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자 취급하며 ‘자살’ 압박”…극한에 내몰렸던 故 최숙현 선수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7.06 12: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료들, 기자회견 열고 구체적 가혹행위 증언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팀 내 가혹행위에 대한 피해 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팀 내 가혹행위에 대한 피해 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신병자 취급하고 옥상으로 끌고 가 뛰어내리라고 협박했다."
"팀 닥터가 최숙현을 '자살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팀 내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의 참혹한 생전 일상이 공개됐다. 최 선수의 동료들은 감독과 주장 선수, 팀 닥터로 불린 인물들이 최 선수와 다른 선수들에게 무자비한 정신적·육체적 학대 행위를 일삼았다고 증언했다.  

최 선수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실업팀에서 활동했던 현역 선수 2명은 6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찾아 경주시청 소속팀의 충격적인 실태를 폭로했다. 두 선수는 "가혹행위는 감독과 팀닥터만 한 게 아니다. 주장 선수는 선수들을 항상 이간질하고, 폭행과 폭언했다"며 "같은 숙소 공간을 쓰다 보니, 24시간 주장의 폭력과 폭언에 노출됐다. 제3자에게 말하는 것도 감시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했다. 이들은 "주장 선수는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다른 선수와 가깝게 지내는 것도 막았다. 아버지도 정신병자라고 말했다"며 "숙현이 언니가 팀닥터에 맞고 나서, 휴대전화를 보며 울 때도 '쇼하는 것, 뒤에서 헛짓거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장 선수는 훈련하면서 실수하면 내(추가 피해자) 멱살을 잡고 옥상으로 끌고 가 '뒤질 거면 혼자 죽어'라며 뛰어내리라고 협박해 '잘못했다, 살려달라'고 사정했다. 감기, 몸살이 걸려 몸이 좋지 않았는데도 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선배를 시켜 각목으로 폭행하게 했다"고 전했다.

또 "주장 선수는 내가 잠이 들자, 몰래 방에 들어와 휴대전화 잠금을 풀고, 내 모바일 메신저를 읽었다"며 사생활 감시도 일상적인 행위였다고 말했다.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 연합뉴스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 연합뉴스

이들은 최 선수가 2016년 콜라를 한 잔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20만원 정도의 빵을 먹게 한 행위,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폭행한 행위, 2019년 3월 복숭아를 먹었다고 감독과 팀 닥터가 술 마시는 자리에 불려가서 맞은 장면 등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또 "팀닥터라고 부른 치료사가 자신을 대학교수라고 속이고,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며 "팀닥터는 '최숙현을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감독의 미성년자 음주 강요 행위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 선수는 "감독이 2015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회식 때 고교 선수들에게도 술을 먹였다. '토하고 와서 마셔, 운동하려면 이런 것도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며 "당시 최숙현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화장실에서 엎어져서 속이 아파 소리만 질렀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감독이 새벽에 훈련장에서 발로 손을 차 손가락이 부러졌다", "감독이 담배를 입에 물리고 뺨을 때려 고막이 터지기도 했다", "외부 인사와 인사만 해도 감독이 뒤통수를 때렸다", "실업팀에 처음 들어온 선수와 밥 먹으러 나갔다가, 메뉴를 기다리는 사이에 주장 선수가 '왜 밖에서 밥 먹냐, 체중 관리 안 하냐"로 전화로 혼내서, 시킨 밥을 먹지도 못하고 숙소에서 뺨을 맞았다"는 등 셀 수 없을 정도의 폭력행위 증언이 쏟아졌다. 

또 "합숙 생활 중 맹장이 터져 수술을 받았다. 퇴원하고 실밥도 풀지 않았는데, 훈련을 시키고, 감독이 '반창고 붙이고 수영하라.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선수는 "경주시청에서 뛰는 동안 한 달에 열흘 이상 폭행당했다"고 말했다. 

추가 피해자들은 최 선수 사건을 수사한 경찰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에서 담당 수사관이 최숙현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자극적인 진술을 더 보탤 수 없다고 일부 진술을 삭제했다. 벌금 20∼30만원에 그칠 것이라며 '고소하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며 피해자와 참고인을 보호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추가 피해자의 기자회견을 도운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은 "고 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신체적, 정신적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음에도 동료 선수들이 당시 상황을 직접 증언하고자 큰 용기를 냈다"며 "선수들을 반드시 지켜드릴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감독과 선배들의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지난 6월 26일 세상을 떠난 고 최숙현 선수의 마지막 메시지 ⓒ 이용 의원실 제공
감독과 선배들의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지난 6월26일 세상을 떠난 고 최숙현 선수의 마지막 메시지 ⓒ 이용 의원실 제공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