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균 필름・살균 목걸이가 코로나19 잡는다고?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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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항균 필름은 효과 없으며 살균스틱 기체는 치명적” 

엘리베이터 버튼이나 문손잡이에 이른바 '항균 필름(테이프)'을 붙인 아파트나 공공기관이 많다. 구리 이온(CU+)이 함유돼 있다는 제품이다. 일부 업체는 구리 이온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없애준다고 홍보한다. 

그 근거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실험 결과에 두고 있다. 물체에서 바이러스가 활동을 중지하는 비활성화까지 걸린 시간은 판지 위에서 24시간, 구리의 경우 4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의 시각은 다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문진탄소문화원장)는 "첫째, 구리(CU)와 구리이온(CU+)은 다르다. NIAID가 실험한 것은 구리이고 업체가 항균 필름에 사용했다는 것은 구리 이온이다. 또 업체는 구리가 미국 EPA의 승인을 받은 유일한 항균 소재라고 주장하는데, 재차 설명하지만 구리와 구리 이온은 다르다. 구리는 고체이며 전선이나 놋쇠에 사용하지만 구리 이온은 물속에 존재하며 일상에서 우리가 접할 일은 거의 없다. 또 EPA의 승인은 거짓말이다. 그런 승인 개념이 없다. 둘째, 구리 이온의 항균 효과는 입증된 바 없다. 셋째, 그 필름이 투명한 것으로 봐서 구리 성분 자체가 없는 것 같다. 미량 있더라도 필름 안에 섞여 있어서 아무런 효과를 낼 수 없다. 결론적으로 항균 필름이라고 하는 것은 그냥 플라스틱 필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에 붙어있는 '항균 필름' ⓒ시사저널 자료
엘리베이터 버튼에 붙어있는 항균 필름 ⓒ시사저널 자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없애준다는 '살균 스틱'이나 '살균 목걸이'도 있다. 목이나 차량에 걸어두면 주변 공기를 살균한다는 제품이다. 이 제품을 구부려 부러뜨리면 그 속에 있는 물질이 섞이면서 이산화염소가 발생한다. 이 기체가 주변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한다는 원리다. 

이산화염소는 살균제로 사용하는 성분이다. 환경부는 액체 상태의 이산화염소를 손 세정제, 냉장고, 신발장, 가구, 문손잡이, 책상 등 물체의 소독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했다. 즉 액체 상태로 물체를 살균하는 물질이다. 

이 기체를 사람이 흡입하거나 눈에 닿으면 위험하다. 환경부 화학물질정보시스템은 '이산화염소를 흡입 시 치명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산화염소의 흡입독성을 경고했다. 

살균제를 기체로 방출하는 살균 스틱과 같은 제품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같은 위험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경고다. 이 교수는 "이산화염소는 액체로 사용하는 범용 살균제다. 공기를 살균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백 보 양보해서 피부 접촉까지는 허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호흡기나 눈에 닿으면 위험해진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대게는 큰 문제가 없더라도 민감한 사람이나 장시간 실내에 있는 사람에게는 위험하다. 이산화염소는 MSDS(물질 안전 보건 자료)에서도 호흡이나 섭취를 금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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