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화웨이에 초강력 제재…삼성·하이닉스 영향받나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5.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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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에 반도체 공급하는 해외업체도 美 허가 받도록 개정
대만 TSMC 포함 주요 반도체 기업들 판매 차단 우려
트럼프, 中 통신업체 겨냥한 조치 잇달아 꺼내들며 전방위 압박
글로벌 통신장비 분야에서 화웨이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 AP 연합
미국 상무부가 15일(현지 시각) 중국 화웨이에 대한 초강력 제재안을 발표했다. ⓒ AP 연합

미국이 중국의 통신장비 및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초강력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화웨이로의 반도체 수출금지 대상을 해외 기업으로까지 확대한 이번 조치가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15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화웨이가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직접적 결과물인 반도체를 취득하는 행위를 겨냥한 전략적인 수출규정 개정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미국의 기술을 활용하는 해외 기업이 화웨이에 특정 반도체를 공급하려면 미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한 기존 규제안에서 한층 더 강화된 조치다. 

또 화웨이가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나 기술과 관련된 반도체를 구입하거나 반도체 설계를 활용할 경우에는 사전에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의 이같은 조치는 화웨이의 반도체 조달을 강력히 봉쇄해 막대한 타격을 주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로이터는 개정안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이자 화웨이의 핵심 공급자인 대만 TSMC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기업이지만 해외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해 온 인텔이나 퀄컴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나 SK 하이닉스가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WSJ은 TSMC뿐 아니라 중국과 한국의 공장에서 미국 기술을 활용해 생산된 칩과 다른 소프트웨어도 판매가 차단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과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이 개정안으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허가권을 쥔 미국의 태도에 달렸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이 규정은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허가가 반드시 거부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WSJ은 상무부가 이번 조치에 대해 120일간 유예기간을 뒀는데, 이는 정부가 규정을 개정할 수 있도록 기업에 기회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기존 규정은 화웨이가 외국 생산자들과 함께 활용할 수 있었던 고도의 기술적 허점이 있었다며 이번 규정 변경은 이 허점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성명에서 "화웨이는 믿을 수 없는 판매자이자 중국 공산당의 도구"라며 이번 조치가 허점을 막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무부의 이번 조치가 오히려 미국 반도체 업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미국이 아닌 다른 거래처를 발굴하거나 자체 기술 투자에 발 벗고 나설 경우 미국 기업이 큰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WSJ은 미국의 반도체 제조사들은 정부가 화웨이 외 중국 내 다른 기업으로의 판매도 줄일 것을 걱정한다며, 이 경우 중국 기업이 미국 외 다른 기업을 찾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몇 주간 중국 통신회사를 겨냥한 조치를 잇달아 내놨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달 안보를 언급하며 중국 국영 통신회사 3곳의 미국 영업을 정지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1년 연장을 결정한 행정명령 역시 중국의 2대 통신업체인 ZTE(중싱통신)를 겨냥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행정명령은 미국 기업이 국가안보에 위험을 가하는 기업이 제조한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WSJ은 이번 조치에 대해 "미중 경제 긴장의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 문제를 놓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중 간 관계를 언급하며 "양국의 기술 지배력 싸움의 한 가운데 화웨이 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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