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갈 길 먼 이낙연 대선 가도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4 14:00
  • 호수 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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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까지 필요한 3가지 카드 ‘PK·60대 이상·중도층’ 표심

총선은 끝났다. 여당의 압승이었다. 이제 바로 다음의 전국 선거는 2년 후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다.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지는 총선 전부터 최대 관심사였다. 이낙연 후보와 황교안 후보가 일전을 펼친 서울 종로 선거는 미리 보는 대선 전초전이었다. 이 후보의 낙승으로 끝났지만 2년여 뒤의 대통령선거에서도 승리하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낙연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높은 대통령 지지율로부터 비롯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1대 국회에선 여당 주도의 국회 지형이 예상된다. 그렇지만 이 모든 지표가 이 전 총리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여당(새누리당)은 비교적 높은 대통령 지지율과 3월말에 터진 천안함 폭침 사태로 낙관적 전망 일색이었다. 그렇지만 무상급식이라는 돌발 공약이 야당(민주당)을 중심으로 나오면서 전세는 역전되고 말았다. 서울시장 자리도 간신히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선거를 치렀다. 다 이겼다고 생각하는 선거도 구도가 돌변하면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

이 전 총리에게도 앞으로 2년 동안 어떤 변수가 예고 없이 찾아올지 알 수 없다. 차기 대선후보 지형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3가지 카드는 준비해 놓고 있어야 경쟁력 유지가 가능해 보인다.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이낙연 당선인이 4월16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 일대에서 시민들에게 당선인사를 하고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이낙연 당선인이 4월16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 일대에서 시민들에게 당선인사를 하고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PK·60대 이상 지지율 40% 넘기면 경쟁력 충분

이낙연 전 총리가 반드시 챙겨야 할 첫 번째 카드는 부산·울산·경남(PK) 표심이다. 유권자 규모는 수도권이 가장 많지만,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수도권에서 우위를 차지하더라도 그 다음으로 유권자 수가 많은 PK 민심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지난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는 부산에서 후보들 중 가장 많은 득표를 올렸다. 대구·경북(TK)에서 부족한 득표를 PK에서 채운 셈이다. 당선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PK에서 40% 이상 득표해야 한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총선 직후인 4월20~24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다음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이 전 총리는 전체 40.2%의 압도적 지지율을 보였지만, PK에선 35.8%였다(그림①). 현재로선 매우 높은 지지율이지만 총선 직후의 효과에 그친다면 계속 유지될까 하는 의문이 향후 나타날 수밖에 없다. PK 지역에서 아직 유력한 대선후보가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지, 이 전 총리의 경쟁력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만약 PK에서 높은 수준의 경쟁력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핵심 권력계층인 친문(親文)에서 ‛다른 주자가 당선 가능성이 더 높지 않냐ʼ는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 어느 때보다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이 전 총리지만 대권으로 가기 위해선 PK의 지지를 끌어올리고 유지시킬 묘책이 필요해 보인다.

두 번째로 이 전 총리가 준비해야 하는 카드는 ‘60대 이상’이다. 이번 총선 이후에 민주 진보화 세력의 외연 확대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이어졌던 보수 산업화 세력이 몰락했다는 전제를 깔고 말이다. 과연 그럴까. 꼭 그렇지는 않다. 역대 대통령 평가 조사를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선두에 서게 되는 맥락과 별반 다르지 않다. 즉 보수 정당은 최근 20대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젊은 세대에 대한 공략이 없었다. 사실상 보수정당은 퇴물이나 다름없는 정당처럼 여겨졌다.

유권자들에게 지금의 보수정당은 현 정권을 견제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을 담아낼 그릇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저 흘러간 유물처럼 그 가치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여당 내 차기 대선주자들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졌다. 그렇지만 보수 야당의 차기 대권후보들은 구체적으로 누가 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진보진영 후보의 ‘60대 이상’ 표심은 당선으로 가는 지름길이나 다름없다.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에서 ‘60대 이상’에서 이 전 총리는 경쟁력이 있다. 응답자 중 37%가 차기 대선후보로 이 전 총리를 거명했다. 보수진영에서 가장 유력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9%에 그쳤다.

이 전 총리의 우위가 엿보인다. 그렇지만 아직 40%를 넘지는 못했다(그림②). 민주당 진영의 후보로서 40%를 꾸준히 넘긴다면 이 전 총리의 가능성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60대인 이 전 총리가 꺼내들 중요한 카드는 ‘60대 이상’을 향한 경쟁력이다.

중도층에서 폭발적인 반응 이끌어내야

세 번째로 이 전 총리가 확보해야 하는 카드는 ‘중도층’ 경쟁력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대통령 당선자는 항상 두 개 이상의 이념에서 선두권을 유지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진보와 중도층의 앞머리에 서 있었다. 이 전 총리 역시 중도층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야 한다.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에서 중도층 지지율이 39.1%로 다른 후보들보다 2배 이상 더 높았다. 실제로 중도층 전쟁에서 승부가 판가름 났다고 볼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진보층 내에서 지지 기반을 더 다져야 하고 중도층 내에서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면 지금의 확장된 지지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그림③). 아직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펼치지도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결과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여당 대선후보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펼치기 어려웠다. 노 전 대통령이 국정수행 평가와는 상관없이 언론의 주목을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이 언론 매체의 관심을 독차지하면 대선후보들은 자신들의 플랫폼을 대내외적으로 드러내기 힘들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워낙 높고 많은 관심이 현직 대통령에게 쏟아지기 때문에 차기 대권구도가 이른 시기에 활발히 이루어지긴 어려워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지지사 역시 코로나19 극복에 대한 시민과 도민들의 눈높이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권 욕심을 서둘러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종로 지역구 선거는 미리 보는 대선 전초전에 불과했다. 실질적인 본선 경쟁은 6개월 후일지 아니면 1년 후가 될지 장담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전 총리가 반드시 챙겨야 할 3가지 카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PK 표심, 60대 이상의 마음, 중도층의 민심이다. 이제부터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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