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에 나타나 소방관 딸 유족급여 챙긴 생모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5.3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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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퇴직금 등 8000여만원 받아…매달 91만원씩 유족급여도 지급
유족 “이혼한 뒤 연락 끊고 지내” 양육비 청구 소송 제기
구호인씨(왼쪽)와 서영교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고(故) 구하라씨의 오빠인 구호인씨(왼쪽)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구하라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이혼 후 수십년 간 연락을 끊고 지낸 어머니가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유족급여를 받아간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 측은 생모를 상대로 양육비 소송을 제기했다. 

31일 전북지역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주에 사는 A(63)씨는 지난 1월 전 부인 B(65)씨를 상대로 양육비 1억8950만원을 달라는 가사소송을 전주지법 남원지원에 제기했다. A씨는 B씨와 이혼한 시점부터 두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매달 50만원씩 계산해 양육비를 청구했다.

A씨는 소송을 제기하며 1988년 자신과 이혼 후 단 한 차례도 자녀들을 만나지 않고, 둘째 딸의 장례식장도 찾아오지 않은 생모가 유족급여와 퇴직금을 나눠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A씨의 둘째 딸은 지난해 1월 수도권 한 소방서에서 일하던 중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생전에 구조 과정에서 얻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을 앓았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1월 공무원재해 보상심의위원회를 열고 아버지 A씨가 청구한 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의결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이와 비슷한 시점에 어머니 B씨에게도 이같은 결정 사실을 알렸다. B씨는 본인 몫으로 나온 유족급여와 둘째 딸 퇴직금 등을 합쳐 8000만원 가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 때까지 매달 91만원의 유족급여도 지급된다.

A씨는 최근 논란이 된 고(故) 구하라씨 유산을 둘러싼 구씨 오빠와 친모 사이의 법적 다툼처럼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는 상속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발한 B씨는 "아이들을 방치한 사실이 없고, 전 남편이 접촉을 막아 딸들을 만날 수 없었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또 딸들을 위해 수년 동안 청약통장에 매달 1만원씩 입금했다며 "두 딸에 대한 애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A씨 부녀를 대리하는 강신무 변호사는 "양육 의무를 전혀 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의 유산 상속 권한을 온전히 보장받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며 "현재 이를 제지할 법이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부녀가 매우 고통스러운 심정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전주지법 남원지원 가사1단독 심리로 재판과 조정이 진행 중이며, 오는 7월께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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