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황교안의 헛다리가 ‘야당 심판’ 만들었다”
  • 대구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7 16:00
  • 호수 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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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당 복귀하면 의원들 어르고 달랠 울타리 역할 할 것”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살아 돌아왔다. 홍 전 대표의 국회의원 당선은 이번 총선에서 또 하나의 화제였다. 2008년 18대 총선 이후 12년 만이다. 그사이 경남지사 선거에 두 번 붙고, 대통령선거에서 한 번 떨어졌다. 대선 직후 자유한국당 대표로 있을 때도 신분은 원외인사였다. 21대 국회에 입성하기 위해 지역구만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경남 양산을→대구 수성을로 세 번 바꾸는 등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홍 전 대표는 경남지사에 이어 ‘보수의 아성’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당선됨으로써 ‘영남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

지역을 대표할 만한 대선주자가 마땅히 없어 고민하던 대구는 홍 전 대표를 5선 의원으로 만들면서 다시 대선주자 반열로 끌어올렸다. 홍 대표 입장에선 이번 당선으로 부도옹(不倒翁·오뚝이)이라는 별명이 추가됐다. 4월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그는 “나는 온실 속 화초가 아닌 산야의 들꽃처럼 살았다. 이제 다시는 쓰러지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전 대표와의 인터뷰는 4월20일 대구 지역구 사무실에서 있었다. 인터뷰 당일 홍 전 대표가 입은 옷은 빨간색 니트로 여전히 그에겐 미래통합당보다 자유한국당이 더 어울렸다. 인터뷰에서 그가 미래통합당을 가리키며 쓴 말은 ‘우리 당’이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보수, 좌파 정책도 도입할 수 있어야”

5선에 성공하면서 홍 전 대표의 대선가도는 공식화됐다. 공식적으로 언제 대선 출마를 선언할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대선 출마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통합당 참패와 관련해 홍 전 대표는 “공천에 실패했고, 선거에 나서면서 대국민 메시지도 뚜렷하지 못했다. 선거는 기세 싸움인데, 선거기간 내내 여당에 끌려다녔다”고 분석했다. ‘국가 우선주의’는 앞으로 그가 대선 레이스에서 중요하게 내세울 가치다. 홍 전 대표는 “국제적으로는 대한민국 우선, 국내적으로는 국민이 우선시돼야 하며, 필요하다면 좌파 정책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보수정치인과 결이 다른 것 같다.

“지금 대다수 보수정치인은 ‘온실 속 화초’다. 스펙도 좋고…. 대한민국 주류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늘 꽃길만 걸어왔다. 그 사람들과 난 다르다.”

당선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구에 대선후보가 없다. 그러니까 대구 사람들이 나한테 기대하는 것이다.”

홍 전 대표 복당에 대해 통합당 내 이견이 있다.

“(목소리를 높이며) 내가 25년 동안 이 당(미래통합당)을 떠나본 적이 없다. 이번에 황교안 전 대표와 김형오 전 공천위원장이 쳐내니 어쩔 수가 없었다. 배제되자마자 바로 탈당하지도 않았다. 후보 등록 전에 탈당한 거다. 복당 운운하는 말 자체가 불쾌하고 무례하다.”

여전히 홍 전 대표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당의 기강을 잡으려다 보니 나를 좀 겁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지. 이제는 힘을 모아 정권을 찾아오는 게 중요한 거니까.”

당으로 돌아가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단합이다. 그동안 우리 당이 친이-친박으로 갈려 있었다. 탄핵 이후에는 탄핵파-반탄핵파로 말이다. 이제는 모든 걸 잊고 하나가 돼야 한다.”

총선 패배 요인은 뭘까.

“첫째 공천 실패다. 최근 당 핵심 간부 2~ 3명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처음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가 생기고 공천이 시작될 무렵 여의도연구원에서 황 대표에게 보고서가 갔는데, 그때 통합당 예상 의석수가 180석으로 보고됐다고 한다. 그런데 그 간부 입에서 나온 말이 황 대표가 ‘홍준표만 쳐내주면 다른 공천은 공관위에 다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메시지가 없었다. 문재인 심판론으로 갔어야 했는데, 당에서 쟁점을 김대호·차명진 후보로 삼았다. 지금까지 25년을 정치하면서 공천을 줬다 제명하는 건 처음 봤다. 그러니 문재인 심판이 아니라 야당 심판이 된 것 아니겠는가.”

황교안 전 대표와 김형오·김종인 전 위원장 등이 이번 총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가.

“한 명 더 있다. 박형준(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 김종인 위원장에게 책임을 묻긴 힘들다. 허약한 병사를 데리고 나간 장수를 일방적으로 몰아쳐서야 되겠는가.”

참패를 예상했나.

“시작 전 180석 운운하는 보고서가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보수도 뭉친 것 같다. 결국 중도층 확보가 문제였을까.

“현실정치에서 중도층이란 없다. 스윙보터(Swing Voter)일 뿐이다. 미국도 좌파가 세면 좌파로 붙는다. 우파가 세면 우파로 붙고. 이번에 보니까, 문재인 정부가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야당이 하는 걸 보니 더 기가 막히거든. 그러니 국민들이 어떻게 이 당을 믿고 투표하겠나.”

50~60대가 등을 돌렸다는데.

