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대선후보? 과분한 평가… 40대도 이미 꼰대”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1 14:00
  • 호수 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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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통합당 ‘40대 대선후보’ 거론되는 김세연 의원
“백지에서 시작 안 하면 당 정상화까지 최장 10년 걸릴 것”

지난해 11월, ‘좀비’가 된 당의 해체를 주장하며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 이후 ‘실낱같은 희망으로’ 이번 총선에서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여했지만, 그 끝은 역시 “후회한다”는 씁쓸한 소회로 맺혔다. 당의 존재는 김 의원에게 늘 한숨 거리였다. “내부 총질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쇄신을 강조했지만, 당은 바뀌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총선 참패 후에도 당은 좀체 회생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헤맨다. 의원 임기를 반 개월 남긴 지금, 국회를 떠나는 소감을 “섭섭함 없이 시원하다”고 밝힌 것은 그간 쌓인 갑갑함이 이유이기도 할 테다.

김 의원은 곧 국회를 떠나지만, 앞으로 정치권에선 그의 존재가 더욱 활발히 소환될 듯하다. 내년 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시장 자리는 물론,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차기 대선의 보수진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그는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하지 않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곧장 “30대들의 활발한 진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올해로 49세인 김 의원은 “40~50대도 이미 꼰대다. 경험이 독이 될 수 있는 세대”라며 “30대에게 주도권을 빨리 넘겨 당의 밑그림을 새로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당, 누가 맡아도 차이 없을 몰락 상황…30대에 주도권 줘야”

당의 완전한 해체 후 재건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당에 ‘관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가선 알아서 변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다. 총선이 이렇게 됐는데도 당에서 지금 나오는 메시지들을 보면, 앞으로도 제대로 회생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준다. 그동안 감각기능이 너무 망가졌기 때문에, 새로 시작하지 않으면 당이 정상화되는 데 길게는 10년까지 걸릴 수 있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는 ‘김종인 비대위’가 가장 나을 것이라고도 밝혔는데.

“사실 누가 맡든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누가 이끌든 한동안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를 준비할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 김종인 비대위 내에서 현역 의원들이 원외 당무에 관여하지 않고, 30대가 주를 이뤄 당의 밑그림을 새로 그린다면 다음 스텝을 향한 대비가 더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에도 청년들의 원내 진입이 부족했다. 당이 청년 공천에 실패했다는 평가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공관위가 1월 하순에 활동을 시작했다. 체계적으로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선 최소 6개월 전에 짜여야 했다. 당은 공관위에 두 달 채 안 되는 활동기간을 주고 알아서 공천하라는 식이었다. 그 때문에 공천 신청한 분들을 대상으로 그 풀 안에서만 진행해야 했다. 공관위가 시도했던 ‘퓨처메이커(청년 정치인을 주요 수도권 지역구에 집중 배치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반론들이 제기되는 걸 안다. 험지에 청년들을 내몰았다는 건데, 민주당 다선 의원이 지키고 있는 자리에, 당장 당선이 어렵더라도 미리 들어가 다음 총선에서의 당선을 준비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최소 단축 마라톤 정도를 염두에 두고 계획한 건데 이걸 50m 단거리 달리기로 생각하고 평가하시는 것 같다.”

‘보수 개혁’을 외친 의원들이 상당수 원외로 가게 돼 개혁의 목소리가 되레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 그래도 개별적으로 만나봤을 때, 모든 당선인을 다 파악하진 못했지만 최소 4~5명 개혁보수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가진 분이 있는 것 같다. 이분들이 목소리를 내주시리라 믿는다.”

당내 극우와 개혁보수 목소리가 혼재돼 통합이 되지 않는 느낌이 여전하다.

“긍정적으로 보면 스펙트럼이 넓어진 건데, 그 넓어진 스펙트럼에서 관점의 분포가 고루 분산돼 있는 게 아니라 극단적 관점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점만 봐도 당이 서둘러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당을 향한 비판이 되레 당내 에너지를 분산시킨다는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현 상황에서 당의 수습이 가능하다고 보는 관점에선 (내가) 자꾸 듣기 싫은 얘기를 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내가 볼 땐 지금대로 가면 생존이 어려울 거라 보기 때문에, 당이 존폐 기로에 서 있다는 경각심을 계속 일깨워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정은 신변 이상설’을 주장한 태영호·지성호 당선인의 사과를 당 내에서 가장 앞서 요구했는데.

“두 분은 대북 정보력에 있어 많은 신뢰와 기대를 받은 분들이었으니 그 기대에서 빗나간 데 대해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들에 대해 민주당이 여러 요구를 하며 상당히 ‘오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누구보다 북한 내부 정보에 정통한 분들인데, 그 전문성이 가장 높이 요구되는 상임위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상임위 배정에 대해 그리 말하는 건 ‘내정간섭’이다. 징계까지 요구하는데 민주당의 오만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란 생각이다. 서울에 안 가본 사람들이 숭례문을 관리하다 온 사람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격이다.”

부산시장 출마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어떤 고민이 남아 있나.

“고민이 남았다기보다 아직 고민을 시작조차 하지 않아 그렇게 말한 것이다. 아직 임기 중에 있고, 의원 자리를 물러난다는 생각만 했기 때문에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차차 생각해 보려 한다.”

시장직뿐 아니라 대권에 대한 언급도 있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말한 ‘경제를 잘 아는 70년대생 대선후보’에 대표적으로 거론되는데.

“과분한 생각을 해 주신 것 같고 스스로 그런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대권) 또한 12년 동안 공직에서 일하고 곧 물러나는 상황에서 그 후 일에 대해 뭐라 말하기가 입장이 대단히 여의치 않다. 이해해 달라.”

홍정욱 전 의원과 같이 비교되곤 한다.

“18대 때 의정활동 같이 한 친분이 있다. 훌륭한 분이다.”

두 사람이 젊은 보수 리더로서 최근 함께 자주 언급되는데.

“가급적 주도권을 30대에게 빨리 넘겨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배워 따라가려면 이미 너무 늦는다. 배우지 않아도 알고 있는 30대가 활발히 진출해야 한다. 그들이 보기엔 40~50대인 우리도 이미 꼰대다. 40대도 이미 시대 변화를 따라가기 벅찬 상황에서, 기득권에 더 연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남기고 떠나기 아쉬운 의정활동이 있다면.

“이순신 장군 정신을 보급·확산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 중이었는데 다른 위인들과의 형평성 등 문제 때문에 진척이 안 됐다. 상임위(보건복지위)에선 뇌전증 지원법이나 시청각 동시장애를 가지신 분들을 돕는 지원법 처리가 아직 안 돼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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