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어디서 구하나” 불법 사금융 내몰리는 서민들
  • 김희진 시사저널e. 기자 (heehee@sisajournal-e.com)
  • 승인 2020.05.14 10:00
  • 호수 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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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금융권 대출 문턱 높아져...취약계층 불법 사금융 피해도 급증

코로나19 여파로 중소기업이나 영세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 당국의 기조에 맞춰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만기연장, 상환유예 등 금융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상호금융조합, 저축은행, 캐피털 등 저신용·저소득자들이 주로 몰리는 제2금융권은 대출 문턱이 오히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금융권에도 손을 벌리기 어려운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에 내몰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월25일 1000여 명의 소상공인이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3월25일 1000여 명의 소상공인이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서민들 대출 상환능력 약화 

한국은행이 지난 4월21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1분기 동향 및 2분기 전망)’에 따르면 비은행권 금융사의 올해 2분기(4~6월) 대출은 한층 깐깐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은행권 금융사의 2분기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상호금융조합 -16, 상호저축은행 -15, 생명보험사 -9, 신용카드사 -6으로 대부분 1분기보다 하락했다.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한은이 금융사 여신총괄 책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로, 대출태도지수가 0보다 낮을수록 대출받기가 그만큼 더 까다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사에 따르면 특히 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대출태도지수 전망치가 낮게 나타났다.

제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이유는 제1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신용·저소득자 등 취약차주들이 몰리는 대출창구인 까닭이다. 한은은 제2금융권 회사들이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차주의 채무 상환능력 저하, 부동산 경기 둔화 등에 대한 우려로 여신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캐피털사는 최근 신규 대출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캐피털사 역시 은행권에서 대출받을 수 없는 저신용·저소득자 및 영세 자영업자들이 주요 고객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2금융권에 취약차주들이 몰리다 보니 최근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에서 연체율이 높아질 조짐이 나타나면서 대출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차주들의 대출 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신규 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 필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우려를 표시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것은 금융권 위험관리 차원에서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방 경제가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 등 비교적 신용도가 높지 않은 서민들의 신용위험이 상당히 커져 있는 상황에서 제2금융권이 대출을 늘리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급하게 필요한 자금을 구하지 못한 취약차주들의 신용위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된 서민 및 영세 자영업자들은 제2금융권에서의 대출이 어려워지면 불법 사금융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은 최근 불법 대부업 조직인 ‘황금대부파’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이 받은 연 이자율은 최고 3만1000%, 피해자만 361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조직원들의 역할도 조직적이었다. 채무자들로부터 이자 및 원금을 타인 명의 계좌로 송금받는 ‘수금’ 요원, 대부를 희망하는 채무자들의 신상정보와 대부 희망금액 등을 파악한 후 출동요원들에게 알려주는 ‘콜’ 요원, 채무자들을 만나 직접 대부계약을 체결하고 대부금을 교부하는 ‘현장출동’ 요원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불법 대부업을 했다.

김영수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특사경 수사관을 투입해 인터넷과 모바일상 불법 대부행위에 대해 집중 수사해 왔다”며 “이들은 개인별 역할 분담을 통해 수도권 및 부산 등 전국에 걸쳐 조직적으로 대부행위를 벌였다”고 말했다.

 

3만%대 이자 뜯은 대부업 조직 검거되기도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불법사금융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피해 상담은 3만20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나 급증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미래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개인사업자 기업대출(자영업 대출) 현황 자료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3만5806명에 달한다. 이 중 95% 달하는 3만4009명은 신용 7등급 이하 저신용자였다.

같은 기간 대부업체에서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등재된 자영업자는 5961명으로 2분기 대비 28.7% 늘었다. 연 20%대 고금리를 부과하는 대부업체는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차주들이 신용카드사나 캐피털사, 이후 저축은행을 거쳐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대출 창구다. 대부업체에서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등재된 사람은 사실상 불법 사금융 시장 외에 자금 조달 방법이 없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본격화된 1분기에는 금융채무 불이행자 규모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상환능력이 떨어지면 은행을 비롯한 제도권 금융사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다. 불법 사금융 피해를 입은 이들 중 상당수는 제도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저신용자가 대부분”이라며 “실직이나 사업 악화 등으로 당장 돈은 필요하지만 돈을 빌릴 마땅한 곳이 없으니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빠지기 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함께 사용자들의 주의도 요구되고 있다. 조 연구원장은 “피해 예방을 위해선 급하다고 해서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기보다는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공하는 맞춤대출서비스 등 안정적인 창구를 통해 돈을 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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