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도 찾고 ‘뉴딜’도 살리자[김현수의 메트로폴리스 2030]
  • 김현수 단국대 교수(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6.04 16:00
  • 호수 1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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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뉴딜과 스마트 도시 관리 통해 디자털 일자리 창출해야

EBS 방송에서 본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이 생각난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 북극곰 가족이 겪는 고통을 보여준다. 지난해에 한반도만 한 면적을 태운 호주 산불의 참상도 아직 어른거린다. 지구의 허파를 태워버린 아마존 산불, 넓어져 가는 사하라사막 등 지구 곳곳에서 전에 없던 자연재해가 빈발한다. 그런데 그 규모나 피해가 유례없던 것이고, 게다가 자주 되풀이되고 있다. 지구 생태계의 앞날에 대한 걱정이 깊어진다.

지난해에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른 앤 드루얀(Ann Druyan)의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은 130억 년 우주 역사 속에서 본 지구 행성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다른 행성처럼 유한한 생명을 가진 지구지만 자연자원의 남용과 과도한 탄소 배출로 지구의 생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지질학자들은 현재의 지질 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부르며, 지구가 총 5회의 생물 절멸(絶滅)을 맞았던 것처럼 현재의 인류도 그와 같은 운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끔찍한 예측을 던진다.

전에 없던 변화의 원인으로는 한결같이 자연자원의 남용에 따른 과도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지목한다. 산업화가 시작된 19세기 말 대비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는 시점, 즉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이 되면 자연 파괴로 인한 대재앙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게 된다고 한다. 그 시점이 앞으로 12년 남았다는 계산도 있다. 1인 시위를 하면서 세계 정상들에게 경고를 보낸 스웨덴의 환경 소녀 그레타 툰베리처럼 행동으로 보여주는 움직임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25일 청와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재정전략과 2020~24년 재정운용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5월25일 청와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재정전략과 2020~24년 재정운용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커지는 경제·일자리 팬데믹 우려

이산화탄소는 다양한 발생원을 가진다. 제조업 생산이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 농경과 목축, 그리고 교통·건축과 난방 등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탄소 발생을 줄이는 노력과 방법도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특히 탄소 배출의 주요 원인인 에너지 부문 배출량의 71%가 도시에서 발생하는데 그중에서도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가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한다. 대도시에서의 새로운 접근이 시급하다.

포스트 코로나 대책으로 ‘한국형 뉴딜’에 이어 ‘그린 뉴딜’이 발표됐다. 그린 뉴딜은 ‘공공투자 확대 또는 민간투자 유인을 통해 경제구조의 환경친화적 전환과 투자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하는 방안’을 말한다.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을 의미하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앞서 준비하며 미래형 일자리를 만드는 ‘디지털 뉴딜’과 함께 환경친화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린 뉴딜’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 제안 단계라 ‘그린 뉴딜’에 대한 견해는 각양각색이지만, 도시계획을 전공으로 삼는 필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이해한다. 그린 뉴딜이란, 신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 에너지 이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에너지 저이용 정책,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지향하는 에너지 균형 정책, 그리고 이런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중에서도 취약 계층·지역의 고용정책을 말한다. 그린 뉴딜은 ①에너지 전환 ②에너지 저감 ③에너지 균형 ④일자리 정책으로 이해된다.

에너지 전환이란 에너지원을 화석연료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일을 말한다. 탄소 저감 효과가 가장 지대한 부문이나, 이는 필자의 전공 영역이 아니라 줄이고자 한다. 에너지 저감이란 에너지 소비를 줄여 탄소 배출을 줄여 나가는 방식을 말한다. 특히 도시 탄소 발생의 가장 큰 부문인 교통이동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줄이는 방안으로서 출발지와 목적지 간 이동수요와 이동거리를 줄이고, 개인 승용차가 아닌 대중교통 이용을 높이는 것이다. 이동하지 않고도 살 수 있도록 직주일치, 복합개발, 재택근무 등을 확산하는 방식이다.

철도환승역세권 중심의 고밀복합개발을 통해 콤팩트 도시 건설, 다핵분산형 공간구조 구축을 지향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그간 몰랐던 것이 아니라, 실천하지 못했던 것이다.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아지도록 광역급행철도역에는 환승센터를 만들고 주변 역세권에 주거와 일자리를 복합개발하면 이동수요와 이동거리를 줄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어려운 점은 철도를 건설하는 일과 주변 역세권을 개발하는 일, 역세권에 기업을 유치하는 일이 각기 다른 법, 다른 주체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이다.

복합환승센터를 건설하자면 민자유치가 전제돼야 하는데 그러자면 애초에 중요한 환승역의 입지를 결정할 때부터 이와 같은 ‘스토리’를 그려둬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계획 중이거나 건설 중인 철도환승역에는 환승시설을, 주변 역세권에는 다양한 유형의 주택과 함께 일자리를 복합개발하는 일에 철도기관과 지자체, 개발공기업 그리고 중앙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지역주민들도 이와 같은 필요성을 이해하고 협조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류의 미래가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개발과 보존의 균형 위한 뉴노멀 필요 

에너지 균형이란 개발과 보존의 균형 있는 정책 수립을 필요로 한다. 사람은 살기 위한 주택, 이에 더해 새집, 큰 집에 대한 자연스러운 욕구를 가진다. 더 나은 직장에 출근하기 위한 통근 이동이 발생한다. 가족들의 교육·복지·문화·체육·공원시설에 대한 수요도 함께 발생한다. 게다가 수요는 시시각각 변화하는데, 총인구는 늘어나지 않더라도 로컬 수요는 항상 변화한다. 인구 규모와 경제 규모가 변하지 않더라도 주택가격이 오르고, 불안정한 이유다.

어느 수준, 규모까지 개발을 허용하고,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뉴노멀이 필요하다. 가급적이면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원칙을 가이드라인, 항목, 지표, 계량화하면 금상첨화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 집단 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공감할 만한 기준, 공감대가 취약하다 보니 개발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고, 지연되고, 재정이 낭비된다.

에너지의 전환·저감·균형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일자리 감소가 심각한 동남권의 제조업 집적지, 지방 소멸을 우려하는 지방 중소도시의 거점을 중심으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미래의 성장산업을 이끌어갈 디지털 일자리, 재생에너지 산업분야, 환경 산업분야 등에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그린 뉴딜 정책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일자리는 혁신인력의 유치가 가능하도록 대도시 접근성, 대학 등 혁신기관 접근성이 전제돼야 한다. 비수도권 광역시의 환승역세권에 도시재생 혁신지구와 같은 혁신거점을 조성하고 중소벤처기업부의 스타트업 지원, 기업 지원정책이 집중될 수 있도록 해 주면 지역균형발전에도 효과가 클 것이다. 제조업의 스마트화도 기대된다. 코로나로 검증된 한국의 신기술, 스타트업의 창의와 열정을 모아줘야 한다. 쇠퇴한 산업단지라고 모두 그린 뉴딜로 재탄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와 같은 혁신 잠재력이 집중될 수 있는 거점에서 산업의 스마트화, 디지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린 뉴딜의 성공을 통해 지구 생태계를 되살리는 일은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친환경 일자리, 디지털 일자리, 취약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기 위해서는 부처 간, 법령 간 치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그린도 찾고 뉴딜도 살리는 ‘그린 뉴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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