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균 “마음의 병, 같이 고민하고 풀어갑시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3 14:00
  • 호수 1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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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혼수선공》으로 ‘레전드 의사 캐릭터’ 9년 만에 맡은 신하균

‘딕션과 표정이 압도적인 배우.’ 신하균이 드라마 《영혼수선공》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초 종영한 MBC 《나쁜 형사》 이후 1년 만이다. 이번에 맡은 배역은 의사. 신하균은 9년 전 드라마 《브레인》(2011)으로 ‘의사 캐릭터의 레전드’로 불리며 KBS 연기대상까지 거머쥔 바 있다. 한동안 주춤했던 KBS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캐스팅부터 심기일전이 느껴진다. 앞서 언급한 바 있는 《브레인》의 흥행 신화를 쓴 배우와 감독이 9년 만에 재회했다. 유현기 PD는 《브레인》(2011), 《공부의 신》(2010), 《내 딸 서영이》(2012), 《최고의 이혼》(2018) 등 굵직한 작품의 연출을 맡은 바 있다. 유 감독은 신하균과 다시 만나 드라마를 하기로 하면서 과거 《브레인》의 제작진도 다시 불러 모았다. 그때 그 캐릭터, 그때 그 감독, 그때 그 스태프들이 다시 뭉쳤고, 정소민·태인호·박예진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영혼수선공》은 마음이 아픈 사람을 ‘치료’가 아닌 ‘치유’하는 것이라고 믿는 정신의학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헌신하고 고민하는 정신과 의사들과 다양한 환자를 통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현대인들이 흔히 겪는 불안장애, 우울장애, 공황장애부터 망상장애, 조현병,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 다양한 이유로 마음을 다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을 통해 그려낸다. 극 중 신하균은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이시준’ 역을 맡았다. 이시준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환자들과의 ‘밀당’이며, 치료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몸과 마음을 던지는 의사다.

방영 이후 정신의학과 전문의들을 비롯해 일반 시청자들에 이르기까지 호평 일색이다. ‘이 시대에 필요한 드라마’ ‘신하균의 레전드 연기 갱신’ ‘힐링극의 탄생’ 등 찬사가 이어진다. 유 PD는 기획 의도에 대해 “현대인들이 살면서 느끼는 마음의 아픔을 어떻게 서로 보듬고 치유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됐다”며 “‘꼭 내장이 터지고 피를 흘려야만 환자입니까’란 극 중 대사처럼 생사가 갈리는 수술을 다루는 의학 드라마는 아니지만 사랑, 관심, 배려 등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공감하고 치유해 주는 드라마”라며 “《영혼수선공》을 통해 정신의학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졌으면 한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까칠한 신경외과 의사에서 괴짜 정신과 의사로 변신한 《영혼수선공》의 주인공 신하균을 만났다.

ⓒKBS
ⓒKBS

출연 계기는 뭔가.

“우리나라 최초로 다루는 정신과 의사 이야기고,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 꼭 해야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받아들이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마음의 병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고민하고 같이 풀어 나가자는 의미에서 출연을 결심했다.”

 

의사 캐릭터는 두 번째다(신하균은 9년 전 메디컬 드라마 《브레인》의 뇌 질환 전문 신경외과 의사 이강훈 캐릭터로 그해 연말 KBS 연기대상을 받은 바 있다).

“전 작품과는 워낙 결이 다른 드라마다. 과거에 맡았던 ‘이강훈’ 캐릭터는 날카롭고 일에 직진하는 인물이었다. 이번에 맡은 ‘이시준’ 캐릭터는 엉뚱한 면도 있고 둥글둥글하고 유머러스하다. 팟캐스트 DJ처럼 자신만의 스타일로 환자를 치료하고, 확고한 신념을 가진 괴짜 의사지만 따뜻한 마음씨가 있다.”

 

당시 《브레인》을 연출했던 유현기 PD와 9년 만에 재회했다. 소감이 궁금하다.

“감사한 일이다. 전작이 끝나고 감독님과 몇 번 만나기도 했다. 감독님과 언제 또 작품을 같이 하나 기다렸는 데 9년이나 걸렸다. 그만큼 반갑고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도 좋고 재미있게 촬영 중이다.”

 

유 감독의 재회 소감은 어떨까. 유 감독은 “신하균은 내 마음속에 꼭 다시 작업하고 싶은 배우 1순위였다. 같이하게 돼 기쁘다. 연기를 모니터로 지켜보고 있으면 저도 감탄할 때가 많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배우와 같이 작업하게 돼 행복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예전에 함께 일할 때는 신하균씨가 30대였다. 이강훈이란 역은 첨예하고 늘 날이 서 있고 그런 역할이어서 현장에서 나와 대화를 많이 안 했다. 몰입도 높은 신이 많아 이심전심으로 진행되는 게 많았다. 범접하기 힘든 느낌도 있었는데, 지금은 후배들을 다 어우르면서 현장에서 리더 역할을 톡톡히 잘해 주고 있다. 연출자로서 매우 감사한 일”이라고 칭찬했다.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1》 《왕의 얼굴》 등을 집필한 바 있는 《영혼수선공》의 이향희 작가 역시 신하균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 작가는 “이시준이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자연스럽게 떠오른 배우가 신하균씨였고, 신하균씨를 생각하면서 인물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수선공’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있다. 정신의학과는 심리학, 철학 등 전반적인 (인문)학문을 아우르는 의학이라 그쪽에 초점을 맞춰 인간의 이야기를 아날로그적으로 편하게 다뤄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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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작가의 무한 신뢰를 받고 있다.

“연기에 대한 부분은 항상 부족하다. 하지만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고 있는 것 같다.”

 

상대역인 정소민과의 호흡은 어떤가.

“사실 정소민이 현장에서 어떨까 많이 궁금했다. 촬영이 꽤 진행돼 그런지 몰라도 한우주 역할에 다른 배우를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집중력이 좋고 성실하다. 사전 상의가 되지 않은 애드리브도 주거니 받거니 잘된다. 그게 드라마로 다 표현되고 있는 것 같아 만족한다.”

 

정소민이 본 신하균은 어떨까. 그는 “선배님이 캐스팅된 걸 이미 알고 있었고, 제가 맡기엔 너무 어려운 캐릭터라 망설여지기도 했다”며 “선배님이 계셔서 내 모자란 부분 채워주시겠지라는 믿음도 들었고, 워낙 많은 작품에서 봐왔기에 존경하는 선배님이었다. 많이 배우면서 배려를 받으면서 연기하고 있다. 든든하다”고 답했다.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는.

“의학 드라마지만 밝게 표현되는 부분이 많다. 다른 메디컬 드라마와 달리 시청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감정 이입하고, 본인이 그 입장이 돼서 볼 수 있는 드라마다. 의사들만의 이야기도 아니고 의학용어도 많이 쓰지 않는다. 저도 배우는 과정이다. 보시는 분들이 드라마를 통해 좀 더 친근하게 정신의학에 대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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