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으로 명품 사기, 못 막은 걸까 안 막은 걸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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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 논란
형평성이 우선이냐, 소비진작이 먼저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와 관련한 형평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원금으로 명품 등 고가의 제품을 사거나, 같은 업종이라도 국내기업 매장에선 사용이 불가한데 외국기업 매장에선 쓸 수 있는 사례가 속출하면서다. 정부는 해당 논란을 인지했고 조정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며 사실상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사후약방문’한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한 상점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18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한 상점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수만 개 업소 일일이 관리하기 사실상 불가능”

이 같은 혼란을 사전에 막을 순 없었을까. 정부는 당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취지에 맞지 않는 소비를 저지하기 위해 대형마트나 백화점, 유흥업종 등 일부 업종에 제한을 걸었다. 그러나 형평성 논란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같은 업종일지라도 업소마다 분류코드가 달라 예외의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행안부 관계자는 “지역마다 수만 개에 달하는 전체 업소에 대해 세세하게 제한을 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드사와 개별 점주, 지자체 입장 등을 고려한 뒤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품이어도 소비촉진 효과 있다면”

다만 일각에서는 지원금 사용처를 무작정 제한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용처를 보수적으로 잡게 되면 내수 활성화라는 목적에 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지원금 지급의 목적은 국민에게 재정적 도움을 주는 것과 동시에 소비촉진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있다”며 “사용처를 너무 줄이면 소비 진작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사용가능 가맹점을 조정하는 문제를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학계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원금을 어디에 소비할 지는 개인의 자유”라면서 “국가가 나서서 구획을 정리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 교수는 “일부 명품 소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사치품이라서가 아니라 외국산 물품이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물건이라면 그게 무엇이 됐든 저지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역시 “이미 지원금이 지급된 상황에서 사후에 사용처를 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애초에 저소득층이 아닌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사치성 소비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며 “사전에 생활필수품 구입으로만 제한을 두는 등의 꼼꼼한 설계가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선 모습 ⓒ 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선 모습 ⓒ 연합뉴스

한편 긴급재난지원금은 19일 자정 기준 76.2% 지급 완료됐다. 총예산 14조2448억원 가운데 10조8569억원이 지급됐으며, 1728만 가구가 수령했다. 신용·체크카드 충전이 1303만 가구로 전체의 60%를 차지했으며 현금이 286만가구, 선불카드가 75만 가구, 지역사랑상품권은 63만 가구로 각각 집계됐다.

지원금 사용처를 둘러싼 논란에도 경기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지급 초기 단계인 탓에 아직 통계가 집계되진 않았지만, 식당이나 재래시장, 편의점, 패션·뷰티업계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지역상권의 매출이 증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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