치는 혁신, 두 번째는 확장, 세 번째는 미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천 과정에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잡음을 일으키며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가치와 신념의 확장이 아닌 세력의 확장만을 추구하다 보니 노선이 다른 안철수 대표 영입에만 힘을 쏟으며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다. 미래를 지향한다면 집권세력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선거 때 외친 ‘조국 비판’, ‘윤석열 수호’ 같은 민생과 무관한 이슈를 부각한 건 민심이반의 가속화만 초래했다.

사실 통합당의 정강 정책을 살펴보면 의미 있는 내용이 많다. 법치를 바탕으로 한 공정사회 구현, 삶의 질 선진화, 교육 백년대계 수립, 첨단기술을 토대로 한 경제발전 등 정책 방향은 합리적이고 타당한 지점이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통합당은 선거에서 교육과 경제 발전, 공정사회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훼손하기 위해 미래한국당이라는 졸속 정당을 만들어 총선을 거대 양당의 놀이터로 전락시킨 게 법치를 바탕으로 한 공정사회 구현과 무슨 상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통합당은 총선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영남을 제외한 상당수 지역에서 완패를 당했다. 이제 통합당이 살아날 길은 두 가지이다. 첫째, 그들이 말한 정당 정책에 집중하고 자신들이 내세운 미래와 혁신, 통합에 심혈을 기울인 대안 제시에 주력해야 한다. 정부 비판 등 네거티브 공세로는 민심이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둘째, 협력과 건설적인 견제를 통해 여당과 함께 국회 정상화에 노력해야 한다. 국회 정상화를 무력화시킨 데 대한 국민의 심판이 얼마나 혹독한지 이번에 제대로 느꼈을 것이다. 통합당의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든 정당의 개혁과 반성을 기대한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둬 180석 의석을 확보했다. 민주당 역시 조국 사태에서 나타난 국민적 공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인재영입 과정과 위성정당 설립 등 수많은 실책을 거듭했다. 대다수 유권자들은 통합당이 정책정당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지 않고 협치를 거부하자 민생과 개혁을 위해 단독으로라도 나서라고 표를 몰아줬을 뿐이다. 민주당의 총선 승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비롯한 선거기획자들이 거둔 승리가 아니라 국민의 답답한 심정에서 나온 승리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국민은 민주당에게 민생과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정의당 역시 이번 비례대표에서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게임업계에서도 비판을 받았던 후보를 1번으로 선정해 청년층의 외면과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정의당이 표방하는 사회적 약자와 서민의 편에 선 정치와 어울리지 않는 후보 선정으로 정의당의 도덕성에 의문 부호가 따라다녔다. 땅콩 회항 사건 때 기득권과 갑질에 맞서며 고난의 길을 걸었던 박창진 후보 등을 후순위로 배정하는 등 정의당의 상징에 부합하는 후보를 내세우지 못한 실책이 아쉬운 대목이다. 정의당이 다시 살아날 길은 정의와 도덕성을 원칙으로 한 선명성에 있다.

민주당은 과반이 훨씬 넘는 의석을 통해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도 통합당은 총선 패배 후 안철수 대표 영입만을 외치고 있다. 여전히 가치와 정책 확장이 아닌 선거 승리를 위한 세력 확장에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대표가 합류할 리 무방하며 국민의 마음이 통합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정부 및 여당과의 협력과 건설적 견제, 개혁과 반성이 없으면 그들이 말하는 미래도 통합도 결코 없을 것이다. 소멸의 길과 확장의 길, 선택은 이제 통합당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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