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논란] 그 많던 기부금은 누가 다 받았을까?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2 10:00
  • 호수 1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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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윤미향 얽힌 ‘돈 의혹’ 쟁점 3가지…‘회계 지출’ ‘쉼터 매매’ ‘신고 재산’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관련한 ‘돈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윤 당선인과 정의연은 “공익법인을 전문으로 하는 회계법인을 통해 검증을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정의연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나서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윤 당선인의 해명이 신뢰를 잃었으니 민주당이 책임 있게 나서라”고 주장하면서 의혹은 새 국면을 맞는 흐름이다.

윤 당선인과 정의연을 상대로 5월21일까지 접수된 고발은 최소 10건이다. 이 가운데 5건 이상의 고발장에 횡령, 사기, 배임 등이 적시됐다. 모두 돈과 관련된 혐의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가 5월7일 기자회견 때 말한 비판의 요지도 이와 같다. “할머니들에게 성금을 쓴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로 간 것일까. 윤 당선인과 정의연이 얽혀 있는 ‘돈 의혹’을 추적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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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와 다른 회계 처리, 단순 실수인가

의혹의 뇌관으로 지목된 것은 정의연의 회계 장부다. 국세청이 공시한 이 장부는 각종 혐의의 근거 자료가 됐다. 시작은 5월11일 제기된 ‘맥줏집 3300만원 지출 의혹’이었다. 정의연 측은 “50개 지급처에 대한 모금사업비 총액”이라며 대표 지급처로 맥줏집 운영회사를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의연은 “실수했다”고 해명했지만 공시에서 8억여원을 누락한 부분도 의혹을 낳았다.

해외사업 지출 부문에서도 부정 의혹이 불거졌다. 정의연이 2018년 네덜란드 무퀘게재단과 손잡은 ‘연대활동 및 국제기구 대응사업’은 해외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여기에 들어갔다고 공시한 사업비는 1억2202만원. 유일하게 1억원이 넘는다. 그런데 무퀘게재단 관계자는 5월15일 시사저널에 이메일을 통해 “우리가 정의연(Korean Council)으로부터 받은 총액은 1만4998유로(1998만원)”라고 밝혔다. 정의연이 줬다는 돈과 1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정의연은 “여러 재단 중 한 곳인 무퀘게재단을 대표로 적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맥줏집 지출 의혹에 대한 해명과 비슷하다. 

정의연은 무퀘게재단 외에도 2018~19년 일본, 콩고, 우간다 등 세계 각국에 총 1억1091만원을 썼다. 대표 지급처로 기재한 개인 또는 단체의 수는 모두 8곳이다. 시사저널은 이 가운데 3곳으로부터 지급액에 관한 이메일 답장을 받았다. 그 결과 공시된 지급액과 실제 받았다는 액수가 달랐다.  

나이지리아 보르노여성발전계획(BWDI) 관계자는 정의연이 운영하는 ‘나비기금’을 통해 1000달러(122만원)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의연은 현지 단체·인원 6곳에 총 333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200만원이 빈다. 이와 관련해 정의연은 홈페이지를 통해 나이지리아 전쟁 피해자들에게 100~500달러(12만~61만원)를 줬다는 내용을 올렸다. 반면 BWDI에 얼마를 줬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또 공시자료에 따르면, 우간다의 인권운동가 아찬 실비아는 2018년 개인 명의로 587만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자신이 이끄는 인권단체 골드위민비전(GWVU)이 1709만원을 받았다. 실비아는 기자에게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소정의 돈(some money)을 받았다”고 했다. 단 “몸이 아프다”란 이유로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공시액보다 더 많이 받았다고 밝힌 경우도 있었다. 정의연이 우간다의 웬드 아프리카(Wend Africa)에 지급했다는 액수는 589만원. 반면에 이 단체의 대표 졸리 그레이스는 “실제 수령액은 훨씬 더 많다(much more)”고 답장을 보내왔다. 4127만원이 지급됐다는 일본 희망씨앗기금 관계자는 “(공시 지급액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 용처에 대해선 “위안부 정보 전달과 한·일 청년들의 교류를 위한 여행 경비”라고 설명했다. 시사저널은 정의연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연결이 안 됐다.

