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범기업 국내자산 매각 들어간다…韓·日 긴장감 고조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6.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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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 자산압류 결정문 공시송달…8월 효력 발생
압류한 일본제철 소유의 PNR 주식 19만여 주 매각 예정
日정부, 송달요청 받고도 반송하거나 무반응 일관
대리인단 “법원 결정 환영…집행 절차 신속히 이뤄지길”
10월30일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판결이 확정됐다. ⓒ 시사저널 최준필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기업이 1억원씩 배상하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지난 2018년 10월30일 소송 대리인단과 강제징용 피해자 및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압류 결정문을 일본 정부가 무시하며 '버티기'로 일관하자 결국 공시송달을 결정했다.

4일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지난 1일 피앤알(PNR)에 대한 압류명령 결정 등의 공시송달을 결정했다. PNR은 포스코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이 합작한 회사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압류에 대한 공시송달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 결정에 따라 오는 8월 4일 송달의 효력이 발생한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회사 측이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확정 판결했다. 이에 대리인단은 손해배상 채권을 근거로 올해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일본제철이 소유하고 있는 PNR의 주식 19만4794주를 압류했다. 압류된 주식의 가치는 액면가 5000원 기준 9억7300여만원이다.

법원은 이 결정을 일본제철에 송달하는 절차를 시작했으나, 지난해 일본 외무성은 해외송달요청서를 수령하고도 아무런 설명 없이 관련 서류를 반송했다. 이후 법원은 재차 송달 절차를 진행했지만 일본 외무성은 10개월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리인단은 일본 외무성의 행위가 헤이그 송달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법원에 공시송달 결정을 요청했다. 

헤이그협약은 협약 체결국 간 재판을 진행할 때 관련 서류를 송달하기 위해 맺은 국제 업무협약이다. 협약에 따라 한·일 간 소송 서류는 '한국 법원→법원행정처→일본 외무성→일본 법원→당사자' 경로로 전달된다. 이 협약은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에만 송달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리인단은 법원의 공시송달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주식압류 결정이 내려진 지 1년5개월이나 지나 결정이 이뤄졌다는 점은 아쉽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피해자들은 한국 법원에 2005년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이 지나서야 확정판결을 받았는데 집행 과정 역시 일본 정부의 방해로 더디게 진행됐다"며 "이후의 집행 절차는 신속히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PNR의 주식 감정 절차가 신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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