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산국가산업단지, 또 부실공사 논란
  • 영남취재본부 박치현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6.0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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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휘웅 울산시의회 의원, ‘민간 개발 사업자 부실시공’ 진상 조사 촉구
태풍에 무너진 산업용지 기반 시설물들…2019년에도 연쇄붕괴 위험 제기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온산국가산업단지가 또 부실공사 논란에 휩싸였다. 울주군 온산리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공유수면을 매립해 조성한 대규모 산업용지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면서다.

서휘웅 울산시의회 의원은 최근 산업단지 민간 사업자 개발사업의 부실 준공에 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의원은 "온산 국가산단 공장 용지를 조성한 지 불과 몇 년 사이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했다"며 "부실 공사는 물론 과소 설계로 인한 문제점은 없는지 집중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시는 2008년부터 온산 국가산단 내 이진리, 당월리, 우봉리, 강양리 일원 공유수면 매립 공사를 민간 사업자 또는 공영 개발(울산도시공사)로 시행자를 지정해 실시계획을 승인했다. 이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공장 용지를 준공해 승인했다. 이후 온산국가산단 기반시설(도로, 녹지)을 사업 시행자로부터 기부채납 받았다.

 

태풍에 쓰러진 산업용지 기반시설

그러나 2015년 고니, 2016년 차바, 2018년 콩레이 태풍 여파로 기부채납 받은 해안도로는 파도를 이기지 못해 지반이 깊게 패는 세굴(Scour) 현상이 생겼다. 방파제와 물양장에선 심각한 균열이 나타났다.

온산국가산업단지 방파제와 도로가 거센 파도에 곳곳이 파손 균열 됐다ⓒ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 방파제와 도로가 거센 파도에 곳곳이 파손 균열 됐다ⓒ울산시

서 의원은 "공장 용지를 조성한 지 불과 8년 만에 이런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한 것은 부실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공이나 자연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해안과 접한 공장과 석유화학 시설까지도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도로와 방파제의 연쇄적 추가 균열과 붕괴 우려가 크고 울산시의 무분별한 실시계획 승인과 준공으로 인해 기부채납 받은 기반시설 유지 보수를 하려면 시민 혈세가 얼마나 투입될지도 재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울산시의 부실준공 의혹도 제기했다. 최근 10년 동안 온산국가산단 조성 사업 실시계획 승인 당시 과소 설계된 부분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조성 중인 신항만도 조사대상에 포함할 것을 제의했다. 온산공가산업단지 부실시공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부실시공 책임 놓고 울산시와 사업시행사 충돌

지난해에도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공유수면을 매립해 조성된 산업용지의 연쇄 붕괴 위험이 제기됐다. 수백억원이 드는 보수비용을 놓고 울산시와 사업시행사들이 정면 충돌했다. 울산시는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공장용지를 만들도록 공유수면 매립 허가권을 민간사업자에게 줄 때부터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 특혜시비는 물론 해양생태계 파괴와 부실시공이 우려됐고, 예상은 현실로 나타났다.  

바다를 매립해 산업용지로 조성된 강양 우봉 1지구(2공구)ⓒ울산시
바다를 매립해 산업용지로 조성된 강양 우봉 1지구(2공구)ⓒ울산시

문제의 산업용지는 대원에스앤피, 동성씨테크, 세진중공업, 강림중공업, 한텍 등 5개 기업이 각각 공유수면 매립권을 취득해 바다를 메워 조성했다. 공사기간은 3년이 걸렸다. 세진중공업 용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는 땅을 팔아 개발이익을 챙겼다. 도로와 방파제 등 기반시설은 울산시에 기부채납했다.

이렇게 끝나는가 싶었는데 산업용지 기반시설의 부실이 복병으로 나타났다. 울산시가 부실부분 보수비용에 대해 해당 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찾고 있으나 쉽지 않다. 법적 하자보수기간 7년이 이미 지나 사업시행사들은 울산시에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단순 하자가 아닌, 부실시공이나 설계 잘못으로 밝혀지면 문제는 달라진다.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울산시와 사업시행사들은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다. 어느 쪽의 손이 올라갈지는 예측불허다. 

울산시의 귀책사유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산업용지는 태풍이나 집중호우, 너울성 파도가 닥칠 때마다 피해를 입어 땜질식 보수도 여러 차례 진행됐다. 이미 시설물 구조 결함이 예견됐던 것이다. 현재 이 일대는 지반이 깊게 패는 세굴로 도로 훼손은 물론 방파제와 전용부두까지 균열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9년에도 산업단지 진입로 부실시공 확인
 
지난 2009년에도 부실시공 문제가 제기됐다. 온산국가산단 진입도로 개설공사 하도급 업체가 교량기초공사에서 설계상 반드시 쓰도록 돼있는 '지수제'라는 방수물질을 쓰지 않고 양수기로 물을 퍼내며 시공했다.

전문가들은 지수제를 쓰지 않으면 차단벽 사이로 물이 들어와 강철로 만들어진 말뚝 주위에 물이 고여 부식된다고 지적했다. 또 설계상에는 교각 하나에 한 개씩 설치하게 돼있는 비계다리도 교각 2개에 한 개씩 설치해 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체적 부실공사였다.

온산국가산업단지 진입로도 부실 시공돼 물의를 빚었다ⓒ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 진입로도 부실 시공돼 물의를 빚었다.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공유수면 매립공사는 산업용지가 부족해 울산 기업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는 ‘탈울산’이 지역사회의 주요 이슈였던 때에 조성됐다. 바다를 메우면 해양환경 파괴가 불가피했지만, 지역사회는 이런 탈기업 현상을 우려해 동의했다. 하지만 공장용지를 조성한 지 불과 8년여 만에 ‘부실시공’과 ‘특혜허가’라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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