“선거는 기세 싸움이다. 기세가 센 곳으로 국민들은 따라오게 돼 있다. 이번에는 완전히 꺾여서 출발했다. 황 대표는 종로 출마할 때부터 질질 끌려갔다. 자기가 ‘이낙연, 한번 붙자’라고 했어야지.”

지금 야당 정치인들은 결기가 없는 걸까.

“맞다. 이겨야겠다는 의지가 없다. 일부 유튜버들은 국민·당원들을 상대로 희망고문만 할 뿐이다. 180석이나 압승한다고 떠드니. 이들은 한국 보수 우파들에게 ‘혼 팔이’하는 사람들이다.”

보수 유튜버가 보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든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보면 잘못된 것이 많다. 총선도 끝났으니 이젠 (박 전 대통령을) 풀어주는 게 맞다. MB(이명박 전 대통령)도 더 이상 (구속)하지 말아야 한다. 보복할 만큼 하지 않았나. 내가 총선 때 이런 말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정권 바뀌면 무사할 것 같으냐. 그만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준표 후보가 4월16일 새벽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선거캠프에서 지지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준표 후보가 4월16일 새벽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선거캠프에서 지지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제 복당할 생각인가.

“빨리 해야지, 당연히. 강원도 강릉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권성동 의원은 복당 신청을 했다더라. 원내대표를 하고자 하는 것 같은데, 권 의원 빼고 선거하면 정통성이 있겠는가.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가 필요하다. 그런 다음 비대위를 구성하고 전당대회를 여는 게 맞다.”

혹시 당 대표에 출마할 것인가.

“당헌상 당권-대권이 분리돼 있다. 따라서 당헌이 바뀌지 않는 한 (대표 출마는) 어렵다.”

차기 대선 도전을 기정사실화하는 건가.

“대선에 도전하기 위해 무리하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니까. 그건 그 정도로 이야기하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다른 세력과의 연대에 대해선.

“그것도 하면 좋겠지. 안철수 전 의원도 이번 총선에서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중도정치를 주장해선 국민들의 마음을 다 얻을 수 없다고 말이다.”

대통령이 되면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 대선 때 내가 내세운 구호가 ‘자유 대한을 지킵시다’였다. 나는 기본적으로 좌익-우익의 대립은 나라를 위해 좋지 않다고 본다. 정치를 시작해서 내가 견지한 것은 ‘국익 우선주의’다. 국제적으로는 한국 우선이고, 국내적으론 국민 우선이다. 국적법과 반값 아파트 법안은 내가 만들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침탈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도 한국에서 내가 제일 먼저 (도입)했다. 필요하면 좌파 정책도 도입할 수 있다. 헌법적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수는 왜 젊은 정치 신인을 못 키운 것일까.

“민주당이 밑바닥부터 올라온 신인을 키웠다면, 보수정치는 기존 인물을 데리고 와서 한 번 써먹고 버려왔다. 이번 공천에서 봐라. 전부 외부 명망가를 데리고 오지 않았나. 이게 문제다.”

만약 당으로 복귀한다면, 또 어떤 역할을 하겠는가.

“국회의원 다섯 번에, 광역단체장을 두 번 했으니 도합 7선이다. 이제는 원로급이다. 의원들을 어르고 달랠 울타리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후보 중 아까운 인물을 꼽으라면.

“인천에 출마한 전희경 의원.”

왜 그런가.

“보수우파의 정치이념을 당당하게 말하고 대여 투쟁에 앞장섰던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왜 인천으로 보냈는지…. 서울 강남으로 보냈어야 했다.”

‘정치인 홍준표’의 강점은 뭘까.

“난 나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니까.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난 산야의 들꽃처럼 살았다. 온실 속 화초처럼 살지 않았다.”

보수에선 비주류였는데, 추구하는 하나의 원칙이 있나.

“내가 살아온 과정에 잘못된 게 있다면, 4번 넘어졌는데 어떻게 오뚝이처럼 일어날 수 있었겠는가. 한 번 쓰러지면 끝나버리는 게 대부분이다. 나는 치명상을 입고 일어난 게 이번에만 다섯 번째다. 나는 언제나 당당하게 살았다.”

이번에 패배한 후배들에게 위로의 말을 한다면.

“언제나 나는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인다. 아무도 내가 양산에서 배제당하고 대구에 출마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황교안 전 대표나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가 대구로 올라오게 기회를 준 분들이다.”

“통합당 선대위, 차명진 처리 미숙했다”

차명진 미래통합당 부천병 지역구 후보 발언과 관련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그런 일이 터졌으면 ‘후보 개인의 문제다. 당의 의견은 다르다. 그 지역구에서 판단할 문제다’라며 끊었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홍 전 대표는 “그렇게 처리했다면 1단짜리 기사로 나왔을 일인데, 제명을 놓고 당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비난의 불길이 보수진영 전체로 붙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이 차 후보의 발언을 정확하게 검증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통합당의 지역별 선대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참패 원인으로 꼽았다. 조국 사태,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할 호재가 많았는데, 제대로 쟁점화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아쉬워했다. 아울러 당내 계파 간 화학적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홍 전 대표는 “헌법상 탄핵은 재심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 탄핵이 잘됐는지 잘못됐는지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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