안성 쉼터 매매 과정에 특혜 없었나

의혹의 불길은 부동산에도 옮겨붙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를 비싸게 사들여 헐값에 팔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윤 당선인 측이 지인에게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2013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지정 기부받은 10억원 중 7억5000만원으로 경기 안성에 2층짜리 단독주택을 매입했다. 정의연은 이를 할머니들 쉼터인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으로 꾸몄다. 이후 지난 4월23일 이를 4억2000만원에 매각하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의문을 자아낸 대목은 쉼터의 원래 소유주와 윤 당선인의 관계다. 해당 소유주는 지역 건설업자 김아무개씨의 아내다. 또 김씨는 윤 당선인과 가까운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지인으로 밝혀졌다. 이 당선인은 정의연이 건물을 매입한 2013년 당시 안성신문 대표였고, 김씨는 안성신문 운영위원장이었다. 곧 지인 특혜 의혹이 일었다. 

이 당선인은 “내가 한 일은 (쉼터) 후보지를 소개한 게 전부”라며 의혹에 선을 그었다. 정의연 측은 “(쉼터 장소인) 안성은 후보지 여러 곳 중 하나였으며 원 건물주(김씨의 아내)는 2013년 6월 답사 과정 중 처음 만났다”고 해명했다. 

그래도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그럼 왜 서울에서 2시간 거리인 안성에 쉼터를 마련했나’란 질문이 이어졌다. 정의연은 이에 대해 “공동모금회가 서울 외 지역도 괜찮다고 했다”고 밝혔다.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했다’란 주장에 대해선 “후보지 3곳의 건축물 시세가 7억~9억원”이라고 반박했다. 단 쉼터 관리를 윤 당선인의 부친에게 맡긴 점에 대해선 사과했다. 정의연은 인건비·관리비 명목으로 6년간 7580만원을 윤 당선인 부친에게 지급했다고 밝히며 “사려 깊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 5월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의 재산신고서

윤미향 계좌에 예치된 3억여원의 실체

잇따른 의혹의 눈길은 윤 당선인의 개인 재산에도 닿았다. 4·15 총선 때 그가 신고한 재산 내역이 드러나면서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은 5월20일 해당 내역을 공개하며 위법 가능성을 꺼내들었다. 

윤 당선인은 자신 명의로 된 3억2133만원의 국민은행 예금을 신고했다. 그간 윤 당선인은 정대협 대표 시절부터 국민은행 계좌를 통해 기부금을 받아왔다. 다수 언론도 해당 계좌를 후원 창구로 안내했다. 곽 의원은 “윤 당선인의 개인 계좌가 과거 모금에 동원된 계좌인지 대조해 봐야 한다”며 “만약 기부금이 윤 당선인 재산으로 신고됐다면 횡령으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은 자신 명의로 된 국민은행 계좌 4개를 후원 계좌로 공개한 바 있다. 기자가 이들 계좌의 주인을 확인해 보니 모두 조회가 불가능했다. 모금 이후 거래를 정지시켰거나 해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계좌추적권’을 가진 금감원 조사기획국 관계자는 “폐쇄된 계좌라도 과거 거래 내역은 얼마든지 추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의 예금액이 소득에 비해 너무 많다는 점도 지적을 받았다. 윤 당선인은 5월1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92년 정대협 간사 시절 3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점차 올라 최근 정의연으로부터 3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매달 300만원을 오롯이 적금(이율 2.5%)에 부어도 3억원을 채우려면 7년 이상 걸린다. 

또 윤 당선인 부부는 5년간 소득세를 643만원 냈다고 신고했다. 이에 따라 남편의 벌이를 합해도 연소득이 4500만~5000만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3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4644만원) 수준이다. 곽 의원은 “예금 3억원 마련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월급쟁이라면 다 알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그 밖에 2012년 경기 수원시 아파트를 살 때 매매가 2억2600만원을 현금으로 준 점도 논란을 야기했다. 당초 윤 당선인은 자금 마련 방법에 대해 “기존 아파트를 팔았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적금을 깨고 가족에게 돈을 빌렸다”고 말을 바꿨다. 윤 당선인의 아파트와 함께 그의 남편 김아무개씨가 2017년 매입한 경남 함양의 빌라도 논란이 됐다. 이 역시 매입가 8500만원을 전액 현금으로 지불해서다. 

일련의 의혹에 대한 검증은 사법기관의 몫으로 넘어갔다. 검찰은 5월21일 정의연과 그 전신인 정대협의 사무실을 각각 압수수색했다. 이를 통해 정의연이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는 회계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수 할머니가 의혹을 제기한 지 13일 만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공익 명목의 지출은 문제 삼지 않는 측면이 있지만, 어차피 세무조사 하면 (부정 여부를) 다 밝힐 수 있다”고 했다. 

야당은 일제히 날을 세웠다. 통합당은 5월21일 곽 의원을 필두로 윤 당선인의 의혹을 파헤칠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범여권으로 분류돼 온 정의당도 등을 돌렸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1일 “(윤 당선인이) 스스로 해명하는 건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고 비판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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