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속 터지는데…학생들은 “학교 안 가면 땡큐”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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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發 코로나로 또 등교 연기…울상 된 학부모들
일부 학생들은 “학교 안 가서 좋아요”
초등학교 입학 시즌이 다가오면서 각종 준비물과 학원 비용이 늘어나면서 학부모들의 부담도 커졌다. ⓒ 연합뉴스
등교하는 초등학생의 뒷모습 ⓒ 연합뉴스

“학교 안 가서 너무 좋은데?”

코로나19 여파로 등교 개학이 일주일씩 연기되자 고등학교 1학년인 문아무개군이 내뱉은 말이다. 경기도 양평에서 학교를 다니는 문군은 “학교 다닐 때보다 늦게 일어나도 되고 지금 몸이 너무 편하다”면서 “등교가 늦춰져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학 연기 때문에) 입학식도 못하고 새 친구들을 아직 못 사귀어서 아쉽긴 하지만 학교 안 가는 기쁨이 더 크다”면서 “계속 (학교에) 안 나가면 좋겠다”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정아무개양도 “학교 안 나가는 지금이 더 좋다”고 말했다. 등교 연기가 대학 입시에 영향을 주진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어차피 정시 준비에 매진하고 있는 상태여서 등교 여부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정양은 “학교 다니면서 쓸 데 없이 소모되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어서 좋다”면서 “괜히 등교해서 감염될까봐 걱정하는 것보다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에서 학교를 다니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 조아무개군의 생각은 다르다. 조군은 “학교에 못 가서 너무 심심하다”면서 “빨리 등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와 연락한 13일, 원격 수업이 끝난 이후 동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만나 한바탕 놀기로 했다. 학교에 가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도 있는데 걱정되진 않느냐는 질문에 조군은 “건강하니까 (감염이 되더라도) 죽지는 않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그러면서 “집에서 형이랑 싸우는 것보다 학교에 가는 게 3000배는 낫다”고 말했다.

 

등교만 손꼽아 기다렸는데…다시 터진 코로나19에 난감해진 학부모들

등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가장 답답해진 사람은 다름 아닌 학부모다. 인천시에서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생 자녀를 키우는 조아무개씨는 “등교 개학 일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태원 사태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면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아이들의 안전이 또 위협받게 됐다”면서 “이제 등교 하라고 해도 걱정돼서 못 보낼 것 같다”고 토로했다. 

유아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더욱 곤욕스럽다. 경기도 포천에서 4살과 6살 아이를 키우는 신아무개씨는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고 5개월 동안 아이들과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아파트 단지를 산책한 것 이외에는 바깥을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신씨는 “아이들이 지겹지 않게 최대한 재밌는 놀이를 함께 하려고 애썼는데, 이제는 놀이감이 다 떨어졌다”면서 “내일은 또 무엇을 하고 놀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머지않아 코로나19가 종식될 줄 알았는데 이태원 사태 때문에 또 일이 커졌다”면서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한편 이태원 클럽에서 비롯된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인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등교 수업이 일주일씩 연기됐다. 당초 오는 13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순차적으로 등교 개학할 예정이었지만, 고3은 20일, 고2·중3·초등1~2학년과 유치원생은 27일, 고1·중2·초등 3~4학년은 다음달 3일, 중·초등 5~6학년은 다음달 8일부터 등교 수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교육부는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등을 고려해 이달 20일께 등교 추가 연기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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