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역설…관광업이 내수 살릴까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1 16:00
  • 호수 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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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 제재로 국내 관광 활성화 조짐…“지자체·관광업계에 새로운 기회”

방역 위기는 전화위복의 계기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늘길이 막힌 가운데, 내국인들이 국내 관광지로 몰리고 있다. 방역 당국으로선 긴급사태다. 반면에 지자체와 관광업계에서는 새로운 기회라는 주장이 나온다. 

5월6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황금연휴인 지난 4월29일부터 5월5일까지 일주일 동안 제주를 찾은 내국인은 19만553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외국인 관광객은 600명에 그쳤다. 내국인이 제주 관광을 전적으로 이끈 셈이다. 

전체 수치는 감소했다. 외국인을 포함한 전체 관광객 수(19만6138명)는 작년 대비 37.8%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연휴 전 제주도관광협회가 예상한 17만9000여 명보다 7.8% 증가했다. 양성우 제주종합관광안내센터장은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라며 “코로나로 인해 3개월간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이제야 내수 증진을 기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황금연휴를 하루 앞둔 4월29일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금연휴를 하루 앞둔 4월29일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상치 웃돈 제주 관광객…”상당히 고무적”

제주 관광은 2016년 호황기를 맞았다. 그해 방문객이 역대 최고치인 1585만 명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이듬해 터진 사드 여파가 침체의 늪으로 끌어들였다. 2017년 방문객은 1483만 명, 2018년에는 1431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엔 1502만 명으로 증가하며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 

당장 외국인 관광객의 급감이 우려된다. 제주관광공사가 4월23일 시내면세점 사업에서 손을 뗀 것도 이에 따른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면세점 사업은 4년 전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하지만 그사이 혈세를 먹여 키워야 했고, 결국 황금은커녕 154억원의 적자만 안게 됐다.

이 상황에서 내국인의 유입은 경제적 측면에서 나쁠 게 없다. 제주도가 내국인 관광객으로부터 얻는 수익은 도민 경제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외국인들의 지출은 주로 면세점에 집중돼 도민에게 돌아오는 몫이 적기 때문이다. 2018년 제주도가 외국인으로부터 번 수입 중 면세점을 포함한 소매업 분야가 1조723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외국인 수입액의 68%다. 그 밖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수입도 대기업 배만 불려준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관광객으로 붐빈 곳은 제주도만이 아니다. 설악산, 오대산, 치악산 등 국립공원에는 부처님 오신날(4월30일) 하루 동안 2만여 명이 몰렸다. 이번 연휴 동안 강릉과 속초 지역 숙박업소 예약률은 97%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충남 서해안 최대 규모 리조트인 한화콘도(300실)는 4월30일~5월3일 방이 꽉 찼다. 

도시재생을 연구해 온 최원철 한양대 특임교수는 “코로나는 내수관광 활성화에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자국 여행자들 중 내수관광객이 85% 이상이기 때문에 한국의 불매운동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면서 “내수관광이 성장해야 국내 관광자원이 발달하고 해외 리스크에도 잘 대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국 관광 활성화는 얼어붙은 내수를 녹일 불씨가 될 수 있다. 내수경기의 대표적 지표인 소비자물가는 4월에 104.95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0.1%밖에 오르지 않았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줄어 물가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4월 말부터 관광지로 떠난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향후 상승폭 확대가 기대된다. 

“내수 증진 기회”…내국인 의존 경계론도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도 소비의 둑이 관광 분야에서 터졌다. 지난 4월초 중국 청명절 연휴 동안 자국 관광수입은 하루 평균 27억 위안(4600억원)으로 조사됐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노동절 연휴(5월1~5일)를 맞았다. 당시 첫 4일 동안 중국 관광수입은 하루 평균 108억 위안(1조8500억원)을 기록했다. 한 달 만에 4배가 늘어났다. 홍콩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복성 소비’에 나선 여행객들이 코로나의 족쇄를 벗어던지면서 중국 관광을 촉진했다”고 표현했다. 

다만 경기 회복을 내국인 수요에 의존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방 관광지와는 달리 해외 관광객이 주로 찾는 수도권 호텔은 한산하기 때문이다. 그랜드워커힐서울은 본격적인 연휴가 시작된 4월23일부터 객실 영업을 한 달 동안 중단했다. 파크하얏트서울도 6월8일까지 전체 휴업에 들어갔다. 

현행법상 외국인 관광객만 받을 수 있는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도 휘청거리고 있다. 서울 역삼동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임아무개(37)씨는 “두 달째 수입이 제로(0)”라며 “운영자 모임에 가보면 폐업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또 내국인의 관광지출과 외국인으로부터의 관광수입이 동반 하락해 관광수지 개선도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4년째 관광수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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