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가짜분유 파동…영유아 두개골 커지고 장기손상까지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5.1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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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분유 섭취한 영유아들 부작용 사례 속출
목소리 쉬고 발달 지연…일부는 장기 손상에 구루병 진단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 사태 재현
중국에서 '가짜 분유' 섭취 후 두개골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증상을 겪는 영유아들이 나오고 있다.  ⓒ 신경보 캡처
중국에서 '가짜 분유' 섭취 후 두개골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증상을 겪는 영유아들이 나오고 있다. ⓒ 신경보 캡처

중국 사회가 '가짜 분유' 파동에 들썩이고 있다. 가짜 분유를 먹은 아기들의 머리가 기형적으로 커지거나 이상 행동을 보이는 사례가 속출하자 당국이 조사에 나선 것이다. 당국 조사에도 불안감은 사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15일 홍콩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중국 후난(湖南)성 천저우시 융싱현에 사는 궈(郭)아무개씨는 자신의 아이가 이 가짜 분유를 먹게 된 경위와 후유증에 대해 상세하게 증언했다. 현재 3살인 궈씨의 딸은 생후 6개월부터 일반 분유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 대형 판매점에서 산 특수분유를 먹였다. 당시 궈씨는 분유통에 적힌 '고체 음료' 표시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판매원은 "분유와 같은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이 가짜 분유를 먹기 시작한 후 딸은 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3살이 된 지금까지도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궈씨는 딸의 발육이 늦자 지난해 12월 분유 판매점을 찾아갔지만 문제의 분유는 이미 판매가 중단된 상태였다. 궈씨는 당국에 이 가짜 분유를 신고했지만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중국 국가시장관리감독총국은 가짜 분유로 인한 이상 사례가 언론에 집중 보도되고 나서야 후난성 당국에 이 문제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국가시장관리감독총국은 "분유는 식품안전법에 따라 철저하게 등록해 품질 관리를 하는 품목으로, 소비자들은 분유 제품이 당국의 허가를 받았는지 등을 면밀하게 살핀 후 구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 문제의 제품은 영양 성분이 거의 없는 일종의 고체 음료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분유를 먹은 영유아들은 습진과 체중감소, 두개골 비대증 등의 부작용을 겪었다. 자기 머리를 때리는 등 이상 행동을 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또 키와 지능, 행동 능력이 일반 영유아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구루병 진단을 받거나 장기가 손상된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루병은 비타민D 결핍으로 일어나며 뼈의 변형이나 성장 장애 등을 동반한다. 

이 가짜 분유를 제조한 기업의 대주주가 중국의 유명 분유기업 창업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중국 사회의 공분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해당 분유를 제조한 웨이러커(唯樂可) 건강공업공사의 대주주 샤오스후(肖詩弧)는 중국의 유명 분유기업 아오여우(澳優)를 동업자들과 함께 공동 창업한 인물이다.

아오여우는 호주에서 분유 원료를 조달한다는 점을 집중 홍보해 부모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샤오스후는 2016년 회사를 떠난 후 메이여우가오(美優高)유업 등의 분유 회사를 잇달아 창업했다. 웨이러커는 그가 만든 네 번째 회사다. 

아오여우 측은 가짜 분유 사건의 후폭풍이 커지자 자사와 샤오스후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샤오스후가 경영하는 메이여우가오유업이 아오여우의 제품 유통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아우여우는 메이여우가오유업의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최근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중국이 그동안 수차례 가짜 분유 파동을 겪었다. 2003년 안후이(安徽)성에서 불량 분유를 먹은 아이들에게 두개골 비대증 증상이 나타났고, 결국 후유증 등으로 영유아 13명이 숨졌다. 

2008년에는 유해 화학물질인 멜라민이 함유된 분유가 유통돼 최소 6명의 영유아가 숨지고 30만 명이 피해를 입은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홍역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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