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언제 나올까?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6.02 16:00
  • 호수 1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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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도 백신은 내년 중반 이후, 치료제는 내년 초 예상

5월18일 미국의 한 신약개발 기업이 코로나19 백신 후보 1상 임상시험에서 시험 참가자 45명 전원에서 코로나19 항체가 생겼으며 최소 8명에서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형성됐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 직후 해당 기업의 주가는 급등락했고 일부 전문가의 비판적인 지적이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이 임상시험 결과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초탐색 과정을 거쳐 백신 후보물질을 찾아낸 다음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을 진행하게 된다. 이 시험은 크게 비임상과 임상으로 구분된다. 비임상시험은 동물을 대상으로 약리·물리화학시험과 독성시험 등을 하는 단계다. 비임상시험이 끝나면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단계에 돌입하는데 소수의 사람에게 백신을 투여하는 임상 1상을 한 다음 백신 접종 대상과 유사한 특성을 갖고 있는 다수의 사람에게 백신을 투여하는 임상 2상을 실시한다.

그런 다음 수천 명의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해 통계적으로 검증해 백신에 대한 최종 평가를 내리는 임상 3상을 거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약 허가를 받고 시판을 시작한 이후 장시간이 지난 뒤 나타나는 부작용을 확인해 백신의 안전성을 재확립하는 임상 4상까지 거쳐야 한다.

ⓒPDP 연합
ⓒPDP 연합

백신보다 치료제가 먼저 나올 것

따라서 백신 개발은 막대한 예산과 5~10년의 세월이 소요되는 어려운 과정이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대한 속도를 내더라도 12~18개월이 소요된다. 이번에 발표된 백신 연구는 임상 1상 단계이고 연구 결과에 대한 제한된 공개로 인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리고 이 임상 1상 결과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 할지라도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임상 2상과 임상 3상을 진행해야 하므로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개발에 성공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변이가 생기면 백신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백신보다는 치료제가 먼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후보물질을 찾아 비임상과 임상시험을 거치는 데 5~10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기존에 시판 중인 약물이나 개발 중에 약효 입증에 실패한 약물들을 재평가해 새로운 약물로서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약물 재창출 기법으로 치료제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한다.

기존 약물은 약물독성검사에서 안전성이 입증됐고 임상 승인에 필요한 독성 자료도 있으므로 곧바로 코로나19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용량을 확인하는 임상 2상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되던 렘데시비르, 말라리아 치료제로 사용돼 온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 등 여러 약제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치료제로서의 효능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더라도 인허가와 양산 등의 절차를 거쳐 코로나19 치료제로 본격적으로 사용하려면 빨라야 내년 초는 돼야 하지 않을까 전망한다. 따라서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이 나올 때까지는 생활 속 거리 두기와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개인위생 관리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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