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 빠른 인간이 잘 사는 이유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20.05.0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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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풀리는 만능 생활수학》ㅣ크리스티안 헤세 지음ㅣ해나무ㅣ280쪽ㅣ1만6000원

인간은 수학적 동물이다. 만약 인류에게 수학이 없었다면 일체의 문명도 불가능했다. 사칙연산이나 피라미드의 균형을 잡는 기하학이 수학법칙으로 문자화되기 이전부터 인류의 모든 사고와 행동은 수학에서 시작해 수학으로 끝났다. 코뿔소를 향해 돌창을 던지는 것만 해도 거리와 속도, 힘의 관계부터 사냥 후 최종 분배에 이르기까지 수학이 작동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우리에게 수학이 없다면? 당장 지갑 안에 현금은 아무 쓸모 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해진다.

수학적 인간을 현재의 언어로 달리 말하면 계산이 빠른 사람이다. ‘계산 빠른 사람’이 인문학적 사회에서는 연대보다 자기 이익만 챙기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기보다 성공한 사람에 대한 질투가 담긴 것도 사실이다. 계산이 빠른 사람은 그만큼 판단이 정확하고 빠른 사람이다. 판단이 정확하고 빠른 사람과 판단이 부정확하고 느린 사람이 경쟁을 하면 누가 이길 것인지는 자명하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곧 계산이 빠른 사람일 확률이 높은 이유다.

20세기에는 ‘불법 성착취 비디오는 호환마마보다 무섭다’고 경고를 했다. 21세기에는 텔레그램의 박사방(n번방) 사건이 보여줄 예정이듯 불법 성착취 비디오는 인생낙장(人生落張)의 지름길이 됐다. 대신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21세기에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것은 치매다. 당사자는 물론 가족 모두에게 고통이다. 이 무서운 치매를 예방하는 데도 수학은 도움이 크게 된다는 것이 관련 학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경로당 어르신들께서 화투 놀이를 즐기시는 이유다. 화투 놀이의 생명은 확률에 기반한 전략적 사고, 정확한 점수와 상금(?) 계산에 있다.

《인생이 풀리는 만능 생활수학》은 제목 그대로 현실적 삶 속에서 수학적 인간, 계산이 빠른 사람이 되는 비법을 담은 참고서다. 첫째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수학’부터 마지막 ‘신의 존재 증명’까지 31가지 비법을 전수한다. 복잡한 공식이 아닌 생활 속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라 수학에 관한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이해에 아무 지장이 없다. 31개의 비법은 순열조합과 무관하므로 아무 장이나 그때그때 골라서 익히면 된다. 심지어 로또 당첨확률을 다른 참여자들보다 높이는 비법도 들어있다. 물론, 당첨 후 인생이 낙장된 잭 휘태커 씨의 사례도 친절하게 함께 제시한다.

SNS에서 나보다 친구가 많은 사람을 질투할 이유가 전혀 없는 이유도 수학에 있다. 그 사람은 내게 정보를 물어다 주는 전령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매하신 박사님’의 말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너무 많이 아는 것은 오히려 문제해결에 방해가 된다. 야구게임에서 누가 이길지 예측하는 것은 박사보다 오랜 경험이 부르는 ‘촉’처럼 주먹구구식 해결책이 더 유용할 수 있다.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 법칙이 이를 증명한다.

이 책의 30개 비법이면 인생의 모든 단면을 충분히 수학적 계산으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굳이 마지막 31번 ‘신(神)의 존재 증명하기’를 덧붙인 이유는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우리 인간을 책임져줄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학자 괴델은 ‘신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가 논리적으로 합당하지 않기 때문에 ‘신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을 해냈다. 단, 21세기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유고집 《큰 문제에 대한 간략한 대답 (Brief Answers to the Big Questions》에 “신은 없다. 하나가 전체를 지시할 수 없다”는 선언도 있기는 하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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