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임 전주 김봉현, 여권 인사들 넘나들며 전방위 로비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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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핵심 이상호 전 부산 사하을 민주당 후보에 향응 접대
회사 내부 정보 미끼로 주식 투자 권유도
이상호 "동생이 나와 상의 없이 김 회장 주식을 샀다 손해를 본 것"
라임 사태 관련 뇌물 혐의 등을 받는 김 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4월18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 사태와 관련해 뇌물 혐의 등을 받는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4월18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 사태의 전말이 조금씩 드러남에 따라 검찰은 관련 수사에 적극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은 5개월간의 도피행각 끝에 4월23일 늦은 밤 검거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후 9시쯤 서울 성북구 빌라 부근에서 김 회장을 검거했으며, 뒤이어 김 회장과 같은 빌라에서 함께 도피 중이던 이 전 부사장도 검거했다. 핵심 피의자인 두 사람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수사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검찰은 지난 2월부터 강제수사에 돌입해 라임과 신한금융투자‧우리은행‧대신증권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편 라임 사태와 관련해 정치권과 연루된 첫 사례가 나왔다. 현재로선 권력형 비리인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사당국은 핵심 피의자인 두 사람을 통해 정·관계 유착 여부를 자세히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라임 사태의 배후 인물로 지목된 김 회장은 2018년 3월 친노(親盧) 인사인 김갑수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의 주선으로 이번 21대 총선에 출마했던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구 후보를 만났다. 김 회장과 이 후보 사이에는 중간 소개 역할을 한 이아무개씨와 김 전 대표 등 두 사람이 있었다. 이씨는 전직 언론인이고, 김 전 대표는 과거 친노그룹에서 활동한 정치권 인사다.

이 후보는 20년 동안 알고 지낸 김 전 대표가 소개한 동생이었기에 거리낌 없이 만남의 자리에 나갔다. 이 후보는 “갑수가 ‘아주 괜찮은 친구’라며 김 회장을 소개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김 회장과 이 후보는 2~3회 정도 더 만났다. 그 과정에서 서울 삼성동의 모 유흥주점에서 향응, 접대도 이뤄졌다. 시사저널은 이들이 2018년 4월24일 함께 유흥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을 입수했다. 이 후보는 사진 속 인물이 자신임을 인정했다.

 

김 회장, 전문건설공제조합 돈 노리고 이 후보에 접근한 듯

당시 이 후보는 전문건설공제조합 감사로 재직 중이었다. 김 회장이 이 후보에게 손을 뻗은 이유는 그가 경영에 도움을 주고 있는 스트라이커 캐피탈 매니지먼트(이하 스트라이커)가 또 다른 자산운용사인 칸서스자산운용(이하 칸서스)을 인수하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라이커는 신생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인 반면 칸서스는 다수의 대기업과 함께 국내 굵직한 M&A를 추진하던 회사였다. 그렇기에 스트라이커 단독으로 칸서스를 인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재무적 투자자(FI)로 누구를 끌어들이느냐가 관건이었는데, 그 대상을 전문건설공제조합으로 본 것이다. 김 회장으로선 이 후보가 감사라는 막강한 자리에 있었기에 공제조합으로부터 일부자금을 투자받는대 힘을 써 주리라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 회장의 이러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 후보가 김 회장으로부터 받은 로비는 이외에도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만남에서 김 회장은 이 후보에게 자신의 회사(인터불스; 스타모빌리티의 전신) 주식이 꽤 투자가치가 있다고 자랑했다. 이 후보는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당초 김 회장이 1억원 가량의 CB(전환사채) 투자를 권했다”며 “동생 등 가족들과 협의한 결과 ‘잘 모르는 것은 투자하지 말자’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 후보 측은 인터불스에 1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이와 관련해 양측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는 점은, 누가 투자에 나섰느냐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 측은 “이 후보가 회사에 대한 정보를 듣고 스스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이 후보측은 “동생이 사전에 나와 상의 없이 인터불스 주식을 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자신은 지나가는 말로 인터불스 주식에 대해 말했는데, 동생이 잘못 판단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진위야 어쨌든 투자 과정에서 논란의 여지는 분명 있다. 김 회장이 회사 내부 정보를 흘렸고 이 후보가 이러한 사실을 동생에게 전해준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후보는 내부자 정보를 활용해 주식 투자에 나섰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회사 내부 정보 미끼로 주식 투자 권유

