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고 ‘빅리그’ 향해 치솟는 황희찬과 이재성의 가치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6.05 16:00
  • 호수 159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럽 축구 재개와 함께 ‘빅리그 이적설’ 쏟아져…위축된 시장서 가성비로 주목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단됐던 유럽 축구가 속속 돌아오고 있다. 5월16일 독일 분데스리가가 가장 먼저 시즌을 재개한 데 이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세리에A,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도 6월 중 재개를 확정했다. 이른바 4대 빅리그가 모두 시즌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잔여 시즌 모든 경기는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게 되지만, 축구에 목말랐던 팬들의 갈증은 해갈되게 됐다. 더불어 멈췄던 축구산업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특히 축구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여름 이적시장도 정상적인 진행이 가능해졌다. 유럽 축구가 차례차례 재개되면서 주요 선수들의 이적설도 본격적으로 흘러나오는 중이다. 그중에는 국가대표 유럽파들의 이적 관련 소식도 포함돼 있다.

가장 인기가 높은 선수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뛰는 황희찬(24)이다. 유럽 진출 6년 차를 맞는 그는 오스트리아 무대 최고의 공격수로 올라섰다. 독일과 더불어 시즌을 일찌감치 재개한 오스트리아에서 또 한 번 트로피를 들었다. 5월30일 열린 오스트리아컵 결승전에서 팀의 4골 중 3골에 관여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30경기에서 13골 17도움이라는 화려한 기록을 남겼다.

2월20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32강 1차전에서 잘츠부르크의 황희찬이 상대 선수와 공을 다투고 있다. ⓒPDP 연합
2월20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32강 1차전에서 잘츠부르크의 황희찬이 상대 선수와 공을 다투고 있다. ⓒPDP 연합

오스트리아는 좁다…잉글랜드 진출 유력한 황희찬

지난 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는 황희찬은 올여름 이적이 확실시된다. 잘츠부르크와 계약이 1년 남았기 때문에 이적 협상의 적기다. 잘츠부르크 역시 황희찬을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적정한 이적료로 투자를 회수할 계획이다. 제시 마치 감독은 선수에게 더 큰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며 프리미어리그 팀들에 공개적으로 황희찬을 추천했다.

현재 황희찬에게 관심을 보이는 팀은 리버풀·에버턴·울버햄프턴 등이다. 모두 프리미어리그에 속한 팀이다. 울버햄프턴은 지난겨울 이미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지만 잘츠부르크가 300억원이 넘는 이적료를 요구하자 한발 물러선 바 있다. 리버풀과 에버턴은 측면 자원 보강을 위해 황희찬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위한 호재도 있다. 황희찬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3골 3도움을 기록하는 등 경쟁력을 증명하며 눈도장을 받았다. 특히 리버풀과의 맞대결에서 지난해 발롱도르 3위에 빛나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 버질 판데이크를 제치고 넣은 멋진 골로 자신의 가치를 드높였다.

리버풀시(市)를 연고지로 삼는 ‘더비 라이벌’ 리버풀과 에버턴이 동시에 황희찬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경기 후 그라운드에서 황희찬을 잡고 축구 기계를 의미하는 “머신”이라며 극찬을 보낸 바 있다. 리버풀은 사디오 마네, 미나미노 같은 잘츠부르크 출신 선수 영입이 익숙하다. 클롭 감독 역시 과거 도르트문트 시절 박주호·지동원을 지도했고 손흥민 영입을 여러 차례 시도했을 만큼 한국 선수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이번 여름 선수단 개편을 추진 중인 에버턴은 시즌 중 부임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원하는 공격적인 축구를 펼칠 수 있는 선수를 찾았고, 황희찬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스쿼드의 질을 한층 높이길 원하는 에버턴은 리버풀보다 더 구체적인 황희찬 영입 협상 정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중이다. 리버풀 지역지 ‘에코’는 “에버턴이 황희찬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팀의 명성과 우승 가능성은 ‘명문 클럽’ 리버풀이 한층 더 크다. 올 시즌 성적도 리버풀은 우승까지 2승만 남긴 압도적인 1위고, 전통적인 중위권 팀인 에버턴은 11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황희찬은 잘츠부르크 전 동료였던 미나미노의 상황을 봐야 한다. 지난겨울 미나미노도 110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리버풀에 합류했지만 4경기 교체 출전에 그쳤다. 같은 시기 도르트문트로 이적해 분데스리가를 폭격 중인 에링 홀란드의 성공 사례도 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꾸준히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느냐 여부다. 그런 면에서 리버풀의 명성과 에버턴의 실리 사이에서 황희찬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재성
이재성

2년째 팀 에이스 이재성, 1부 리그에서 러브콜

독일 2부 리그인 분데스리가2의 홀슈타인 킬에서 뛰는 이재성(27)도 빅리그 진입에 근접해 있다. 2018년 여름 킬에 합류한 이재성은 2시즌 연속 팀에서 대체 불가의 에이스 역할을 소화 중이다. 올 시즌도 리그에서만 8골 6도움을 기록했다. 지난겨울부터 이재성을 향한 독일·벨기에·프랑스 1부 리그 팀들의 관심이 본격화됐지만 승격에 대한 열망이 높은 킬로서는 이적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재성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킬은 리그 7위로 올 시즌도 승격이 힘든 상황이다.

킬과 이재성은 2021년 6월까지 계약되어 있다. 최근 이재성은 팀의 재계약 제안을 받았지만, 올여름이 1부 리그로 갈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이라는 생각에 거절했다. 킬 역시 전력 손실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이적을 막긴 어렵다. 올여름이 아니면 이재성의 이적료를 챙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구단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이적료를 안겨줄 수 있는 이재성을 보내고, 그 수익으로 적자를 보전해야 한다.

잉글랜드를 본거지로 유럽 내 유명 선수를 다수 보유한 유니크 스포츠 매니지먼트와 에이전트(대리인) 계약을 맺고 이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재성은 독일 1부 4팀을 비롯해 스페인·잉글랜드·프랑스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대부분 중하위권 팀이지만 2년간의 성과를 평가받으며 한 단계 전진한다는 의미가 있다. 적응을 마친 독일 무대에서 1부로 가는 것도 유리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최종 목표로 삼은 만큼 기회가 있다면 잉글랜드행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워크퍼밋(취업비자) 발급과 관련한 문제를 확인 중이다.

☞ 연관기사

기지개 켜는 유럽축구…‘빅리거’ 손흥민·황의조·이강인은?

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964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