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만 300 대 1” 코로나 후폭풍에 알바 구하기도 힘들었다
  • 한다원 시사저널e. 기자 (hdw@sisajournal-e.com)
  • 승인 2020.04.29 14:00
  • 호수 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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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줄이기 위해 알바 줄이는 추세…기업 채용도 줄어 취준생들 ‘난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폭풍이 국내 산업 전반에 몰아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고용률은 60% 선이 붕괴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3월 취업자 수 역시 10년 만에 줄어들면서 ‘고용 쇼크’를 안겼다. 코로나19가 일자리를 강타하면서 아르바이트 경쟁률은 기본 300 대 1을 넘어선다.

기자가 실제 지난 4월20~21일 양일에 걸쳐 알바 구직 사이트에 접속해 서울 시내에 위치한 편의점, 커피전문점과 그 외 단기 일자리 15곳에 지원했다. 실제 알바 현황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위치는 기자의 집과 가까운 곳으로, 단기 알바에 지원하기 위한 이력서도 작성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기업 채용은 물론이고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 지자체 주최로 1월 열린 취업박람회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기업 채용은 물론이고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 지자체 주최로 1월 열린 취업박람회 모습 ⓒ연합뉴스

알바 15곳 지원했지만 면접 기회는 못 얻어

이력서에는 기자의 이름, 나이 등 개인정보와 함께 대학생 시절의 알바 경력을 적었다. 경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듯했다. 대부분의 구인 공고는 이력서를 요구했지만, 문자로 지원해야 하는 곳에는 “언제든 면접을 볼 수 있다”고 적어 냈다.

하지만 기자는 단 한 곳에서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 대부분 떨어진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이 지원 자체로 끝이 났다. 그중 일부는 기자를 알바생으로 고용하기에 경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한 카페 점주는 “이력서를 보내주면 면접 일자를 알려주겠다”고 해 이력서를 점주에게 전달했지만 답장은 받지 못했다. 결국 어느 곳에서도 면접을 볼 수 없었다.

‘알바 구하기 전쟁’이라는 말이 체감됐다. 20대 청년들의 경우 경력이 기자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알바 규모도 축소하고 있어 지원 기회를 찾기조차 쉽지 않다. 기자의 집 근처 편의점, 카페 등은 알바를 뽑지 않았고, 인근 지역 역시 마찬가지였다.

알바 지원 경쟁률은 여느 대기업 채용을 방불케 했다. 지원 공고가 올라오면 알바 자리 하나 꿰차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 기본 경쟁률은 300 대 1에 달했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 점주는 “보통 공고를 올리면 하루 10명 정도 지원하는데, 이번에는 공고를 올리자마자 이틀 만에 300명이나 몰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피해가 음식·숙박·시설관리 등 주로 서비스업에 집중되면서 단기 일자리에 종사하던 청년·노인 등 취업 취약계층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게들이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거나 아예 문을 닫는 바람에 단기 알바조차 구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3월 취업자는 2660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만5000명 줄었다. 2009년 5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취업자가 24만 명 감소한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청년고용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도 눈에 띈다. 지난 3월 청년 취업자 수는 23만 명이나 감소했고, 일시휴직자 역시 통계 작성 이후 3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대부분의 기업이 수시채용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도 일자리에 영향을 미쳤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국내 4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상반기 채용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조사에 응답한 기업 중 78.7%(337개사)가 올 상반기 중엔 수시채용으로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수시채용과 공채 두 가지 방식 모두 활용한다는 기업은 12.4%(53개), 공채만으로 선발한다는 기업은 8.9%(38개사)에 불과했다.

수시채용이 확대됐음에도 취준생들의 걱정은 오히려 늘었다. 대기업은 공채를 통해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는데 수시채용을 하게 되면 사실상 채용 인원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서다. 올해 취업이 목표였던 취업준비생들의 계획이 무너지면서, 이들은 아르바이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취업준비생 유아무개씨(25)는 “코로나19 때문에 어학 시험도 연기돼 기업 채용 공고가 올라와도 서류를 낼 수 없게 됐다”면서 “알바라도 하면서 생활비를 벌려고 했지만 알바 자리 구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수시채용’ 확대에 취준생들은 단기 일자리에 관심

커피전문점에서 일하고 있는 한아무개씨(26)는 “같이 일하던 알바생 3명이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그만두게 됐다”면서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반면에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곳에는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씨(36)는 “아르바이트 1명 뽑는 데 20대에서 50대까지 지원했다”면서 “예전에는 많으면 30명 지원했는데, 요새는 거의 신입 공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 준비 중인 고용종합대책에 노인 중심이었던 공공 일자리 사업 대상을 청년층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미 고용 충격이 곳곳에 퍼진 상태라,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에 적절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일시휴직자들이 그대로 실업자가 돼 경제 전체로 파장이 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여파가 관광, 숙박 등의 업종으로 번지면서 서비스업이 중심인 아르바이트 구직자에게도 큰 타격이 가해졌다”면서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현재 업계 전반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경되고 있어 알바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상태로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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