이 후보 동생이 회사 주식을 매입한 이후 인터불스 주식은 큰 폭으로 하락한다. 김 회장 측은 “이 때부터 이 후보가 주가 하락으로 인해 큰 손해를 봤다며 강하게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 측 입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이 후보가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와 손실보전을 요구했고 결국 1억5000만원에 상당하는 금전적 보상을 했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금전적 보상이 현금인지 현금성 자산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반면 이 후보는 “동생이 ‘주식 투자로 큰 손해가 났다. 빨리 해결해 달라’고 해 김 회장에게 전화를 건 적은 있으나, 손실보전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후보 ⓒ시사저널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후보 ⓒ시사저널

또 한 가지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 이 후보 동생이 주식 투자로 손해를 본 시점은 2018년 7~8월이다.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봤음에도 이 후보 동생이 또다시 주변 돈을 끌어다가 주식 투자에 나섰다는 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이 후보는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상식적으로 주식으로 큰 손해를 봤는데도 또다시 거액의 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납득이 되질 않는다.

결국 이 일은 김 회장이 거액의 돈을 돌려주면서 마무리된다. 이 후보는 “김 회장이 3000만원 현금을 동생 계좌로 보냈으며, 동생은 이를 회사공금으로 집어넣으면서 ‘대출금(김 회장으로부터 빌린 돈)’이라고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잘못된 정보로 투자금이 손실 났고, 투자손해에 대한 항의를 했는데, 상대방이 보낸 돈을 빌린 돈이라고 표시하고 장부에 기록하면서 입금시켰다는 이 후보의 설명은 그런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물론 이후 이 후보의 동생은 김 회장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았다. 이 후보 측은 현재 김 회장이 수배돼 갚을 수 없었다는 것을 이유로 대고 있다.

 

이 후보, 자신이 대표로 있었던 회사 제품 구입 요구하기도

이 후보와 관련해 석연치 않은 점은 또 하나 있다. 2018년 추석을 앞두고 스트라이커 캐피탈의 자회사인 수원여객은 대량의 양말세트를 추석선물 세트로 구입한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자신의 동생이 운영하는 양말제조 회사(피플파워) 제품을 추천했다. 그런데 시사저널 확인결과, 2014년까지 이 후보는 이 회사의 대표이사로 있었다.

이 때 이 후보의 동생은 주식 투자로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량의 양말 구입을 종용한 것은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양말 좀 사주면 안되냐’고 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시사저널은 이 때 수원여객이 이 후보 동생에게서 구입한 양말세트 구입비는 대략 1580만원인 것을 확인했다.

정리하면, 이 후보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에 나섰고, 손해를 보자, 양말세트 구입 명목으로 손실보전에 나선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은 이 후보에게 주식투자로 큰 이익을 남겨주는 형식으로 로비를 하려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상호, 부산 사하을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이상호 후보는 이번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부산 사하을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정가에 이름이 알려진 것은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부산 대표를 맡으면서다. 17대 대선에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캠프에서도 일했다. 지난 18대 대선에선 문재인 캠프의 현장 조직을 책임진 것으로 확인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노사모 게시판에선 ‘미키 루크’라는 필명으로 활동해 화제가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 후보는 전문건설공제조합 감사에 선임돼 보은성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현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인 유대운씨는 19대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으로 활동했다. 후임 감사인 배갑상씨 역시 친노 부산파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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