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 해안경계 CCTV, 하루 동안 ‘먹통’…軍 뒤늦게 신고
  • 인천취재본부 이정용‧주재홍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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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전함 훼손된 채 전선 300m 도난당해
육군17사단, 사건 발생 27일 만에 신고

인천지역의 해안을 경계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폐쇄회로(CC)TV 3~4대가 하루 동안 ‘먹통’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CCTV를 운영하는 육군 제17보병사단(17사단)은 경계용이 아니라 채증용이어서 ‘해안경계작전’에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군사용 시설을 도난당했다는 점에서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8일 시사저널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육군 17사단은 올해 4월25일 오후 2시쯤 인천시 중구 신흥동 아암3교 인근에 설치된 채증용 CCTV와 배전함을 연결하는 구리전선의 여러 군데가 잘려 나갔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당시 육군 17사단의 조사결과, 배전함 일부가 인위적으로 훼손됐고, CCTV와 연결하는 구리전선 약 300m(500만원 상당)가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배전함과 CCTV는 육군 17사단의 요청으로 인천항만공사가 설치해 기부체납한 해안 감시시스템이다.

배전함과 CCTV를 연결하는 구리전선이 잘려나가면서, CCTV 3~4대가 연쇄적으로 작동을 멈췄다. 이에 육군 17사단은 사건이 발생한 이튿날에 자비로 구리전선을 구입해 복구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육군 17사단 소속 병력이 상주하면서 해안경계작전을 수행했던 곳이다. 현재 해안 감시초소와 경계용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육군 17사단 관계자는 “해안경계작전 구역의 바다를 매립해 송도국제도시가 들어서면서 현재는 상주하는 병력 없이 과학화 경계시스템으로 채증용 CCTV만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난사건이 발생한 장소에 설치된 CCTV 배전함. ⓒ이정용 기자
도난사건이 발생한 장소에 설치된 CCTV 배전함. ⓒ이정용 기자

軍 “해안경계작전 문제 없었다” 해명

육군 17사단은 올해 5월20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배전함과 CCTV를 연결하는 구리전선을 도난당했다고 신고했다. 이 사건이 터진 지 27일만이다. 경찰은 누군가가 배전함을 훼손해 CCTV로 흐르는 전류를 끊어놓고 구리전선을 잘라 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CCTV 작동이 멈추기 직전의 영상에는 한 남성이 차량을 몰고 와 배전함에 접근하는 장면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이 차량을 특정해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구리전선을 도난당한 곳은 군사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민간인들의 출입이 자유로운 곳이다. 인근의 공장 관계자는 “주말에 경계용 철조망을 넘어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더러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사저널이 사건발생 현장을 확인한 결과, 배전함에 부착된 군부대의 안내문이 절반 가량 훼손돼 있었고, 주변에는 쓰레기들이 널려 있었다. 육군 17사단 관계자는 “작동이 멈췄던 CCTV는 경계용이 아니라 채증용이어서 해안경계작전 문제는 없었다”며 “CCTV 복구에 중점을 두다보니 경찰에 신고하는 시기가 늦어졌을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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