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원수로 만들지 말라”…김제 시장의 SNS 글 파장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6.0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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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배 김제시장 “원한이 클수록 보복도 커진다”
왜 뜬금없이 이런 섬뜩한 말을?…정치권에 경고인 듯

박준배 전북 김제시장이 SNS에 의미심장한 내용의 글을 게재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이른바 ‘원수 보복론’이 겨냥하고 있는 ‘대상’과 ‘배경’을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면서 지역 정가를 미묘하게 흔들고 있는 것이다. 

김 시장은 5월 28일 자정께 자신의 SNS에 “정치인이 들어야 할 귀한 말일까요?”라며 “남을 원수로 만들지 말라”고 말을 꺼냈다. 이어 “중국인들이 남을 의심하고 경계하는 방법 중 여섯 번째는 물결원(勿结怨)으로 남과 원수가 되지 않는 것이다”며 “남과 원수가 되면 상대는 한을 품고 보복할 기회를 노린다. 원한이 클수록 보복도 커진다”고 썼다.

박준배 김제시장 ⓒ김제시
박준배 김제시장 ⓒ김제시

김 시장은 그러면서 “고금을 막론하고 축원이무환자(畜怨而无患者) 원한을 쌓아두고 화를 당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며 “남과 원수가 될 행동을 하지 않아야 안전하다”고 글을 마무리 했다. 

이에 지역 정가 안팎에서는 그가 ‘원수가 되지 말라’고 한 뒤 ‘원한이 클수록 보복도 커진다’고 경고성 말을 남김으로써 지역 정치권과 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달 20일 오후 자신의 집무실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차기 시장에 나서려는 일부 정치인들이 시정에 대해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나를 (정치적으로)죽이려고 한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박 시장의 글을 놓고 논란이 발생하는 까닭은 그가 전북도청 국장을 지낸데다 최근 김제의 한 지역신문이 제기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송하진 전북도지사 가문 우상화사업’ 논란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일부에선 박 시장이 이와 관련 김제 정치권을 향한 불편한 심기를 글을 통해 경고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준배 전북 김제시장이 SNS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쳐
박준배 전북 김제시장이 SNS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쳐

<<김제시민의 신문>>이 5월 9일 오후 인터넷판에 게재한 기사의 요지는 이번 총선 결과로 김제시장·부시장·국회의원 등 송하진 전북도지사 사단이 사실상 완성됐고, 이들이 김제 출신 송 지사의 눈에 들기 위해 재량사업비에 눈먼 시의원 등과 합작해 도지사 가문 우상화를 위해 쓸데 없는 곳에 시민혈세를 쓴다는 내용이다. 

신문은 특히 서예문화전시관 건립 사업에 집중했다. 토지 매입비 10억 원을 추가로 통과시켰다면서 송 지사의 부친인 강암 송성용 선생을 기리기 위한 전시관 건립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송 지사의 조부인 유재 송기면 선생의 묘역이 있는 백산면 요교정사의 향토문화유산 선정을 두고 “개인 제사를 지내는 곳까지 국민 세금이 쓰여야 하나?”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박 시장과 김제시는 완전히 왜곡된 보도로 서예문화전시관 건립 계획은 김제 서예의 맥을 잇기 위한 것으로 송 지사의 조부이나 부친 공적사업과는 무관하다고 펄쩍 뛰고 있다. 또 요교정사 일원의 향토문화유산 지정도 문화유산 유지·보수 차원에서 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박준배 시장의 글은 섬뜩함을 느낄 정도로 경고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 보인다”면서 “그간 지역사회에 잠복해 있던 정치세력 간의 예민한 갈등선(線)이 총선을 치르고 난 뒤 점차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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